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연동·상환 폐지…고정성 강제 의도
성과급 요구, 적법한 노동쟁의 대상인지 논란
李 "영업이익 고정 분배 요구, 상식의 선 넘어"
SK하이닉스에서 촉발된 성과급 논란이 삼성전자 합의를 거치며 산업계 전반의 '성과급 고정화' 요구로 번지고 있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자동으로 떼어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가 반도체에서 시작해 자동차·조선·IT·바이오 전 업종으로 확산하면서, 성과에 따라 변동해야 할 성과급이 사실상 제2의 기본급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까지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임금체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산업계 전반에 확산하고 있는 성과급 요구안을 들여다보면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자동 연동', '상한 폐지' 등이 대거 포함됐다. 성과에 따른 분배를 원칙으로 하는 성과급의 고정성을 강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실적과 관계없이 매년 일정 금액 이상을 사실상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관행이 고착화하면, 실적이 하락했을 때 성과급을 줄이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퇴직금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성과급이 포함되는 부담도 있다. 노사가 성과급 지급 기준을 명확하게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일정 부분의 성과급 지급을 골자로 하는 요구는 임단협 과정에서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작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인공지능(AI) 관련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 등을 담은 올해 임협 요구안을 사측에 보냈다. 사측은 성과급 지급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기준을 선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통합 노조는 올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최소 30% 공정한 성과 배분' 등을 골자로 한 임금인상 요구안을 마련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HD현대일렉트릭처럼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주장하는 등 성과급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노조들도 늘고 있다.
포스코 노조도 협력사 직원 직고용 문제와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싸고 중노위 조정을 신청하면서 창사 이후 첫 파업 가능성이 거론된다.
IT나 바이오 업계에서도 파업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영업이익 일정 비율(약 13%) 성과급 재원 자동 연동을 제시한 카카오 노조는 지난 20일 진행한 파업 투표에서 찬성이 가결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화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전면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여기에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하청·협력업체 전반으로 성과급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HD현대중공업 등 하청·협력업체 노조가 원청과 동일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성과급을 통한 영업이익 배분으로 당장 투자 및 고용 위축 등이 발생하고, 대기업의 인력 쏠림 현상을 가중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원청 노사가 영업이익의 고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주는 제도에 합의하면, 하청·협력업체들은 비용 절감으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파업권을 빌미로 성과급 요구하는 것이 적법한 노동쟁의 대상인지에 대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20일 국무회의에서 "영업이익의 고정 분배 요구는 상식의 선을 넘은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이익을 인재 확보를 위해 분배할지, 신규사업을 위해 투자할지는 기업이 판단해야 하는 부분인데 성과급을 '영업이익의 N%'식으로 고정하게 되면 우선순위 결정에서 경직성을 키우게 된다"며 "이는 지속가능한 경영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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