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내수·고용은 부진
통화긴축·건설 회복 지연에 하반기 경기 부담
[연합뉴스]
반도체 수출 호황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내수와 고용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통화정책 긴축 전환 가능성에 증시 변동성 확대와 건설투자 회복 지연까지 겹치면서 수출 회복세가 경제 전반의 온기로 확산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8일 ‘경제 여건 전환기, 관리가 필요한 대내 리스크’ 보고서에서 하반기 국내 경제가 통화정책 긴축 전환과 증시 변동성 확대, 건설투자 회복 지연, 고용 부진, 내수 회복 지연 등 다섯 가지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경기 회복의 한 축인 내수와 고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성장의 질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먼저 거론된 리스크는 통화정책 전환이다. 고유가와 고환율, 고물가 등 이른바 ‘3고’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설 경우 실물경기 둔화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00년대 이후 기준금리 상승기에는 내수와 성장률 등 실물 경기 지표가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시차를 두고 하락하는 흐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통화정책 긴축 전환이 환율 및 물가 안정에는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내수 경기 회복 지연 등을 통한 성장세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년째 부진한 건설 경기도 하반기 경제의 약한 고리로 지목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올해 건설투자가 5년 연속 역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최근 주요 기관들은 건설투자 전망치를 대폭 낮추고 있다.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 부담이 이어질 경우 회복세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건설업 부진은 단순히 한 산업의 침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건설투자는 고용과 지역경제, 소비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큰 분야다. 회복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동시에 일자리와 내수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도체 중심의 성장 회복이 고용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성장세를 주도하는 정보기술(IT)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2023년 기준 3.6에 그쳤다. 서비스업 10, 건설업 9.2, 공산품 5.1보다 낮은 수준이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반등하더라도 취업자 증가율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낮아질 수 있다는 게 연구원의 진단이다.
내수와 수출 간 격차 확대도 경계해야 할 대목으로 제시됐다. 반도체 수출 호조는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지만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파급 경로는 제한적이다. 수출 대기업과 내수 기업, 반도체 업종과 비반도체 업종 간 온도 차가 커질 경우 산업과 기업, 계층 전반의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수와 외수 간 불균형은 산업, 기업, 계층 전반에 걸쳐 K자형 양극화로 확산하는 양상”이라며 “반도체 의존도가 큰 수출 및 약한 내수 체력이 지속되면 향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끝나는 등의 대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외수 및 내수의 동반 침체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급등한 코스피도 변수로 꼽혔다. 증시 상승 자체는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이지만 레버리지 투자가 함께 늘어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주가가 단기간에 조정을 받을 경우 가계와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하반기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정과 고용 안전망 강화,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금융시장 스트레스 테스트를 활성화하고 내수 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하반기 국내 경제는 통화 및 금융 정책 전환을 비롯한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적절한 대응을 통해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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