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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밀정에게 잡히면 감옥행"…아이들이 직접 뛴 독립운동 체험

광복절을 맞은 포항 장기면 학삼서원이 하루 동안 ‘독립운동 체험장’으로 변했다.

"밀정에게 잡히면 감옥행"…아이들이 직접 뛴 독립운동 체험

포항 학삼서원서 가족 30여 명 광복절 역사체험

김구 친필 현판 찾기·군자금 전달 역할극으로 독립운동 배워

▲ 15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 학삼서원에서 국가유산 활용사업 ‘장기향교, 태극마크 달다’ 세 번째 프로그램인 ‘코드명 학 세마리’가 열렸다. 장기발전연구회 제공

광복절을 맞은 포항 장기면 학삼서원이 하루 동안 ‘독립운동 체험장’으로 변했다.

아이들은 태극기를 직접 그려 머리에 둘렀고, 부모와 함께 서원 곳곳을 누비며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현판을 찾아냈다. 암호를 풀어 군자금을 전달하다 ‘밀정’에게 붙잡혀 감옥에 갇히는 역할극도 이어졌다. 책으로만 접하던 독립운동사가 놀이와 미션을 만나면서 가족들이 몸으로 기억하는 역사 체험으로 바뀌었다.

16일 장기발전연구회에 따르면 광복 81주년인 지난 15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 학삼서원에서 국가유산 활용사업 ‘장기향교, 태극마크 달다’ 세 번째 프로그램인 ‘코드명 학 세마리’가 열렸다.

행사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 30여 명이 참여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 동안 역사 강의와 독립군 미션, 전통문화 체험을 함께했다.

프로그램은 단순한 역사 설명보다 학삼서원이라는 실제 공간에 남아 있는 문화유산을 직접 찾아보고 활용하는 방식으로 짜였다.

이상준 포항문화원 부원장은 먼저 참가자들을 서원 마루에 앉혀 조선시대 지방 교육기관인 향교와 서원의 역할과 차이를 설명했다. 특히 학삼서원에 걸려 있는 백범 김구 선생 친필 현판 두 점과 관련된 이야기가 소개되자 아이들은 워크북에 내용을 적으며 관심을 보였다.

강의가 끝나자 분위기는 ‘수업’에서 ‘작전’으로 바뀌었다. 참가자들은 가족별로 의병단을 꾸리고 흰 천에 태극 문양과 건곤감리 괘를 직접 그렸다. 부모가 자를 대 선을 그으면 아이가 빨강과 파랑으로 색을 채우며 태극기를 완성했다.

완성한 태극기 머리띠를 이마에 두른 아이들 가운데는 직접 ‘광복군’이라는 글씨를 써넣은 참가자도 있었다.

이어진 첫 임무는 학삼서원에 걸린 6개 현판 가운데 김구 선생의 친필 현판 두 점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강학당과 사당을 오가며 앞서 들은 설명과 워크북의 단서를 토대로 현판의 글씨를 하나씩 비교했다.

역사적 사실을 먼저 듣고 곧바로 실제 문화유산에서 그 흔적을 찾아보도록 구성하면서 강의와 현장 체험을 연결한 셈이다.

가장 긴장감이 높았던 것은 ‘군자금 전달’ 미션이었다. 암호를 풀어 임무를 수행하던 참가자가 진행요원이 맡은 밀정에게 발각되면 ‘장기 주재소’로 설정된 감옥에 갇히도록 해 독립군의 비밀 활동을 역할극으로 풀어냈다.

아이들이 미션에 빠져드는 동안 부모들도 단순한 보호자에 머물지 않았다. 함께 단서를 찾고 태극기를 만들며 하나의 ‘독립군 팀’으로 움직였다.

미션이 끝난 뒤에는 장기지역 특산물인 친환경 단호박을 넣은 떡메치기가 이어졌다.

노랗게 물든 떡 반죽을 놓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떡메를 내리칠 때마다 서원 마당에 ‘쿵’ 소리가 울렸고 참가자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독립운동이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지역 농산물과 전통 체험까지 연결해 가족 프로그램으로 풀어낸 것이다.

행사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아이가 오늘처럼 세 시간을 집중하는 걸 처음 봤다”며 “그냥 듣는 역사가 아니라 뛰고 풀고 만드는 역사라 몸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국가유산을 단순히 보존하거나 관람하는 공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아이들이 직접 이야기에 참여하는 교육 공간으로 활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광복절 당일 태극기 만들기와 독립군 역할극을 결합하면서 어린 참가자들이 광복과 독립운동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했다.

이종길 장기발전연구회 회장은 “장기는 지도에서 찾기도 어려운 작은 고을이지만 이 땅에 새겨진 충의와 독립의 역사는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자산”이라며 “역사를 잇는 민족에게 미래가 있다는 믿음으로 남은 프로그램도 정성껏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장기발전연구회는 다음 달 13일 장기향교와 장기읍성에서 네 번째 프로그램 ‘물고기, 용쓰면 용된다’를 운영한다. 향교 건물에 새겨진 용과 물고기 문양을 찾아 ‘등용문’에 담긴 의미를 알아보고 선비의 상징인 갓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으로 진행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회차별 2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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