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업 종사자는 프로야구 선수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이름값(직급)이 아닌 성적으로 증명해야죠. 전무로 불리든, 대표로 불리든 그게 중요한가요. 핵심은 고객이 가고자 하는 ‘경제적 자유’라는 목적지까지 안전히 모셔다드리는 일이죠”.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는 17일 뉴스톱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어느덧 32년. 1994년 대유투자자문을 시작으로 자문업에 뛰어든 박 대표는 대중들에게 ‘박 전무’라는 호칭으로 더 친숙하다. 회사 설립 전 11년간 몸담은 인피니티투자자문에서 사용한 직급이 전무였고, 이후 방송 활동을 통해 이 호칭이 하나의 필명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다. 그의 명함에 여전히 대표이사와 전무가 함께 적혀있는 이유다.
체슬리투자자문은 박 대표를 주축으로 2021년 문을 연 운용사다. 투자자문과 투자일임업 라이선스를 모두 확보해 증권사 랩어카운트 자문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재 고객수는 1900여명, 운용자산(AUM)은 약 1조7000억원 규모다.
사명인 ‘체슬리’는 2009년 새 떼와 충돌해 허드슨강에 불시착하고도 승객 전원을 살려낸 항공기 기장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른바 ‘허드슨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사건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나 금융위기 같은 돌발 악재 속에서도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 공격만큼 수비도 중요...체슬리의 차별화 전략
체슬리투자자문의 차별화 전략은 공격과 수비를 명확히 구분하는 자산 배분 원칙이다. 시장 변동성을 고려하지 않고 주식 편입 비중을 높게 유지하는 여타 자문사들과 달리, 하락장이 예상되면 주식을 팔고 현금 비중을 50~60%까지 과감하게 늘리는 방식을 꾀하고 있다.
박 대표는 “다른 운용사들은 하락장에서도 주식 보유 비중을 유치한 채 포트폴리오를 ‘방어주’로만 교체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체슬리는 시장의 위험이 감지되면 현금을 쥐고 있다가 ‘바겐세일’ 기간이 찾아왔을 때 저평가된 우량주를 주워 담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금은 하락장에서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최고의 방어 수단”이라며 “조정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금화를 통해 우량주를 싼값에 매수할 기회를 포착하는 게 확고한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것이 체슬리투자자문이 강조하는 ‘수비를 병행하는 투자 전략’이라고도 부연했다.
올해 증시에 대해선 글로벌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코스피(KOSPI)의 장기 대세 상승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1985년 플라자합의, 2003년 중국발 인프라 투자에 이어 20년 만에 새로운 주기의 강세장이 도래했다는 게 박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과거 대세 상승기의 흐름을 적용하면 내년 말까지 코스피 지수는 7500선에서 최대 950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들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사이클을 핵심 상승 동력으로 꼽았다.
박 대표는 “이번 AI 인프라 사이클은 최소 2029년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막대한 자본이 반도체와 전력 인프라로 쏠리면서 이와 관련한 밸류체인 기업들의 실적 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엔비디아나 현대중공업 등 과거 상승장을 주도했던 대장주들도 장기 상승 국면에서 수차례 30% 안팎의 급락을 겪었다”며 “단기적으로는 언제든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사고) 같은 예상치 못한 일로 조정을 겪을 수 있으니 무리한 신용 레버리지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 하반기엔 ‘수급 교란’...실적 우량주 주목해야
올 하반기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 뇌관으로는 대규모 기업공개(IPO)에 따른 수급 교란을 꼽았다. 스페이스X, 오픈AI, 엔트로픽, 창신메모리 등 대어들이 줄줄이 증시 데뷔를 타진하고 있어서다. 이들 기업이 시중의 한정된 유동성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다는 관점이다.
박 대표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 같은 초대형 물량 부담은 증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체슬리투자자문이 조만간 다가올 수급 충격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성 자산을 늘리기로 한 이유기도 하다.
그는 조정장 이후 반등 국면에서는 반도체를 이어 시장을 주도할 새로운 ‘실적 우량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지금과 같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때는 철저하게 실적 성장이 담보되면서도 영업이익률이 높은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사이클의 바통을 이어받을 업종으로는 조선·방산·원자력, 엔터테인먼트, 피부미용 등을 거론했다.
박 대표는 “고금리로 유동성이 메마른 상황에서 몇몇 대어들에 자금이 빨려 들어가면 기존 주식들이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모두가 맑은 날씨(반도체)만 바라볼 때, 비가 오면 반드시 돈을 버는 우산 장수(소외된 실적 우량주) 같은 기업들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식 투자는 대중들이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기업가치를 발견했을 때 돈을 버는 것”이라며 “반도체 쏠림 현상 때문에 저평가받고 있지만, 글로벌 톱티어 경쟁력과 실적이 뒷받침되는 우량 기업들에 투자해야 할 시기가 곧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체슬리투자자문 외 유튜브, 경제 방송 등에서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개인 채널인 ‘체슬리TV’는 구독자 13만명을 보유하고 있고, 금융 전문 다중채널네트워크(MCN)인 어스얼라이언스 크리에이터로도 활약 중이다. 이밖에 ‘주식으로 부자됩시다’, ‘투자의 본질’,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고수들의 투자 철학’ 등 저서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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