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미의 보석상자] (119)
설렘 담은 순백의 보석들
바다의 선물 진주와 문스톤
다채로운 오팔의 무지갯빛
영원한 사랑의 상징 다이아
진주 반지를 중심으로 (왼쪽부터)문스톤, 다이아몬드, 화이트 오팔 나석을 재현한 이미지 /진주 반지(끌라무아 비스포크 제공), 민은미
달력에는 수많은 기념일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색의 이름이 붙거나 자연스럽게 색이 연상되는 기념일이 있다는 것이다. 발렌타인데이를 떠올리게 하는 레드, 연인이 없는 이들이 짜장면을 먹는 날로 알려진 블랙데이, 그리고 그사이에 자리 잡은 3월 14일 화이트데이가 그렇다.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는 날에 왜 화이트라는 컬러를 택했을까.
새하얀 웨딩드레스가 순수한 사랑을 상징하듯 순백의 이미지는 언제나 설렘과 시작을 담고 있다.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시작되는 이 계절, 화이트데이가 사랑을 전하는 날로 기억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보석의 세계에서도 화이트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같은 흰색이라도 저마다 전혀 다른 표정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 화이트데이를 닮은 보석들로 진주·문스톤·오팔·다이아몬드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속에 담긴 순백의 네 가지 얼굴을 따라가 본다.
진주, 바다에서 태어난 순백
14㎜대 남양 진주 반지. 남양 진주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 반지는 밴드 위 정교하게 세팅된 다이아몬드가 진주의 은은한 광택을 더 부각한다. /끌라무아 비스포크
보석 가운데 바다의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특별한 보석이 바로 진주다. 진주는 조개 속으로 들어온 작은 이물질을 감싸며 만들어진다. 조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물질에 진주층을 한 겹 한 겹 쌓아 올리고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 은은한 광택을 지닌 보석으로 탄생한다. 진주는 시간과 건강한 생명체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진주의 아름다움은 두 가지에서 완성된다. 하나는 표면에서 반사되는 광택인 러스터(Luster)이고, 다른 하나는 진주층에서 나타나는 은은한 무지갯빛 간섭색인 오리엔트(Orient)다. 이 둘이 어우러질 때 진주는 다른 보석들과는 전혀 다른 깊이 있는 신비로운 광택을 띠게 된다. 그래서 진주의 흰색은 다른 보석처럼 눈부시게 반짝이기보다 부드러움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차분하고 깊은 감정으로 남는 사랑을 연상시킨다.
문스톤, 달빛을 담은 화이트
‘빈티지 문스톤 플라워 브로치’ /langantiques 홈페이지
이름에서부터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보석 문스톤(Moonstone)이 있다. 완전히 흰색이라기보다 은은한 빛을 머금은 문스톤의 색은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떠올리게 한다. 문스톤은 빛이 스며들면 표면 아래에서 푸른색 또는 은백색의 광채가 은은하게 떠오르는 독특한 광학 효과를 지닌다. 이를 아둘라레센스(Adularescence)라고 부른다. 마치 달빛이 물결처럼 흐르는 듯한 인상을 준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문스톤을 달의 신이 남긴 돌이라고 믿었고 인도에서는 행운과 사랑을 가져다주는 보석으로 여겼다. 강렬하게 빛나기보다 조용히 번지는 빛, 그것이 문스톤이 가진 매력이다. 화이트데이의 순백이 달빛처럼 은은하게 마음에 스며드는 이유도 어쩌면 이 보석과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팔, 무지개를 품은 화이트
‘블랙 오팔 목걸이’. 원석이 지닌 비정형적인 실루엣을 살리기 위해 핸드 카빙으로 섬세하게 모양을 잡아 금속의 유려한 흐름 위에 그린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를 배치하여, 오팔의 신비로움을 극대화했다. /끌라무아 비스포크
흰색 계열 보석 가운데 독보적으로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오팔(Opal)이다. 오팔의 색은 매우 다양하며 바탕색(Body Color)에 따라 블랙 오팔·파이어 오팔 등 종류가 구분된다. 이중 흰색 또는 밝은 바디 컬러를 가진 것을 화이트 오팔(White Opal)이라고 부른다. 화이트 오팔은 겉보기에는 담백한 흰색이지만 빛을 받는 순간 내부에서 빨강·초록·파랑 등 총천연색이 나타난다. 이를 플레이 오브 컬러(Play of color)라고 한다.
고대 로마에서는 오팔을 모든 보석의 색을 담은 완벽한 돌이라고 불렀다. 겉으로는 한 가지 색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무수한 색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순백의 바탕 속에 숨겨진 무지개의 세계가 펼쳐지는 오팔은 보는 각도와 빛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색의 움직임이 마치 감정의 변화처럼 다채롭다.
다이아몬드, 빛의 결정체
‘쓰리 로(3-Row) 반지’. 비스포크 디자인의 묵직한 조형미로 인해 0.3캐럿~0.5캐럿 다이아몬드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선사한다. /끌라무아 비스포크
화이트 보석의 이야기는 결국 다이아몬드(Diamond)에서 절정을 맞는다. 사실 다이아몬드는 단순한 흰색이라기보다 빛을 강하게 굴절시키고 분산시키는 투명한 결정체다. 맑은 결정 속으로 들어온 빛은 수많은 면을 따라 반사되고 분산되며 눈부신 광채를 만들어낸다. 핑크나 블루 같은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를 제외하면, 가장 가치 있는 다이아몬드는 색을 거의 지니지 않은 무색 투명에 가까운 상태이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보석 세계에서는 화이트 계열을 대표하는 보석으로 여겨진다. 업계에서는 이를 ‘화이트 다이아몬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다이아몬드는 자연에서 가장 단단한 광물이라는 특성 덕분에 오래전부터 영원한 사랑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결혼반지의 대표적인 보석이 되었다. 단단함과 영원성, 그리고 눈부신 빛이 하나의 보석 안에 함께 담겨 있는 셈이다. 다이아몬드 외에도 맑고 깨끗한 사파이어, 얼음처럼 투명한 광채를 보여주는 토파즈, 그리고 오래전부터 수정이라 불리며 사랑받아 온 록 크리스털 역시 대표적인 무색 투명 보석들이다.
‘다이아몬드 반지와 목걸이’. 전설적인 여제의 고고한 기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으로, 직선적인 사각의 절제미와 묵직한 볼륨감은 자신을 향한 깊은 신뢰와 내면의 힘을 상징한다. /끌라무아 비스포크
흰색은 아무 색도 없는 색이 아니라 모든 빛이 모여 만들어진 색이다. 순백의 보석 세계 역시 서로 다른 얼굴과 표정을 지닌 다양한 보석들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 흰색으로 보이지만 그 색과 분위기는 저마다 다르다. 어떤 것은 눈처럼 순수하고, 어떤 것은 달빛처럼 은은하며, 또 어떤 것은 하늘에 걸린 무지개처럼 다채롭다. 흰색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빛이 숨겨져 있는지, 보석이 그 답을 보여준다.
☞오리엔트(Orient)=진주층 표면 아래에서 우러나오는 은은한 무지갯빛 간섭색을 의미한다. 러스터(광택)와 함께 진주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아둘라레센스(Adularescence)=보석 내부에서 빛이 산란되어 마치 달빛이 물결치는 듯한 푸른색이나 은백색 광채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스톤의 대표적인 광학 효과다.
여성경제신문 민은미 주얼리 칼럼니스트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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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은미 주얼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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