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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근종 칼럼] 26조 2천억 규모 '전쟁 추경' 통과, 신속 집행으로 위기 ...

실제로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의 64.7%를... 한국의 반도체 및 중공업 분야 주가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전했다. 또 투자자들은 에너지 공급 중단이 생산...

[박근종 칼럼] 26조 2천억 규모 '전쟁 추경' 통과, 신속 집행으로 위기 ...

고유가 충격에 생계가 막막해진 빈곤층을 선별하여 두텁고 후하게 지원하는 게 바람직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중동 전쟁이 세계 경제에 영구적인 손상을 남길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9일(현지 시각)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워싱턴DC IMF 본부 연설에서 “새로운 평화가 지속되더라도 성장 속도는 더뎌질 것”이라며,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예전 상태로 완벽하게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파티 비롤(Fatih Birol)’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도 지난 4월 7일(현지 시각) 미국·이란 전쟁에 대해 “1970년대 오일 쇼크,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심각한 세계사적 위기”라며 “당장 오늘 전쟁이 종결된다 해도 세계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에너지 공급망을 정상화하는 데는 향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 공급망 정상화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고, 그 결과 세계 경제가 고물가·경기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교훈은 “에너지 시스템의 황금률(黃金律 │ Ggolden rule)은 바로 다각화(Diversification)를 들 수 있다. 단일 국가나 단일 경로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된다. 또 자국 내에서 에너지를 최대한 생산해야 한다.”란 뼈아픈 결론을 얻었다. 중동 전쟁의 불똥이 한국 경제를 흔들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주요국 중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구조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이번 사태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미국 싱크 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4월 2일(현지 시각) 발표한 ‘숫자로 본 이란 분쟁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The Economic Impact of the Iran Conflict on South Korea: By the Numbers)’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이란 분쟁 이후 한국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비(非) 교전 국가는 없다.”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주요 자원 대부분을 중동 지역, 특히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핵심 배경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의 64.7%를 카타르에서 들여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202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는 주요 경제국 중 가장 가파른 하락 폭이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에너지 가격 폭등을 반영해 2.7%로 0.9%포인트나 대폭 상향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2.1%)와 UBS(2.0%)를 제외한 나머지 IB 6곳이 모두 전망치를 2.0% 중반대로 높였고 바클리는 1.9%에서 2.5%로, 씨티는 1.9%에서 2.6%로, 골드만삭스는 1.9%에서 2.4%로, JP모건은 1.7%에서 2.6%로, HSBC는 2.1%에서 2.3%로, 노무라는 2.1%에서 2.4%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4’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경제 위기를 넘어선 ‘에너지 안보의 붕괴’로 규정하며 에너지 집약 산업인 한국의 반도체 및 중공업 분야 주가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전했다. 또 투자자들은 에너지 공급 중단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패닉 셀링(Panic Selling │ 공황 매도)’에 나섰다고 부언했다. 나아가 헬륨 등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희귀 가스 공급망이 중동 분쟁으로 위협받으면서, 대만과 함께 한국의 반도체 생산 라인이 장기적인 셧다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와중에 중동 전쟁 발(發) 고유가·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복합위기(Complex crisis)가 갈수록 증폭되면서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뜻하는 ‘스태그 플레이션(Stagflation │ Stagnation + Inflation)’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다행히 여·야는 지난 4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무엇보다 추가경정예산안은 속도가 생명인데, 여·야가 대승적 차원에서 조속히 처리에 나선 것이라 참으로 다행스럽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신속히 집행해 미국과 이란이 촉발한 중동 전쟁의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고 흔들리는 민생경제를 품고 보듬어야만 한다. 따라서 이번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은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고유가·고물가 파고가 덮친 상황이어서 지극히 당연하고 참으로 불가피했다. 재원 역시 법인세와 증권거래세 급증 등 초과 세수를 기반으로 마련돼 재정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지역 민원성 증액을 요청했으나 총액을 정부 원안대로 유지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다.

추가경정예산의 핵심 사업 중 하나는 고유가 부담 완화 차원에서 ‘소득 하위 70%’ 3,580만 명에게 1인당 10만∼60만 원씩 피해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은 정부 원안이 유지됐다. 하위 70%라지만 대상엔 중산층까지 포함된다. 야당에서는 애초 지방선거를 의식한 현금 살포라며 반대했지만, 어려운 민생경제를 고려해 수용하기로 했다. 애초 지원이 미흡했던 분야의 증액도 타당하다. 농어민의 유류 부담 완화 예산 2,000억 원,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케이(K)-패스 50% 할인 예산 1,000억 원, 나프타(Naphtha) 수급 안정화 예산 2,000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뜻을 모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주신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말했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쟁 핑계 추경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또한 민생에 필요한 부분이 있으니, 합의 처리하는 게 야당으로서도 필요한 자세”라고 말했다.

문제는 추가경정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고유가 충격에 생계가 막막해진 빈곤층을 선별하여 더욱더 두텁고 후하게 지원하는 게 바람직했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거의 원안대로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여간 다행스럽다. 당장 추경을 통해 지원해야 할 정도로 시급한 사안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수급 차질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대규모 송전선로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인프라(Infra)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예산부터 쏟아붓는 건 순서가 맞지 않는다. 중동 전쟁은 에너지 대전환의 시급성(時急性)을 일깨웠다. 화석연료와 원자력, 재생에너지 간 균형이 중요하다. 태양광·풍력에만 매달릴 일도 아니다.

하지만 현재 경제 상황이 그다지 녹록지 않다. 고유가로 물가는 치솟고 성장은 둔화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 4월 10일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인 2.0%를 밑돌고, 물가는 2%대 중후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아직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으나, 중동 전쟁이 장기화(長期化)할 경우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환율·물가·성장 등 주요 거시지표가 모두 불안한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결국 지금은 재정정책이 경기 대응의 주요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젠 공이 정부로 넘어 온 만큼 정부는 추경 자금의 신속한 집행으로 민생안정과 피해 기업의 경영 부담 완화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석유 비축 물량 확대, 나프타 등 필수 원자재의 수급 안정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동시에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에너지 전환 작업에도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

특히 이번 추가경정예산은 빚 없는 추가경정예산이며 1조 원은 국채 상환용이다. 추가경정예산이 30조 원 가까이 불어나면 국채 상환은커녕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지난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한 국가 채무(D1)가 지난해 1,304조 5,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1,300조 원을 넘어섰다. 2017년 660조 원이던 나랏빚이 8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전년보다 129조 4,000억 원이나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9.0%로 5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나라의 실질적인 수입과 지출 상황을 보여 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04조 2,000억 원 적자를 기록하며 2년 연속 100조 원대를 넘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2년 연속 100조 원대를 웃돈 것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시기에도 없었던 일로 대규모 빚더미를 떠안은 국가 살림이 고착화(固着化)하고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무엇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재정 건전성은 ‘최후의 보루’다. 중동 전쟁은 우리 경제의 취약성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 줬다. 여·야는 나랏돈을 쌈짓돈처럼 쓸 궁리를 할 게 아니라 재정 건전성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만 하는 비상한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 4월 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고물가 환경 속에서 단기적인 부담을 분산하려는 소비자들의 할부 수요는 당분간 유지될 조짐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생·고령화에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재정 건전성마저 흔들리면 당장 국가신용도가 위험해진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9일부터 소위원회에서 항목별 증감액을 심사한다. 지방 선거용 선심성 예산은 단 1원도 남기지 말아야만 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퍼주기로 국고를 낭비한다는 지적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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