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의 심장을 멈출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을 놓고 벌인 17시간의 마라톤 협상이 13일 새벽 결렬됐다. 21일부터 18일간의 총파업이 예고된 것이다. 그 피해가 노조 추산으로도 30조원, 증권가 추산으로는 40조원이다. 1770곳이 넘는 협력사가 연쇄 타격을 입고, 공장이 위치한 평택·화성의 지역 경제도 직격탄을 맞는다. 수출 감소와 세수 공백은 민생에 충격을 주고 국가 재정에 구멍을 낼 것이다. 고객사인 글로벌 빅테크의 신뢰를 잃으면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 업체에 추월의 기회도 내주게 될 것이다. 국가와 산업,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이를 막는 건 정부의 책무다. 30일간 쟁의행위가 중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재 절차가 진행되는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는 당연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300조원의 영업이익까지 예상되는데, 이는 '행운'에 힘입은 바 크다. 챗GPT 출시 이후 인공지능(AI) 붐이 일었다. AI 데이터센터 등에 글로벌 빅테크가 올해만 8300억달러의 천문학적 투자를 진행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다. AI 붐이라는 행운이 한국 반도체에 '로또'처럼 찾아온 것이다. 로또를 맞았으니 성과급으로 받아야겠고, 그게 안 되면 파업으로 협력사와 지역 경제, 국가 경쟁력을 훼손하는 것을 정부가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다. 현행법도 '국민 경제에 현저히 해를 끼칠 위험이 있을 때'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그 발동은 신중히 결정할 사안이다.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헌법이 정한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단 네 차례만 발동됐다. 그러나 지금은 그 '최후의 수단'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 됐다. 2005년 항공 조종사 파업 당시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대법원은 국민 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이유로 정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 파업의 충격은 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의 결단 앞에 실기해서는 안 된다. '파업으로 나라를 망친 역사'가 기록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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