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준법투쟁 장기화…생산 차질·신뢰도 우려
카카오 노조도 단체행동 예고…성과보상 갈등 고조
인천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박상현 김주환 기자 =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 강행 수순에 돌입한 가운데 바이오·정보기술(IT) 업종에서도 노사가 첨예하게 갈등을 빚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사측과 벌여온 임단협 협상에서 임금 인상, 인사 제도 개선 등과 관련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이달 1∼5일 전면 파업을 실시한 데 이어 지난 6일부터 연장·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형태로 준법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 노사는 성과 보상 체계를 놓고 이견을 노출하고 있는데, 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되면 노조가 단체행동 수위를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 노사 대화 정체…생산 차질 이어져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는 지난해 임직원 개인 정보가 사내에서 유출된 이후 단체협약 보완 등을 촉구하며 사측과 대립했고, 작년 12월부터 사측과 임단협 교섭을 했으나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에 쟁의행위에 나선 노조는 지난달 28∼30일 부분 파업에 이어 이달 1∼5일 2천800여명이 참여한 전면 파업을 단행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원은 약 4천명이다. 이 업체 노조의 파업은 2011년 창사 이래 최초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측은 이달 5일까지 진행된 쟁의행위에 따른 손실을 약 1천5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생산 공정은 준법 투쟁 지속 영향으로 계속해서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1인당 격려금 3천만원 지급, 평균 14% 임금 인상,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과 공정한 인사기준 수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6.2%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 파업' 펄럭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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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양측의 간극이 큰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지난 8일 고용노동부와 함께 3자 면담을 진행했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교섭이 결렬될 경우 2차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화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인식도 나타내고 있다. 사측도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바라고 있다.
다만 노조 관계자는 "8일 노사정 미팅 이후 사측과 간단한 연락은 하고 있다"면서도 "특별히 진전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 노조의 준법 투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 소속이고,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요 주주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삼성 노조 움직임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회사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행위는 할 수 있지만, 인사 조처 개선은 사측이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며 "노조 집행부가 너무 강성으로 나가면 구성원들의 반발심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승훈 인하대 바이오제약공학과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다국적 제약사 위탁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이 제품이 생명과 직결된 바이오 의약품이라는 점에서 노사 갈등과 노조 파업이 신뢰도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교수는 "어떤 이유로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정이 멈추면 품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환자가 적시에 의약품을 공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국적 제약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생산을 위탁하는 배경에는 한국과 삼성이 지닌 이미지가 있다"며 "파업은 단순한 노사 간 문제가 아니라 신인도를 낮출 중대한 사안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성과 보상 이견…파업 가능성 촉각
카카오 노사는 올해 임금 협약을 둘러싸고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성과 보상 체계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IT 업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카카오의 올해 임금 협약 교섭이 결렬되자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카카오 노사 간 핵심 쟁점은 연봉 인상률과 성과 보상 체계로 압축된다.
연봉 인상률의 경우 노사 간 이견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카카오의 연봉 인상률이 지난해보다 높은 6.8∼6.9%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성과 보상 체계를 두고는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4%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조는 교섭 결렬 원인이 성과급 요구에만 있다는 해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
노조는 최근 일각에서 거론된 '영업이익 10%대' 성과급 안에 대해 "교섭 과정에서 회사가 제안해 검토됐던 여러 안 중 하나일 뿐 노동조합의 요구안이나 교섭 결렬의 핵심 쟁점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년간 회사가 높은 실적을 내는 동안 직원에게는 제한적 보상만 배분됐다며 편향된 성과 배분 구조와 일방적 의사결정 방식이 근본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노동시간 초과 문제와 직장 내 괴롭힘 의혹 대응 미흡, 구성원 대상 포렌식 동의 강요 등도 주요 갈등 요인으로도 지목했다.
카카오 판교 아지트
[연합뉴스 자료 사진]
노조는 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될 경우 오는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연 뒤 파업 찬반 투표 등 내부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해서 조정 신청과 결의대회 예고가 곧바로 파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위원회 조정 결과와 노조 내부 의결 절차에 따라 실제 쟁의행위 여부가 결정된다.
또한 카카오 본사 차원의 전면 파업까지 간 사례가 드문 데다 같은 플랫폼 업계의 네이버가 임금 협상을 타결한 점도 카카오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조정 절차나 추가 교섭 과정에서 극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향후 진행될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노조와 대화 창구를 항상 열어두고 원만한 합의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장기간 불황을 겪어온 게임업계는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다.
국내 게임사 중 시가총액 1위인 크래프톤은 노동조합이 없고, 매출 1위인 넥슨은 이미 지난 3월 노사가 기본급 6% 인상에 합의하며 임금 협상을 마쳤다.
엔씨 노사도 지난 13일 평균 연봉 300만원 인상을 골자로 임단협을 체결했다.
하지만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AI 도입으로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넥슨 자회사 네오플 노조가 지난해 게임업계 최초로 파업한 사례가 있어 향후 일부 기업에서 노사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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