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세대교체·행동력·정치력·입법전문성 앞세운 5인 5색 경쟁
지속가능 도시 전략 제시… 교육·일자리·교통·의료 해법 경쟁
공약보다 더 센 건 ‘검증’… 세종시장 토론, 해법 충돌
6·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세종특별자치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합동 토론회가 열리면서, 본선행을 둘러싼 당내 경쟁이 본격화됐다.
조상호, 고준일, 김수현, 이춘희, 홍순식 5명의 예비후보는 모두 세종시 발전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약속했지만, 토론이 진행될수록 차이는 공약의 종류보다 이를 실현하는 방식과 정치적 설득력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세종특별자치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합동 토론회가 3일 열리면서, 본선행을 둘러싼 당내 경쟁이 본격화됐다/ 캡쳐-민주델리
이번 토론은 형식상 정책 경쟁의 장이었지만, 실제로는 ‘행정수도 완성’을 누가 가장 현실적으로 해낼 수 있느냐를 가리는 리더십 검증 성격이 강했다.
세종의 미래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지만, 각 후보가 내세운 강점과 접근 방식은 분명히 갈렸다.
▶ 각기 다른 출발선… 후보들은 자신을 어떻게 규정했나
모두발언에서부터 후보들은 각자의 정치적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조상호 예비후보는 세종의 인구와 경제, 일상이 멈춰 있다는 시민들의 체감 위기를 전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앞세웠다. 고준일 예비후보는 자신을 “세종이 키운 진정한 세종의 아들”로 규정하며 젊은 돌파력과 현장성을 강조했다.
김수현 예비후보는 1인 시위와 삭발을 언급하며 행동력과 개혁성을 자신의 브랜드로 내세웠고, 이춘희 예비후보는 오랜 행정 경험과 시정 정상화 능력을 부각했다. 홍순식 예비후보는 세종의 위기를 시정 실패로 규정하며 자신을 입법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이 장면은 이후 토론의 흐름을 예고했다.
즉, 이번 경선은 단순히 공약을 얼마나 많이 내놓느냐의 경쟁이 아니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세종을 이끌 적임자인지를 놓고 벌어지는 이미지와 신뢰의 경쟁이라는 점이 초반부터 확인됐다.
조상호 더불어민주당 세종특별자치시장 예비후보/ 캡쳐-민주델리
▶ ‘행정수도 완성’ 공감대… 그러나 방법론은 달랐다
첫 번째 공통질문은 행정수도 완성 방안이었다. 다섯 후보 모두 이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지만, 해법은 서로 달랐다.
고준일 예비후보는 헌법 명문화, 미이전 부처 이전, 글로벌 경제자족 특구 조성, 국회 세종의사당 및 대통령 집무실 주변 국가상징공원 조성 등을 4대 과제로 제시했다.
여기에 외교단지, 세종아레나, 유튜브 크리에이터 축제, 도심공항터미널, BRT 지하화 등을 덧붙이며 행정수도를 넘어 문화와 즐거움이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젊은 후보답게 가장 역동적인 그림을 내놨지만, 동시에 가장 강한 현실성 검증을 받게 될 공약들이기도 했다.
김수현 예비후보는 행정수도특별법 제정과 개헌, 세종특별시법 제정을 중심으로 한 법·제도 중심 접근을 폈다. 세종시장이 정부 직속 추진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다만 토론 전체 흐름에서 김수현 예비후보의 강점은 조문과 법률의 구체성보다 “싸워서라도 성과를 내겠다”는 정치적 태도에서 더 강하게 전달됐다. 결과적으로 정책의 설계보다 추진 의지가 더 선명하게 부각된 셈이다.
이춘희 예비후보는 개헌과 특별법, 그리고 대통령실·외교단지·법조단지·미디어 클러스터 등 후속 기반시설 준비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안정적이고 행정 경험이 묻어나는 답변이었지만, 동시에 “왜 다시 이춘희인가”라는 질문도 피하지 못했다. 행정 경험은 분명 자산이지만, 경선에서는 때로 변화 요구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목이다.
이춘희 더불어민주당 세종특별자치시장 예비후보/ 캡쳐-민주델리
홍순식 예비후보는 특별법 통과를 추진하되, 동시에 개별 부처와 연구기관, 공공기관을 선제적으로 이전시키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행정수도특별법이 지연될 가능성을 전제로 가능한 것부터 옮겨 도시 기능과 상권을 살리자는 접근인데, 이번 토론에서 가장 현실론적인 문제의식으로 읽혔다.
다른 후보들이 대체로 “특별법이 통과되면” 이후를 설명할 때, 홍순식 예비후보는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정치 현실을 먼저 꺼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었다.
조상호 예비후보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와의 연계를 강조하며 지금이 행정수도 완성의 골든타임이라고 주장했다. 개헌과 특별법을 함께 추진하고, 교육·의료·외교·문화 등 행정수도 기능을 기본계획에 담겠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와의 네트워크를 앞세운 점은 강점이지만, 반대로 세종 자체 비전보다 정치적 연결 능력이 먼저 부각된다는 인상도 남겼다.
▶ 주도권 토론 본격화… 정책 검증에서 정치 공방으로
주도권 토론에 들어가자 분위기는 뚜렷하게 달라졌다. 이때부터는 공약 발표보다 후보 개인의 이력과 정치적 신뢰를 검증하는 장면이 늘어났다.
김수현 예비후보는 이춘희 예비후보를 향해 지난 지방선거 패배 책임과 재출마 정당성을 직접 거론했고, 청춘조치원 프로젝트의 실효성도 문제 삼았다. 이는 단순한 공격을 넘어, 이번 경선의 핵심 질문을 압축한 것이기도 했다.
