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영 한국투자공사 사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SK 2026 콘퍼런스'에서 LP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2026.10.28 최혁 기자
“한국투자공사(KIC)가 제공하는 앵커 자본을 필두로 해외 자본이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일영 KIC 사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SK 2026 하반기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사장은 이날 신설을 추진 중인 전략투자계정의 구체적인 운용 구상을 제시했다. KIC 자금을 마중물 삼아 해외 기관투자가의 국내 공동투자를 유도하고, 정책자금 지원이 끝난 기업에도 성장 단계에 맞춰 장기 자본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박 사장이 제시한 핵심은 기업의 성장 주기에 맞춘 자금 공급이다. 유망 기술을 확보한 기업도 사업화와 시장 확대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기존 투자자의 자금 회수 일정에 맞춰 투자가 중단되지 않도록 장기적인 성장자본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박 사장은 "투자자의 자금 회수 일정과 기업 성장에 필요한 인내의 시간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며 "정책자금의 역할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이 계속 사업을 키워가도록 후속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KIC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쌓아온 투자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한다. 국내 기업에 KIC의 자금과 해외 기관투자가의 장기 자본을 함께 공급하는 구조다. 박 사장은 "전략투자계정이 신설되는 방안이 발표되자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다양한 투자자들이 한국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의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해외 국부펀드의 전략산업 육성 모델도 참고한다. 박 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가 설립한 인공지능(AI) 기업 휴메인을 사례로 들었다. 국부펀드가 기업의 기술 역량 구축을 지원한 뒤 기업공개(IPO)와 외부 자본 유치를 통해 성장 기반을 넓히는 방식이다. KIC 역시 국내 전략산업 육성과 해외 자본 유치를 결합하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다만 정책적 목적이 투자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운용 원칙을 명확히 했다. 박 사장은 "전략투자계정은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 수익을 함께 살피는 엄정하고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운용하겠다"며 "기존 위탁자산과 엄격히 구분하고 이해상충을 관리하는 체계도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투자 개시 목표는 내년이다. 현재 국회에는 전략투자계정 신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박 사장은 "연내 통과가 이뤄져 내년부터는 투자를 개시하도록 정부와 국회와 성실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 사장은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에서도 선별투자와 위험관리를 강조했다. AI 벤처기업들이 초기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면서 기술력과 수익성 검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사모대출에서는 차입 기업의 상환 능력과 담보 보호장치를, 부동산에서는 지역별 금융 여건과 신규 공급 가능성을 주요 점검 대상으로 꼽았다.
투자 기회로는 일본의 오피스·물류와 유럽 데이터센터, 미국 AI 데이터센터 개발, 일본·유럽의 에너지저장장치 등을 언급했다. 박 사장은 "분절의 시대일수록 자본은 신뢰를 따라 움직인다"며 "세계의 자본이 한국으로 향하고 한국 자본이 세계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동반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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