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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일호의미술여행] 현실 넘어선 초현실의 예술

20세기 현대미술은 새로운 시도들이 짧은 기간 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부침의 연속이었다. 야수파가 그랬고 나비파도 그랬고 입체파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 영향력을 유지한 미술 양식은 초현실주의였다.

[박일호의미술여행] 현실 넘어선 초현실의 예술

20세기 현대미술은 새로운 시도들이 짧은 기간 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부침의 연속이었다. 야수파가 그랬고 나비파도 그랬고 입체파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 영향력을 유지한 미술 양식은 초현실주의였다. 초현실주의는 1차 세계대전 후 폐허가 되어 버린 현실을 배경으로 등장해서 20여년 동안 예술가들을 사로잡았다.

1920년대와 1930년대 유럽 사회는 불안정했다. 1차 세계대전의 상처가 남아 있었고, 1929년 시작된 세계 경제 대공황은 사람들의 생활과 미래에 대한 믿음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은 절망적 현실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현실이라는 의미의 ‘초현실’세계를 표현하려고 했다.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1931)

이들은 이런 세계를 일상세계의 논리나 합리적 사고를 벗어난 곳에서 찾으려 했다. 그래서 꿈 또는 무의식의 세계같이 비합리적이며 낯설고 신비스러운 것들에 주목했다. 살바도르 달리의 이 작품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작품에 대한 여러 해석들이 있는데, 다음은 그중 하나이다.

달리가 그의 고향 카탈루냐의 스산한 해안 풍경을 배경으로 삼았다. 황량하게 깎인 바위산과 앙상하게 말라 죽은 올리브나무에 회중시계 속 시간을 갉아먹는 개미들을 덧붙여 폐허 속의 절망과 허무함이라는 시대적 이미지를 암시했다.

여기저기 늘어진 시계들은 금속성 시계의 객관적, 물리적인 시간보다 우리가 느끼는 주관적인 시간을 은유한다. 지루한 일을 할 때의 한 시간은 길게 늘어지는 것처럼 느끼지만, 즐거운 여행에서의 하루는 너무 빠른 것처럼 느끼는 식의 시간이다.

이런 시간 안에서 기억들이 자리 잡고, 거기에도 느낌이 동반된다. 전쟁과 같은 큰 사건에 대한 기억이 지속되며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하지만 일상 속 사소한 일들이 기쁨, 반가움 등의 감정과 함께 기억되면서 사회적 고통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준다.

달리와 초현실주의는 이런 식으로 그 시대 사람들이 바라던 기대와 소망을 풀어냈고, 다른 미술 양식들보다 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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