LG그룹(왼쪽부터), 한화그룹 [출처=연합·EBN]
국내 재계 시가총액(시총) 4위 자리를 둘러싼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LG그룹과 한화그룹이 단기간 내 순위를 맞바꾸는 ‘엎치락뒤치락’ 흐름 속, 산업 지형 변화가 그룹 위상까지 뒤흔드는 구조적 재편 신호로 읽힌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초 기준 한화그룹은 상장 계열사 시총 합산 180조원을 돌파하면서 LG그룹을 제치고 재계 시총 4위에 올라섰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 확대에 따른 방산주 강세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핵심 계열사의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며 그룹 전체 밸류(가치)를 끌어올렸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시총 70조원대에 안착하면서 상승세를 주도했고 한화오션 역시 조선·방산 업황 개선 기대를 반영해 몸집을 키웠다. 방공·미사일 등 현대전 핵심 전력 수요가 부각되면서 방산 업종 전반의 투자 매력이 재평가된 결과다.
다만 이런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달 중순 이후 LG그룹이 다시 시총 4위를 탈환하며 판세가 뒤집혔다. 지난달 23일 기준 LG그룹 시총은 약 161조원으로 한화그룹을 다시 앞섰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일 장 마감 기준으로도 LG그룹의 시총은 175조원으로 한화그룹(169조원)을 소폭 앞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93조원), LG화학(21조원), LG전자(17조원) 등을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74조원), 한화오션(39조원), 한화시스템(25조원) 등 방산·조선 중심의 상승 기조를 이어가면서 재역전을 노리고 있다.
LG그룹의 반등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중심 사업 확장이 자리 잡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에너지저장장치(ESS), LG전자의 냉난방공조(HVAC), LG CNS의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을 결합한 '턴키형 인공지능(AI) 인프라' 전략이 시장 기대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로봇·휴머노이드 등 '피지컬 AI' 확장 가능성까지 부각되며 중장기 성장 스토리가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제미나이 AI 생성 이미지 [출처=구글]
◆'방산' vs 'AI' 산업 패러다임 충돌…재계 판도 변화 신호탄
다만 LG그룹과 한화그룹의 시총은 상위 그룹과 비교할 때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 시총은 약 1416조원(지난 3일 기준)으로 LG(170조원대), 한화(160~170조원대) 대비 8배 이상 규모다. 삼성그룹의 시총은 전체 코스피 시총(4427조원)의 31.9%에 달한다.
SK그룹 역시 약 760조원 규모로 2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다만 구조는 삼성과 다르다. SK하이닉스 한 종목이 전체 시총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반도체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구조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받고 있지만, 동시에 업황 변동에 따른 변동성도 큰 만큼 에너지·통신 등 다른 축의 성장 여부가 향후 관건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약 220조원 규모로 3위 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전통 제조 경쟁력에 더해 로봇(보스턴다이내믹스), 자율주행, 전동화 등 미래 사업 확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LG와 한화의 4위 경쟁을 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결과로 보고 있다. 한화는 방산·우주·조선 등 '안보 산업'을 축으로 LG는 AI·배터리·전자 중심의 '디지털 산업'을 축으로 각각 성장 축을 구축하며 서로 다른 방향에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는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방산 수요 확대라는 강력한 단기 모멘텀을 갖고 있고 LG는 AI 인프라와 피지컬 AI 등 구조적 성장 산업에 올라타 있다"며 "두 그룹의 경쟁은 단기 이벤트를 넘어 향후 재계 판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매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자산 기준 대기업 순위는 올해도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