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중동 전쟁 시대의 해협 질서 재편에 선제적·공격적으로 참여하고 대비해야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미국과 이란이 지난 4월 7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오늘 밤 한 문명(civilization) 전체가 사라져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문명 파괴’를 위협한 대규모 폭격을 감행하겠다며 제시한 협상 최후통첩 시한을 불과 88분 남기고 파키스탄의 중재로 불안한 ‘2주간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한 달 넘게 지속된 끔찍한 전쟁이 앞으로 2주간 미국은 이란 공격을 중단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개방하기로 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인 개방’이 조건이라고 밝혔으나 ‘아바스 아라그치(Abbas Araghchi)’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군과의 조율을 통한 ‘통제된 통행’을 내세웠다. 양국 간 휴전 소식에 국제 유가는 급락했고 세계 증시는 급등했다.
“하나의 문명사회가 사라질 것”이라 겁박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과 ‘인간 띠’로 맞선 이란의 치킨게임(Chicken game)이 파국 직전에서 멈춰 서며 파국을 면하게 된 것은 천만다행(千萬多幸)이다. 다만 개전 38일 만에 이뤄진 휴전 합의로 미국과 이란도, 전 세계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으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전쟁 당국(當國)인 두 나라가 서로 승리를 주장하며 휴전 조건을 놓고 입장이 서로 전혀 달라 종전(終戰) 합의가 순조로울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는 출구를 찾지 못해 진퇴양난에 빠진 미국이나 ‘초토화’와 ‘문명 파괴’ 위협에 마냥 버티기 어려운 이란이나 일단 최악의 확전은 피하고 보자는데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일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기 때문이다. 당장 합의를 도출한 ‘2주간 휴전’조차 제대로 지켜질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만에 하나라도 향후 협상이 틀어지면 더 치열해질 전쟁 양상과 확전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결국 휴전은 기만의 시간이 되고 국제사회의 좌절과 충격파 또한 커질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 안에 갇힌 우리 선원들을 무사히 구해내는 게 급선무(急先務)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적으로 침공하며 시작된 중동 전쟁은 지금껏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시로 말과 행동을 바꾸며 엇박자를 보여왔고, 이란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를 이란군과 조율한다는데, 이란은 ‘정부 따로, 군 따로’에다 혁명수비대까지 제각각인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2주간 휴전’이 종전(終戰) 합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핵농축 권리, 호르무즈 해협 관리, 전쟁 배상금 등 양국의 종전 조건은 그야말로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이번 ‘2주간 휴전’ 합의를 놓고도 미국과 이란이 서로 자기네 승리라고 자부하는 상황에서 뚜렷한 종전(終戰) 없이 장기 소모전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전쟁은 늘 예측 불가능하고 오판이 난무하기 마련인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잦은 변덕에다 이란 최고지도부의 불확실한 상황까지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양국(兩國)은 ‘2주간 휴전’ 세부 내용을 확정하기 위해 오는 4월 10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협상에 나선다. 하지만 양국(兩國)의 방점(傍點)은 서로 확연히 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고 안전한 개방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폭격과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이란 최고 국가안보회의는 “10개 항의 종전안을 미국이 전부 수용했다.”라고 주장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유지, 우라늄 농축 허용, 제재 해제, 전쟁 피해 배상 등이 담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 보유를 막으려 군사행동에 나섰는데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만큼 양국(兩國)의 간극(間隙)이 크고 골이 깊다는 얘기다.
