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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래 뺏겼다” 다중위기 Z세대…요구 달라도, 방식은 ‘거리’뿐

세계 곳곳의 청년들이 변화를 요구하며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럽의 프랑스부터 알바니아, 아시아의 인도와 남미의 에콰도르까지 각 대륙 여러 국가에서 대규모 시위가 진행 중이다.

세계 동시다발 청년 시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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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벨기에·이탈리아…유럽 전역을 삼킨 시위

19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경찰관들이 부분적 통행금지가 시행되는 가운데 순찰을 돌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학생시위에서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자 시위대가 흩어지고 있다(가운데). 지난 1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공공 서비스 상태와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에서 시위대가 잔해가 널린 거리를 달려가고 있다. AFP·로이터연합뉴스

유럽 전역에 아시아·남미까지

10여개국서 대규모 거리 시위

주거·실업·물가·기성 정치 등

총체적 좌절감에 ‘변화’ 갈망

“다양한 연대·제도 정치 전환을”

세계 곳곳의 청년들이 변화를 요구하며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럽의 프랑스부터 알바니아, 아시아의 인도와 남미의 에콰도르까지 각 대륙 여러 국가에서 대규모 시위가 진행 중이다. Z세대의 저항 움직임이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데는 이들이 겪는 ‘다중 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다양한 집단과 연대하고, 정치 참여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의 학생들이 교육 환경 개선을 외치며 거리에 섰을 때 알바니아 티라나에서는 수천명의 청년이 모여 에디 라마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전날 인도 뉴델리에서는 청년운동단체 ‘바퀴벌레국민당’(CJP) 주도로 유권자 명단 삭제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150명 이상이 구금됐다. 그 하루 전에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대학생 등이 공립대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시위에 나서 경찰과 충돌했다.

이달 들어 Z세대 주도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국가는 유럽의 프랑스·스페인·벨기에·이탈리아·포르투갈·알바니아, 남미의 에콰도르·아르헨티나·칠레, 아시아의 인도·인도네시아 등 10개국이 넘는다. 청년층의 좌절과 분노가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새로운 동원 방식과 결합해 대규모 시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유럽에서는 한 국가의 시위가 국경을 넘어 다른 곳으로 번지는 모습도 확인됐다.

거리로 나선 각국 청년들의 요구가 동일하지는 않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벨기에 등은 교육 문제를,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주거 문제 해결을 최우선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시위를 촉발한 사안 역시 쥐가 나오는 열악한 교실, 80대 세입자의 강제 퇴거, 치솟는 실업률, 민주주의 훼손 의혹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다만 Z세대의 불만이 국경과 대륙을 넘어 표출된 데는 공통의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청년 실업과 생활비 문제로 경제적 불안이 증폭되는 와중에 기성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대변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마리아 실베스트레 데우스토대 교수는 “청년들은 현재 사회 모델에 실망하고 있으며, 강한 불확실성과 통제력 상실을 느끼고 있다”면서 “여기에 구체적 상황이 겹치면, 불꽃이 튀듯 불만을 표출하고 거리로 나설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미국 조지타운대 파울리나 파타나 교수도 학내 인터뷰에서 “기존 정당이나 선거제도가 자신들의 불만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신뢰가 부족한 청년들에게 시위는 더욱 의미 있는 정치 참여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위 참가 청년들은 ‘우리의 미래를 빼앗기고 있다’는 총체적 좌절감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15일 알바니아 시위에 참가한 알빈 다시는 “뭔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 나라를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프랑스 시위에 나선 학생들은 “당신들이 우리의 미래를 파괴하기에, 우리는 당신들의 현재를 멈춰 세운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스페인 시위에 참가한 소피아는 “우리의 미래와 집,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라고 시위의 의미를 설명했다.

시위가 진행될수록 요구사항들이 여러 분야로 확대되는 것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교육 문제에서 시작된 프랑스 시위는 노동조합과 시민들이 결합하면서 생활비와 공공서비스 예산 문제 등으로 확대됐다. 알바니아에서는 교육 여건과 취업난에 대한 청년들의 불만이 정부 부패 의혹과 총리 퇴진 요구로 번졌다.

19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중심부 호시우 광장에 주택 부족, 치솟는 임대료, 낮은 임금에 항의하기 위한 농성장이 차려진 가운데 페드로 4세 동상이 시위대 피켓들로 뒤덮여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사회학자 파올로 스투피아는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Z세대는 여러 문제가 겹쳐 나타나는 다중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런 문제들이 이탈리아와 벨기에, 포르투갈은 물론 인도 ‘바퀴벌레 시위’에서도 표면화했다. 그들은 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각국 청년들의 변화 요구가 어떤 결실을 볼지는 불투명하다. 청년들의 시위를 공권력이 강경 진압하면서 시위가 과격한 양상으로 흐르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폭력행위가 부각될수록 이들을 거리에 나서게 한 문제의식과 쟁점이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에리카 체노웨스 교수와 매슈 세불 연구원은 지난 1월 <저널 오브 데모크라시>에 게재한 ‘왜 Z세대는 저항하는가’에서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지속적인 비폭력 운동과 다양한 집단과의 연대, 제도 정치로의 영향력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위로 정치 지도자를 교체하더라도, 근본 원인인 사회경제적 불만을 해결하려면 이런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다. 체노웨스 교수 등은 “이제 중요한 질문은 Z세대가 시위로 얻은 추진력을 공식적인 제도 정치로 전환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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