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4 진입으로 AI 메모리 점유율 경쟁 격화
대규모 캐파 증설 불가피···현금 확보로 대응 체계 마련
사진=생성형 AI 이미지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 진입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생산을 위한 핵심 장비 도입과 신공장 조기 가동에 나선다. 아울러, 순현금 100조원 이상에 달하는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고객사 수요와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생산능력을 조정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마련하겠단 방침이다.
◇첨단 장비 도입 및 신공장 구축 속도↑···차세대 메모리 수요 대응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경쟁사에 맞서 차세대 D램과 HBM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할 목적으로 현재 구축 중인 핵심 반도체 생산기지의 가동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
충청북도 청주에 구축 중인 ‘M15X’ 공장의 경우 이달 두번째 클린룸을 오픈하고 장비 반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해 11월 준공 후 첫 번째 클린룸을 개소한 데 이어 클린룸 두개 모두 가동 준비에 돌입했다. 이는 당초 계획인 5월보다 2개월가량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M15X 공장 옆 부지에는 후공정 전용 팹인 P&T7도 지어진다. SK하이닉스는 M15X에서 생산된 반도체 칩을 P&T7로 가져와 패키징·테스트하는 구조의 HBM 생산체계를 구축한단 방침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의 첫번째 클린룸 역시 2027년 5월에서 3개월가량 앞당겨 2월 조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용인 1기 팹은 기존 4개의 클린룸에서 6개로 확대 구축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에 2030년 12월 말까지 21조 6081억 원을 신규 투자한다고 밝혔다. 앞서 2024년 처음 발표했던 9조 4000억원에서 총 31조원 규모로 투자 계획이 확대됐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이천 사업장에서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생산 인프라 구축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적기 준비해 국내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패키징 역량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생산 거점을 구축해 제조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공정과 후공정을 아우르는 제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청주에 P&T7 첨단 패키징 팹 투자도 새롭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 개발을 완료하고, 이를 통해 DDR5, LPDDR6, GDDR7, SOCAMM2 등 차세대 모바일·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추진 중이다. HBM에선 내년 양산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HBM4E(7세대)부터 1c D램을 적용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1c D램 생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전날 공시를 통해 2027년 12월까지 약 12조원 규모의 EUV 장비를 취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UV 노광장비는 13.5나노미터(nm) 파장의 극자외선을 이용하는 장비로, 7나노급 이하 미세 공정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필수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ASML이 독점 공급 중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해당 장비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이번 장비 도입으로 총 30대가량의 EUV 장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건전성 글로벌 탑티어 대비 여전히 부족”
SK하이닉스는 향후 추가 증설을 위한 대규모 현금성 자산도 비축할 계획이다.
곽 사장은 “우리 회사의 재무 건전성이 상당 부분 개선됐지만, AI 기술을 주도하는 글로벌 탑티어 기업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며, “메모리 시장은 AI 시대의 중심에서 전례 없는 성장 기회를 잡았고, 글로벌 고객들과 이를 함께 실현하기 위해선 한단계 강화된 재무 건전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우리는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어떤 환경에서도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필요한 투자를 집행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글로벌 고객사들의 주문을 적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이천 사업장에서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HBM 매출에서 전년 대비 두배 이상 성장했으며, 64%의 높은 시장 점유율로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올해는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주요 거래선인 엔비디아에 HBM4 양산 출하를 조기 시작하며 점유율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HBM4부터 코어 다이 제작에 1c D램 기술을 선제 적용하며 고객사 요청을 충족할만한 높은 성능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평택4공장(P4) 등을 중심으로 1c D램 캐파(생산능력) 확대에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경쟁사 중 가장 큰 규모의 HBM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HBM4 시장 점유율에선 SK하이닉스가 54%로 10%p가량 떨어지고, 삼성전자 28%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곽 사장은 “아직은 HBM3E가 메이저이고, 하반기부터 HBM4가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들과 얘기해서 약간의 믹스 조정은 있겠지만, 전체 HBM 출하량은 (기존 계획 대비) 큰 변화가 없다. 서버에는 HBM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SOCAMM2, GDDR, DDR5 등 여러 가지 제품들의 적정한 비율이 있어서 고객들과 논의를 통해서 가장 최적의 비율을 맞추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HBM4E는 정확한 시점은 말하기 어렵지만, 올해 안에 샘플을 제공하는 등 원래 일정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빅테크들과는 다양한 비즈니스 논의하고 있으나 답변하기 어려운 만큼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 메모리 공급 제약 상황이 지속되면서 고객들과 중장기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장기공급계약(LTA)를 통해서 고객들에게 공급 안정성을 제공하고 동시에 장기적인 수익성과 또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급 제약 상황이 워낙 타이트하다 보니 모든 LTA 요청을 우리가 다 반영하는 건 어렵다. 고객들과의 관계와 수요 가시성, 제품 믹스, 전략적 중요 등에 따라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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