김수현 더불어민주당 세종특별자치시장 예비후보/ 캡쳐-민주델리
경험 많은 후보가 다시 등장했을 때 유권자가 가장 먼저 묻는 것은 결국 “그동안 왜 충분히 해내지 못했는가”이기 때문이다.
이춘희 예비후보는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기반 조성의 의미를 설명했지만, 수세적 인상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김수현 예비후보는 또 조상호 예비후보에게 경제부시장 시절 기업 유치나 공실 문제 해결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물었다.
조상호 예비후보는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민생 대응에 주력했다고 설명했지만, 이 장면은 세종시장 경선이 이미 ‘구호 경쟁’이 아니라 ‘성과 검증’의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줬다.
과거 경력이 화려할수록, 그 자리에서 실제 무엇을 남겼는지에 대한 검증도 더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 현실적인 비판과 세대교체의 필요성
홍순식 예비후보의 공세는 비교적 또렷한 문제의식을 가졌다. 그는 이춘희 예비후보의 특별법 관련 인식에 대해 실제 법안 조문과 입법 절차를 거론하며 반박했고, 김수현 예비후보의 삭발 정치에 대해서도 상징성과 실효성을 분리해 질문했다.
특히 결연한 의지와 결과를 만드는 로드맵은 별개라는 지적은, 이번 토론 전체를 통틀어 가장 현실적인 비판 중 하나였다. 감정과 상징이 아니라 결과 중심 프레임으로 토론을 끌고 가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다.
고준일 예비후보는 이춘희 예비후보를 향해 과거 함께 일했던 인물들이 이제는 경쟁자가 되어 시정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리더십과 인사 문제를 제기했다. 또 김수현 예비후보에게는 정치적 신뢰를, 조상호 예비후보에게는 경제부시장 시절 대표 성과를 물었다.
고준일 더불어민주당 세종특별자치시장 예비후보/ 캡쳐-민주델리
전체적으로는 “이제는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유지하는 데 집중한 모습이었다. 다만 고준일 예비후보 역시 공격은 선명했지만, 자신의 대형 공약들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재정과 실행 설명은 향후 더 보완해야 할 과제로 남겼다.
▶ 교통·도시개발 공약 검증… 화려한 비전일수록 숫자가 중요하다
조상호 예비후보는 김수현 예비후보의 조치원 복합환승센터 구상과 고준일 예비후보의 BRT 지하화 공약을 집중적으로 검증했다. 특히 BRT 지하화의 재원 문제를 짚은 것은 이번 토론에서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고준일 예비후보는 사업비를 약 5천억~6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한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곧바로 향후 공약 검증의 핵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수치다.
토론에서는 과감한 비전이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선거가 깊어질수록 숫자는 가장 냉정한 검증 도구가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방은 세종시장 경선이 이미 추상적 비전 경쟁을 넘어 예산과 실행력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 지속가능 도시 전략 경쟁… 방향은 비슷했지만 구체성은 숙제
두 번째 공통질문인 지속가능 도시 전략에서는 다섯 후보 모두 교육, 일자리, 교통, 의료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춘희 예비후보는 고령인구의 사회 참여 확대, 교육 여건 개선, 4·5·6생활권 기능 확충을 통한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홍순식 예비후보는 임기 내 인구 5만 순증 프로젝트를 제시하며 수도권 인구 유입과 정주 여건 개선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상호 예비후보는 청년 정주 5대 조건과 종합국립대·한예종 유치, 첨단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다.
홍순식 더불어민주당 세종특별자치시장 예비후보/ 캡쳐-민주델리
고준일 예비후보는 세종형 실리콘밸리와 충청권 메가시티 전략, 교육·보육·의료 인프라 확충을 제시했다.
김수현 예비후보는 AI·데이터 산업단지, 국제컨벤션 단지, 조치원 뉴시티 프로젝트, 공영공사 설립, 돌봄 확대와 문화예술인 기본소득 등을 약속했다.
후보별 차이는 있었지만, 이 대목은 동시에 이번 토론의 한계도 보여줬다. 방향은 모두 그럴듯했지만, 상당수 공약은 여전히 ‘비전’ 단계에 머물렀다.
교육·의료·교통·산업을 모두 강화하겠다는 약속은 세종시민에게 익숙한 약속이기도 하다. 결국 유권자가 보게 될 것은 누가 더 많은 것을 말했느냐보다, 누가 더 적게 말하더라도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느냐일 가능성이 크다.
▶ 마무리 발언에서도 확인된 5인 5색
마무리 발언에서 홍순식 예비후보는 현장에서 문제를 느끼고 해법을 찾아온 사람임을, 조상호 예비후보는 젊고 강한 추진력과 정치 네트워크를, 고준일 예비후보는 조치원 대개조와 도시개발공사 설립을, 김수현 예비후보는 혁신·개혁 리더십을, 이춘희 예비후보는 행정수도 완성과 시정 정상화를 동시에 해낼 검증된 리더십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결국 이번 토론은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대의를 두고 다투는 자리가 아니라, 그 대의를 누가 더 빠르고 현실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지 겨루는 자리였다.
세종에서 이제 “행정수도를 할 것인가”는 더 이상 쟁점이 아니다. 진짜 질문은 “누가 더 신뢰 있게, 더 실제로 완성할 수 있느냐”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민주당 세종시장 경선은 공약 경쟁을 넘어 실행력과 검증의 싸움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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