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송서영 기자]중동전쟁이라는 돌발 변수에 가로막히며 반도체가 끌어올리던 글로벌 성장 흐름이 한풀 꺾였다.
중동전쟁으로 2% 성장 기대가 꺾였지만, 금융시장은 여전히 AI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사진=뉴시스]
당초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을 바탕으로 2%대 성장이 기대됐지만, 유가 급등과 지정학 리스크가 겹치며 성장 경로가 하향 조정된 것이다.
다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구조적 성장 동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단기 충격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다시 AI로 자금이 쏠리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 전쟁이 지운 ‘상향 시나리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성장률을 2.9%로 제시했다. 당초 연초 흐름을 감안하면 3.2%까지 상향될 수 있었던 성장률이 중동전쟁 여파로 0.3%포인트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셈이다. 미국(2.0%), 유로존(0.8%), 일본(0.9%) 등 주요국 역시 일제히 둔화 흐름을 보였다.
한국 경제도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OECD는 한국의 2026년 성장률을 기존 전망보다 0.4%포인트 낮춘 1.7%로 제시했다. 물가 상승률은 2.7%로 0.9%포인트 상향되며 ‘저성장·고물가’ 조합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금융시장도 즉각 흔들렸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금리 상승과 주가 조정이 동시에 나타나며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불안지수(FSI)는 2월 15.3으로 ‘주의 단계(12~24)’를 유지하던 중 중동 상황 이후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자산시장에서도 긴장감은 뚜렷하다. 국고채 금리는 상승했고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장기 평균을 웃돌며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됐다. 주식시장 역시 반도체 호황 기대 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중동 사태를 기점으로 큰 폭의 조정을 겪으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 그래도 돈은 다시 ‘AI’로
그럼에도 성장의 축은 여전히 반도체에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단기적으로는 고유가와 지정학적 불안이 밸류에이션을 압박할 수 있지만, 전쟁 이후 포트폴리오 재편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AI 투자 확대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의 자본지출은 2025년 약 5000억달러에서 2026년 6300억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됐다. IT 수출 역시 2025년 4분기 8.4% 증가한 데 이어 2026년 1월과 2월 각각 33.8%, 29.0% 증가하며 고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시장은 이미 ‘전쟁 이후’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하나증권은 시장이 전쟁의 전개 자체보다 고유가·금리·기업 실적이라는 보다 본질적인 변수에 반응하고 있으며, 반도체가 가장 높은 이익 가시성을 확보한 업종이라고 평가했다.
전쟁 국면이 일정 부분 가격에 선반영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도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정학 리스크보다 향후 실적과 유동성 환경이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재부상하는 흐름이다.
그 첫 번째 분기점은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이미 실적 개선 기대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으며, AI 수요와 메모리 업황 회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는 국내 증시 내에서 가장 높은 이익 가시성을 가진 업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핵심 변수는 전쟁의 종료 시점이 아니라 고유가의 지속 기간이다. 국제유가는 한 달 넘게 강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 불안은 전쟁 이후에도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다.
미국 정보당국 역시 이란이 해협 통제력을 단기간에 내려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대 인플레이션(BEI)도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유가가 배럴당 115달러 이상에서 장기화될 경우 코스피의 추세 하락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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