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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상규의 직설] 씁쓸한 노인 고용, 청년들 곡소리

최근에는 산업 현장 곳곳의 인공지능(AI) 열풍이 청년들의 취업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신입을 뽑아 시켜야 할 일을 AI가 대체하면서 사회 초년생, 특히 대졸 청년들은 더 가혹한 취업 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박상규의 직설] 씁쓸한 노인 고용, 청년들 곡소리

지난해 8월 경북 구미시 복합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춘하추동 취업 한마당'에서 구직자들이 회사별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영 포티(Young Forty)에 이어 영 식스티(Young Sixty)가 뜨고 있다.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일하길 바라는 60대들이 노동 시장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는 뜻이다. '영 포티'가 젊은 척하는 40대들을 비꼬는 의미가 강한 멸칭적 성격인 데 비해, '영 식스티'는 과거와 달리 건강하고 사회 참여에도 적극적인 60대를 지칭하는 긍정적 표현이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4년~1974년생)가 은퇴 나이에 접어들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영 식스티'의 고용률이 높아지는 것은 경제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영 식스티의 근로 활동은 청년층(15세~29세)을 압도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의하면 지난 3월의 60대 고용률은 59.5%로 20대의 58.7%를 추월했다. 경제 활동이 활발한 20대의 고용률이 60대보다 높게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헌데 이 흐름이 뒤집혔다. 작년 9월 60대 고용률(61.1%)이 20대(60.7%)를 4년 만에 앞지른 뒤, 석 달 내리 60대 고용률이 20대를 제치고 있다.

문제는 일자리의 품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재취업한 65세 이상 노인 중 현재 일자리가 생애의 주된 직업과 '전혀' 또는 '별로' 관련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53.2%에 달했다.

더욱이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37.3%)은 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했지만, 3명 중 1명(35.4%)은 '단순 노무직' 같은 질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른바 '선순환 매칭'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은퇴 세대로 여겨졌던 60대가 고용 시장의 중심으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지만 20대는 아르바이트조차 찾기 힘들다는 자조가 나온다. 60대 고용률 상승의 '어두운 이면'이다. 노년 부양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이런 양극화는 세대 간 갈등으로 비화될 우려도 적지 않다. 생산 연령 인구의 핵심축이자 미래 꿈나무인 청년층을 위한 보다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고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OECD가 펴낸 '한눈에 보는 연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생산 연령 인구 100명당 노인 인구는 29.3명으로, OECD 평균(32.6명)보다 적다. 하지만 2054년엔 84.5명, 2084년엔 122명으로 급격히 치솟으며 세계 1위에 등극하게 된다. 30년 뒤엔 젊은 노동자 한 명이 노인 0.8명을, 60년 뒤엔 1.2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청년들의 허리가 휜다는 의미이다. 세대 간 갈등은 갈수록 태산일 것이다.

짐을 져야 할 청년 세대는 취업 시장의 문턱을 넘기조차 버겁다. 3월의 20대 고용률은 58.7%로 1년 전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2024년 9월 이후 19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같거나 떨어지고 있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부진이 굳어져 간다.

노인 일자리가 복지 서비스업 등 단기 저임금 일자리에 집중된 반면, 제조업·건설업 등 국가 산업의 근간이자 청년들이 가야 할 주력 업종의 부진이 장기화하는 게 핵심 요인으로 지적된다.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고, 채용 제도가 공채에서 수시로 빠르게 바뀌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 현장 곳곳의 인공지능(AI) 열풍이 청년들의 취업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신입을 뽑아 시켜야 할 일을 AI가 대체하면서 사회 초년생, 특히 대졸 청년들은 더 가혹한 취업 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아르바이트 자리도 품귀 현상에 봉착했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쓸 만한 아르바이트 자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답답해서 전에 일했던 곳을 찾아갔는데 경기 탓인지 키오스크 탓인지 알바생을 절반으로 줄였더라"는 토로도 속출한다. 실제로 2024년 한국고용정보원이 서울 지역 음식점 20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키오스크를 도입한 가게는 서빙 근로자 고용을 11.5%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세 이하가 23.1%나 줄어 전 연령대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최근 정부와 노조들은 정년 연장이나 계속 고용 등 고령 인력 활용 논의는 활발하게 하고 있지만, 청년 고용난에 관한 대응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청년 일자리는 경기가 좋아지면 나아진다는 낙관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언제든 세대 간 일자리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정권과 사회 주도 세력인 중장년들이 지금 속히 손을 쓰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는커녕 포클레인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고용 시장의 이런 극심한 양극화 흐름은 청년들의 급격한 보수화와 정치권 불신과도 결코 무관치 않다.

노인일자리 팜플렛을 보고 있는 한 노인. [연합뉴스]

박상규 시사평론가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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