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연합뉴스.
뉴욕증시에서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해온 반도체주가 5일(현지시각) 일제히 급락하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1조 3000억 달러(약 2026조 원)가 증발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요동쳤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매도 폭탄은 기업 실적 실망감과 거시경제 불안이 동시에 겹치면서 터져 나왔다. 도화선이 된 것은 브로드컴이었다. 브로드컴이 이번 주 발표한 분기 실적에서 맞춤형 AI 칩 사업 수요가 시장의 높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자 기술주 과열에 대한 경계심이 일시에 확산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가치 1조 7500억 달러(약 2728조 원) 규모의 초대형 기업공개(IPO)를 앞두면서 고평가 기술주 전반의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행보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5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7만 2000명 증가, 전문가 예상치인 8만 명 증가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미국의 고용 시장이 이처럼 강력한 회복력을 유지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했다.
이 같은 악재들이 겹치면서 미국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 종목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하루 만에 10.3% 폭락했다.
종목별로는 AI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약 6% 하락하며 시가총액 3000억 달러 이상이 줄었고, 마이크론은 13% 급락해 시총 약 1500억 달러가 사라졌다. 최근 상승세를 주도했던 마벨 테크놀로지는 17%, AMD는 11% 각각 폭락했다. 실적 실망감을 안긴 브로드컴 역시 8% 가까이 떨어지며 이틀간 낙폭이 20%에 육박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급락을 업황 악화보다는 단기 과열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 성격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의 매도세가 반도체 강세장의 끝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실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번 대폭락에도 불구하고 연초 이후 기준으로는 여전히 73% 상승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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