이런 초(超) 불확실의 미래를 앞두고 한국으로선 한숨 돌릴 겨를이나 틈이 없다. 오히려 더욱 숨 가쁘게 움직여야만 하는 엄중하고 비상한 시점이다. 우리에겐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통항 보장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이란이 예고한 대로 통행세를 부과한다면 원유와 에너지 수송에 막대한 부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초 한국, 유럽, 일본을 비롯한 우방에 알아서 각자도생(各自圖生)하라고 떠넘겼다가 미국이 통행세를 걷겠다며 오락가락하고 있다. 당장 우리로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갇혀 있는 한국 선박 26척과 한국인 선원 170여 명을 포함해 선박 2,000여 척이 해협 안에 묶여 있는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 상황이다. 이들이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이란이 또 어떤 조건을 내걸지 모른다. 모두가 안전하게 빠져나오도록 하는 일이 화급(火急)한 최우선 급선무(急先務)다. 장기간 대기로 선박 상태가 악화하고 연료와 식량마저 고갈된 열악한 상황이다. 정부는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물론 관계국들과 협의해 우리 선박들이 안전하게 조기 귀환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일시적으로나마 어렵사리 열린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우리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총동원해 우리 선박의 안전한 귀항을 이뤄내야 한다. 그야말로 물 들어올 때 배 띄워야 할 급박한 상황임을 각별 유념하고 실행으로 답해야만 한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경제는 이미 직격탄을 맞았고 설령 전쟁이 끝나도 에너지 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기민하게 공조해 급변하는 중동 정세에 선제 대응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지 않으면 결단코 안 된다. 중동 전쟁 발(發) 에너지 충격과 공급망 위기는 에너지 수급난을 넘어 ‘산업의 쌀’인 나프타(Naphtha)부터 식량 생산에 절대적인 요소, 반도체에 필수적인 헬륨 브롬 등 핵심 소재까지 병목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이렇듯 국제사회는 뜻하지 않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적으로 침공하며 시작한 전쟁이 몰고 온 중동의 지정학 격변과 신질서에 서둘러 대처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앞으로도 세계 경제 안보의 심각한 ‘아킬레스건(Achilles 腱)’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는 원유 수입처 다변화, 호르무즈 해협 대체 공급선(供給線) 확보 등 직접 대책은 물론 해협의 자유 통항 관철을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공동 대응해야 한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지난 4월 8일 발표한 ‘미-이란 분쟁과 글로벌 물류경로 재편 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해상 물류 요충지에 대한 분산형 저비용 공격이 가능해지면서, 과거 효율성 중심으로 설계된 핵심축 집중형 에너지·물류 경로가 구조적 취약점으로 전환됐다.”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우리와 밀접한 해상 요충지로 파나마운하, 수에즈운하, 바브엘만데브해협, 호르무즈 해협, 믈라카해협 5곳을 지목했다. 이 가운데 호르무즈·바브엘만데브·수에즈 3곳은 중동에 밀집해 있어, 하나의 분쟁이 동시에 여러 병목 구간을 위협하는 구조라 지목한다. 산업연구원은 “이번 분쟁을 유가 충격과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단기적 대응을 넘어, 대체 물류경로와 중기 산업전환 전략을 함께 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체 물류망으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에 적극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2023년 9월 9일 주요 20개국(G20) 뉴델리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구상으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이 중동 지역과 인도를 인도-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유럽을 철도와 항로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중동의 불안정한 3대 해상 요충지를 우회하는 새로운 축을 만들려는 시도로 이미 경유국들과 미국이 참여 의사를 밝힌 만큼, 우리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중동산(産) 원유와 가스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추기 어렵다면, 운송 경로를 분산해 리스크(Risk)를 줄여나가야 함은 당연하다. 국제질서가 다극(多極) 체제로 전환되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믈라카해협 등 다른 해상 요충지도 언제든 지정학적 갈등의 장이 될 우려가 크다. 에너지 수입과 제조업 수출입 대부분을 해상 물류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선 이런 위기는 곧 생존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대체 에너지·물류망 구축에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하며, 이는 동시에 건설·인프라·제조·물류 기업에 새로운 해외 시장을 여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중동 전쟁이 촉발한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재생에너지 전환의 경제·안보적 필요성도 입증했다. 전쟁 추이와 무관하게 정부는 화석에너지 의존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호르무즈 해협 위기를 취약한 에너지 수급·소비 구조를 바꾸는 일대 대전환(大轉換)의 기회로 삼아야만 한다. 중국은 이미 2010년대부터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해상뿐 아니라 파키스탄·중앙아시아 등을 잇는 육지 경제회랑을 다층적으로 구축해 왔다. 중견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 역시 중·장기적인 대체 경제회랑 구축을 국가 차원의 의제로 삼아 적극적·공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자칫 호르무즈 해협이 특정국의 ‘통행세 징수 구역’으로 고착(固着)된다면 에너지 수입의 7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의 뱃길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엔 커다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젠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 문제는 더는 남의 일이 결단코 아니다. 정부는 신속한 종전(終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적인 행보와 보조를 맞춰가는 동시에, 포스트(Post) 중동 전쟁 시대의 해협 질서 재편에 선제적·공격적으로 참여하고 대비해야만 한다. 국제해사기구(IMO)와 공조해 자유항행 원칙을 견고하고 굳건히 고수하는 한편, 향후 주요 해협 관리 체계 논의 과정에서 주요 이용국(利用國)의 자격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당당히 요구해야만 한다. 호르무즈 해협과 직결된 우리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 앞으로 ‘2주간 휴전’의 골든타임(Golden time)을 놓치고 허비하는 치둔(癡鈍)의 우(愚)를 범하지 말고 모든 외교 역량을 총 집주(集注)하여 쏟아붓는 의연하고 담대하고 분투하는 결기(決起)를 보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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