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고비 넘자 다시 가파른 산이 나타난다.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잇따른 사고로 안전에 대한 목소리도 커졌다.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한 원자잿값 불안도 리스크다.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건설사 CEO(최고경영자)의 시계는 빠르게 흐르고 있다. 주요 건설사 CEO의 행보를 좇았다. <편집자 주>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사진=대우건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는 지난해 잠재 손실을 미리 반영하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하며 실적 개선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김 대표는 핵심 성장 축으로 원전과 LNG(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 사업을 낙점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에선 역대급 시장이 열린 도시정비사업 등 주택 부문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이어갈 방침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보 후퇴한 대우건설의 반등은 질적 성장이 관건이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연결 기준 8조546억원으로 전년 대비 23.3% 적다.
전체 매출의 68.4%를 차지한 건축(주택) 부문 매출액이 1년 전보다 19.5% 줄어든 것이 외형 축소에 영향을 줬다. 지방 미분양과 일부 해외 현장에서 대규모 잠재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털어내는 '빅배스'에 나서면서 영업이익은 8154억원 손실을 기록, 2016년 이후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부채비율도 284.5%로 1년 새 90%포인트(p) 넘게 뛰며 2019년 289.7%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우건설은 현재 추가 손실 가능성이 상당 부분 제한된 상황이며 보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빠른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시장 확대·내실 경영 '방점'
이러한 가운데 김보현 대표는 올해 국내외 시장 확대와 함께 내실 경영을 병행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규 국가 진출과 신사업 확대를 추진하면서 재무구조 안정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양질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확대하고 올해부터 의미 있는 실적 반등을 이룰 방침이다.
푸르지오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워 주택 공급을 이어가고 데이터센터와 수처리, 풍력, 원자력·SMR(소형모듈원전) 및 LNG·수소·암모니아 등 에너지·인프라를 중심으로 신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또 AI(인공지능)·BIM(건설정보모델링)·OSC(탈현장건설) 등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원가·공정·협력사 관리 체계를 고도화해 프로젝트 수행 역량과 수익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단순 시공사를 넘어 글로벌 EPC(설계·조달·시공) 건설사이자 종합 디벨로퍼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에서는 주택과 정비사업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고 해외에서는 플랜트와 인프라 중심 고부가가치 사업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에너지 시장 재편에 맞춰 원전과 LNG 등 에너지 사업을 핵심 성장 축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외형 확대가 아니라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함께 높이는 질적 성장"이라며 "실적뿐 아니라 조직문화와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한 단계 도약해 구성원이 자부심을 느끼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회사가 지향하는 중장기 방향"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에너지 공략…"정비사업 5조원 이상 수주"
미래 성장을 위해선 원전과 LNG 등 에너지 사업도 중요하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팀코리아를 꾸려 총공사비 187억달러(한화 약 27조6000억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원전'을 수주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보였다.
김 대표는 이달 초 원전 사업 확대에 대비해 기존 해외사업단과 원자력사업단을 통합, 확대해 '글로벌인프라본부'를 신설했다. 해외사업단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원자력사업단의 기술 경쟁력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오른쪽부터)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와 에이지 사카타 토요엔지니어링 사업개발·마케팅 본부장, 박세윤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 에이지 호소이 토요엔지니어링 대표가 최근 일본 현지에서 플랜트 신규 사업 공동 발굴을 위한 포괄적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진=대우건설]
최근엔 직접 일본을 찾아 △토요엔지니어링 △치요다 △JGC 등 LNG·플랜트 분야에서 오랜 기간 협업해 온 일본 EPC 기업, 엔지니어링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고도화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질 방침이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 발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정비 부문도 관전 포인트다. 대우건설은 △부산 사직4구역 재개발 △신이문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 △고잔연립5구역 재건축 △기흥1구역 재건축 △마포 성산 모아타운 3구역 등 이달 23일 현재 도정 부문에서 총 2조2525억원 규모 사업을 확보하며 10대 건설사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엔 공사비 1조3628억원 규모 '성수4지구 재개발'을 두고 롯데건설과 경쟁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도정 부문 수주고는 2022년 5조276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1조6858억원으로 내려앉았고 이후 2024년 2조9823억원, 2025년 3조7726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인다. 대우건설은 올해 도정 부문에서 5조원 이상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2024년 12월부터 대표이사 사장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 사장은 고 정창선 중흥그룹 창업회장의 사위다. 공군사관학교 출신으로 방위사업청 지휘정찰사업부장과 19전투비행단장, 항공기사업부장을 거쳐 준장으로 예편했다. 이후 중흥그룹 계열사인 헤럴드에서 부사장을 맡았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엔 대우건설에서 고문과 경영지원본부장 겸 총괄부사장으로 일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