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는 우리 산업사에서 보기 드문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한쪽에서는 노동조합원 3만명이 집결해 투쟁결의대회를 열었고, 그 인근에서는 소수지만 주주들이 노조의 파업 예고에 항의하는 맞불집회를 가졌다. 주주들이 경영진이 아닌 노조를 상대로 직접 거리 시위에 나선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노조의 요구가 시장의 상식을 넘어섰다는 경고나 다름없다.
주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노조가 요구하는 '상한 없는 영업이익의 15% 성과급'은 올해 예상 이익(300조원) 기준으로 무려 45조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미래를 위해 투자한 연구개발(R&D) 비용(37조7000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직원 1인당 약 6억원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셈인데, 이를 바라보는 국민과 주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주주들은 "반도체 공장을 멈추겠다는 협박은 주주의 재산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처럼 씁쓸한 풍경은 '반도체 호황의 역설'이라 할 만하다. 이날 발표된 1분기 경제성장률 1.7% 역시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은 결과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반도체 산업이 사실상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은 사이클이 뚜렷한 장치 산업이다. 지금은 슈퍼사이클의 정점일지 몰라도 언제든 하강 국면이 닥칠 수 있다. 미래를 위한 기술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성과급 잔치'로 소진해 버린다면, 이는 결국 불황기에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특히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하루 1조원의 손실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 '삼성의 성장 엔진이 흔들린다'는 부정적인 신호를 줄 위험도 크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은 촌각을 다투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모처럼 찾아온 호황의 과실을 어떻게 나눌지를 놓고 내부 갈등을 벌일 때가 아니다. 노조는 과도한 성과급 요구와 파업 압박을 거두고, 회사는 투명한 성과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주주와 임직원, 미래 투자가 공존할 수 있는 합리적 배분의 균형점을 찾는 지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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