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경기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 대형 팹 건물들이 광활한 부지를 가득 채운 가운데 사진 상단으로 반도체 인력을 흡수하며 급성장한 배후 주거지가 보인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도 팹 가동 시점인 2030년을 전후해 유사한 도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독자 제공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확정 이후 전남광주 부동산과 도시개발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수년째 사업자를 찾지 못했던 광주 일부 재개발 현장에 대형 건설사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정부와 정치권의 메가특구 지원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팹이 도시의 인구와 주거, 교통, 교육·의료 수요까지 바꾼 수도권 사례가 전남광주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팹 건설만으로 지역 성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와 가족이 머물 주택은 물론 교육·돌봄·의료·문화·교통 인프라를 가동 시점에 맞춰 갖춰야 한다. 산업시설보다 정주 기반이 늦게 조성되면 근로자는 광주·전남에 직장만 두고 생활과 소비는 다른 지역에서 하는 ‘직주 분리’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남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팹 1기당 직접 종사자는 평균 약 2천명, 장비·소재·부품·시설관리 등에 종사하는 간접 인력은 약 1만4천명으로 추산됐다. 팹 4기를 단순 적용하면 직·간접 종사자는 6만명대에 이른다.
연구원은 이 가운데 기존 지역 인력이 간접 업무의 절반을 맡는다는 가정을 적용해 신규 주거 수요 산정 대상자를 약 3만6천명으로 계산했다. 수완지구 1.4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주거용지도 약 21만8천890㎡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가족 동반 이주가 본격화하면 실제 정주 인구와 생활서비스 수요는 더 커질 수 있다.
주택 총량만 놓고 보면 당장 공급 부족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광주 5개 자치구와 나주·담양·장성 등 팹 인근 지역에서 2030년 이전 준공 예정인 주택은 1만35호, 2030년 이후 공급이 예정됐거나 가능성이 높은 물량은 4만2천549호다. 전체 공급 가능 물량은 5만2천584호로 추산됐다.
다만 계획 물량에는 착공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사업도 포함돼 있다. 팹 건설·가동 일정과 주택 입주 시점이 어긋나면 공급 물량이 충분해도 현장에서는 주거난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수요를 과도하게 예상해 대규모 신도시부터 조성하면 장기 미분양과 기존 도심 공동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광주 도심의 미분양 주택과 공실, 민간임대주택 등 기존 재고를 활용하고, 가동 안정 단계에서 가족정착형 복합 주거지를 공급하는 단계별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팹 착공·건설기에는 건설근로자와 장비업체 파견 인력을 위한 공동기숙사와 단기 임대주택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가동 초기에는 청년·신혼부부용 공공임대를 공급하고, 본격적인 정착기에는 중형 가족주택과 교육·돌봄시설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
대규모 주택을 팹 인근에 집중하기보다 기존 도심과 배후지역을 연결하는 다핵형 생활권을 구축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팹 인접지역은 교대근무자와 청년 중심의 직주근접 거점으로, 기존 도심은 가족과 전문인력을 위한 교육·의료·문화 거점으로 기능을 나누는 방식이다. 각 거점은 간선급행버스체계와 수요응답형 교통, 통근 셔틀 등을 통해 산업단지까지 30분 안에 연결해야 한다.
반도체 팹은 24시간 가동되는 만큼 기존 도시와 다른 생활서비스도 요구된다. 야간·주말 돌봄과 소아진료, 응급의료 연계체계, 교대근무 시간에 맞춘 식음·세탁·물류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학교와 어린이집, 의료시설, 체육·문화공간을 도보 생활권에 배치한 ‘직주락(職住樂)’ 복합단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활 인프라가 먼저 갖춰진 지역으로 주거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은 동탄 등 수도권 반도체 도시에서 이미 확인됐다. 기업의 저리 주택대출과 주거 지원도 동탄과 같은 특정 생활권의 수요를 끌어올렸다. 전남광주에서도 광산구와 서구뿐 아니라 교육·의료·상업시설을 갖춘 기존 도심과 재개발 지역이 우선 수혜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주택과 교통, 교육·의료를 팹 가동 뒤에 뒤따라 짓는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단지 조성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남연구원 나강열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 팹을 중심으로 생활권과 경제권이 연계되는 광역권 구축이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만족도 높은 정주여건 조성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형주 기자 hispen@namdonews.com·김성빈 기자 ksb@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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