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박근종 칼럼] 유의미한 한국·프랑스 호르무즈 협력, 국제 공조 주도로...

인공지능(AI)에서의 협력 강화 협정을 체결했다. 무엇보다 한국·프랑스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데 의의가 크다. 정상회담의 적잖은 수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국제 질서를 흔드는 최대...

[박근종 칼럼] 유의미한 한국·프랑스 호르무즈 협력, 국제 공조 주도로...

위기는 경제에만 봉착한 것이 아니라 안보·외교 등 전방위적 쓰나미로 들이닥칠 수 있어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4월 3일 청와대에서 ‘한국·프랑스 정상회담’을 갖고 핵심 광물, 원전, 인공지능(AI)에서의 협력 강화 협정을 체결했다. 무엇보다 한국·프랑스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데 의의가 크다. 정상회담의 적잖은 수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국제 질서를 흔드는 최대 현안인 중동 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양국이 공식 협력하기로 한 것이 이번 회담의 가장 유의미한 부분으로 돋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프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마크롱 대통령님과 저는 중동 전쟁이 야기한 경제 및 에너지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자 정책 경험과 전략을 공유하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라면서 “원자력 및 해상 풍력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여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한편, 중동 전쟁으로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내 안전한 해상수송로 확보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지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양국 에너지 안보도 강화하기로 했다. 전쟁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중견국 간 협력의 단초(端初)라 해도 무방할 것 같은 성과이자 개가(凱歌)다. 이재명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내 안전한 해상수송로 확보를 위해 특정국과의 협력 의지를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또 “마크롱 대통령님과 저는 두텁게 쌓아온 우정과 연대의 시간을 토대로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이날 양국은 3개의 협정을 개정하고, 11개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양국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여, 교역 및 투자를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라면서 “지난해 양국 교역액이 150억 불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2030년 200억 불 달성을 목표로, 양국이 힘을 모으겠다.”라고 밝힌 데 이어 “(양국은) 첨단과학과 미래산업 분야에서의 공동 성장을 도모하고, 함께 혁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환경을 적극 조성하기로 합의했다.”라며 관련 합의 사항을 소개했다. 한국과 프랑스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의향서’도 체결했는데, 이 대통령은 “핵심 광물 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라고 평가했다. 양국은 또 이번에 개정된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 협정’을 통해 양국 관광객과 사업가, 청년·학생들의 교류를 더 확대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가 동북아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평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라면서 “마크롱 대통령 역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프랑스의 지지가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봉쇄에 대해 “석유를 가져가는 나라들이 스스로 지키라”하며 나몰라라 방기(放棄)하는 사이 중동 전쟁은 갈수록 불확실성(Uncertainty)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무책임하게 동맹국들의 ‘각자도생(各自圖生)’만을 주문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불안정하면 전 세계 에너지 안보가 크게 위협받는다는 점에서 전쟁 당사자가 책임을 회피한 사이 가장 큰 피해는 동맹국들의 몫이 되고 있음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할 뿐만 아니라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수입 원유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이곳을 통해 들여오고 있는 한국의 타격이 막심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난(難)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유럽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가 전쟁 비협조국이라며 꼽은 나라에 한국과 프랑스가 포함됐다. 양국 정상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위해 의기투합한 건 불가피하면서도 시의적절(時宜適切)한 방식이었다.

한편 한국을 포함한 40여 개국 외교당국이 모여 호르무즈 해협의 조속한 개방을 촉구했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4월 2일 저녁 영상으로 열린 회의에서 참여국들은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해협 정상화를 촉구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폐쇄될 경우 제재와 같은 조율된 경제·정치적 압박 방안도 논의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공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지리적 근접성을 무기로 해협 통행료를 요구하는 것은 이런 국제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행위다. 무엇보다 연대를 통한 대응만이 이란의 불법적인 통행료 요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또한 시의적절한 조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발(發) 에너지 공급망 혼란 책임을 피하며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국제적 공조가 이뤄진 점 역시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이란의 꼼수는 특히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통점을 노리고 있어 단호한 대응이 필수다. 일부 국가가 공급망 위험을 돌파하기 위해 대열에서 이탈해 이란과 협상을 취하는 순간, 바로‘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가 현실로 봉착함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각자 합리적 선택을 추구하다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탈자가 생길수록 통행료 요구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다. 개별 대응은 최악의 보상을 담보할 뿐, 국제사회의 단결을 통한 최대 압박만이 첩경(捷徑)이자 정공법(正攻法)이다.

글로벌 국제 질서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으로 회귀 중이다. 이로 ‘중견국(Middle Power)’들은 심각한 새로운 도전에 응전하고 있다.(As the world inches back to a pre-WW2 order, the 'middle powers' face a grave new challenge). 미국·중국이 일방주의·권위주의로 국제 규범을 흔들 때 “식탁에 앉지 않으면 메뉴판에 오르게 된다”라며 ‘미들 파워(Middle Power │ 중견국)’가 힘을 합치자는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의 주장을 허투루 여길 때가 아니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은 한국뿐 아니라 “헤게모니를 원치 않는 국가, 예측불허 상황을 우려하는 국가들이 협력할 수 있다.”라고 했다. 미국을 제외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회원국, 걸프국, 아시아국 등 40여 개국 외교 장관들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방안을 모색하는 회의를 연 것도 위기의식 때문이다.

동병상련인 중견국들의 단합이 확산하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분위기를 결단코 놓쳐선 안 된다. 중견국들은 우리의 핵심 동력인 방산 및 원전 수출의 주요 대상국이기도 하다. 국제 공조의 주도적인 참여를 통해 이들 나라들과의 외교·안보적 접점을 늘려 나가야만 한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지정학 차원에서 여전히 불가피한 숙명(宿命)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좌충우돌(左衝右突) 갈지자 행보에 대한 대비도 의당 있어야 한다. 교토삼굴(狡免三窟)의 지혜이자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By failing to prepare, you are preparing to fail │ Benjamin Franklin)이기 때문이다. 자유무역과 연대의 가치를 공유하는 또래 나라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굳건히 유지하고 공조를 견지하는 건 국익에 있어 제로섬이 아닌 플러스섬이 될 것이 분명하고 명징하다.

전황(戰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든 험난한 미래가 우리 앞에 직면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당장의 에너지 수급 위기를 헤쳐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혹한 ‘청구서’까지 날아들 수 있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이는 중동으로 이동한 주한미군 방공망 전력의 복귀 문제 등 경제 및 안보 이익과 연동될 가능성이 매우 커 정교한 대응 전략이 불가피하다. 결국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부담을 줄이는 게 최선의 방책이자 대응 전략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사안에서 불협화음이 노출된 점으로 볼 때, 현재 한·미 정부 간에 소통 채널이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는지, 상호 신뢰가 형성돼 있는지 우려가 앞서는 것도 정작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부는 모든 외교적 네트워크(Network)를 총동원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해 부당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준비된 외교 역량을 총 집주(集注)하고 국제 공조 주도로 중동전쟁 발(發) 에너지 공급망 위험을 슬기롭게 돌파해야만 한다. 누란지위(累卵之危)의 풍전등화(風前燈火) 위기는 경제에만 봉착한 것이 아니라 안보·외교 등 전방위적 쓰나미로 들이닥칠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하고 유연하고 노련한 선제 대응에 적극 나서야만 한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