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뉴스1
지난해 상승세에 이어 코스피가 6000선을 넘어선 올해 1분기, 국내 주식부자 상위 100명의 지형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반도체 관련 자산을 보유한 상위 부자들의 지분가치는 빠르게 불어나며 순위 재편이 이뤄진 반면, 코스닥 엔터·바이오 등 비반도체 업종 인사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중심의 대형주 랠리가 이러한 순위 변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위 10명 비중 50% 돌파…주식부자 자산 쏠림 심화
20일 본지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받은 대주주 보유주식 평가액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국내 100대 주식부자의 지분평가액은 215조8269억원으로 직전 분기(180조800억원)보다 30조원 넘게 증가했다.
증시 상승에 따라 전체 자산 규모가 커졌지만, 증가분 상당 부분은 상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대 주식부자의 지분평가액은 지난해 4분기 89조8425억원에서 올해 1분기 112조4143억원으로 약 22조원 늘어나며 전체 증가분 대부분을 차지했다. 100대 주식부자 지분평가액 가운데 상위 10명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9.9%에서 52.1%로 높아졌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상승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구조 속에서 관련 종목 보유자의 평가액이 더 크게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가 상위권 장악…반도체 업황이 순위 갈랐다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상승장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지분을 보유한 상위 자산가들에게 수혜가 집중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지분평가액 상위 1~4위는 모두 삼성가 인물들이 차지했다.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으로 지분평가액은 30조9258억원이었다. 이어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각각 2~4위에 올랐다. 올해 삼성가 인물들이 보유한 주식 지분 평가액은 68조 7545억원으로, 전년 동기(27조4207억원) 대비 2.5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4분기 2위였던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보유 중인 메리츠금융지주 지분가치가 11조552억원에서 10조8890억원으로 소폭 줄면서 5위로 밀렸다. 조 회장은 지난해 3월 한때 국내 주식부자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홈플러스 사태로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지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당시 금융권 전체 홈플러스 익스포저(1조4461억원) 가운데 약 82%인 1조2000억원을 메리츠금융지주가 부담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 주가 상승률은 8.8%에 그친 반면, 삼성전자는 125.4% 상승하며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한미반도체 또한 약진이 두드러졌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10위에서 7위로 올라서며 지분평가액 8조284억원을 기록했다. 오너 일가 전반의 순위도 동반 상승했다. 곽동신 회장을 비롯해 곽영미, 곽영아, 곽명신, 곽혜신 등 100대 부자 명단에 포함된 한미반도체 일가의 올해 1분기 순위는 지난해 4분기 대비 모두 약 30계단씩 순위가 상승했다.
이외 반도체 소부장 업체 리노공업의 이채윤 사장도 26위에서 18위로 크게 뛰었다. 지분평가액은 지난해 4분기 1조5930억원에서 올해 1분기 2조4939억원으로 증가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SK하이닉스를 직접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주사 SK 주가 상승 영향으로 13위에서 11위로 올라섰다.
◇엔터·바이오는 약세…업종별 격차 확대
다만 올해 1분기 코스닥 종목 보유자 가운데 최상위권을 유지한 인물은 눈에 띄게 줄었다. 알테오젠의 박순재 대표는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해도 8위에 올랐지만, 올해 1분기에는 15위로 내려앉았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도 16위에서 22위로, 정상수 파마리서치 회장도 29위에서 37위로 각각 하락했다.
국내 엔터 대장주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 역시 9위에서 12위로 내려왔다.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도 12위에서 17위로 밀리는 등 비반도체 업종 인사들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