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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국-이란 전쟁 후폭풍, 글로벌 에너지· 물류 시스템 붕괴

기존 해상 경로를 보완하는 다자 협력형 물류망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고, 반도체·자동차 부품 등...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과 메모리 공급 악화를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으며, AI 무기와 드론에 사용되는 반도체...

미국-이란 전쟁 후폭풍, 글로벌 에너지· 물류 시스템 붕괴

트럼프 美대통령 연설 시청하는 시민들 = 뉴시스

[이코리아]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이 발표된 가운데, 이번 전쟁이 군사 영역을 넘어 글로벌 경제와 공급망, 기술 인프라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온다.

미 싱크탱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는 이번 충돌을 “지상군 투입 없이 진행되는 전형적인 소모전”으로 규정하며, 양측 모두 군사적 의지와 핵심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에 결정적인 결말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란의 미사일·드론 전력과 지휘체계, 미국·이스라엘 및 걸프 국가들의 경제·군사적 결속력이 모두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개는 협상 또는 추가 확전이라는 두 갈래 경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쟁 양상의 변화가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직 미국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은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이번 전쟁의 핵심 특징으로 ‘저가 드론의 대량 투입’을 지목하며, “값싼 드론을 막기 위해 훨씬 비싼 요격 미사일을 사용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자전·요격 드론 등 저비용 수단을 결합한 다층 방어체계 구축과 동맹 간 전술 협력 확대가 향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이번 전쟁이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경제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스틴 전 장관은 “이란은 군사적으로 승리하지 않더라도 경제적 비용을 통해 상대를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현대전에서 경제 교란이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강조했다.

미국의 국제관계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는 이번 전쟁이 에너지뿐 아니라 가스, 헬륨, 비료 등 다양한 자원과 공급망에 연쇄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특정 해협과 같은 ‘전략적 병목지점’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 재확인됐으며, 이는 팬데믹 이후 논의돼 온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취약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류 구조 재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은 8일 내놓은 '미국-이란 분쟁과 글로벌 물류경로 재편 가능성' 보고서에서 이번 분쟁을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해상 물류 요충지 리스크가 구조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자폭 드론 등 비대칭 무기의 확산으로 기존의 중앙집중형 해상 물류 경로가 구조적 취약점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적·비가역적 변화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 수가 급감하고 운임 지수가 급등하는 등 물류 차질이 현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과 같은 대체 물류망 참여 필요성을 제시했다. 기존 해상 경로를 보완하는 다자 협력형 물류망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고, 반도체·자동차 부품 등 고부가 화물 중심의 새로운 물류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를 고려할 때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함께, 향후 10~15년을 산업·인구·기술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기로 보고 중장기 수출입 전략과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 재설계가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한편 IT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분쟁이 단기간에 종료되더라도 올해 글로벌 IT 시장 성장률이 기존 전망(10%)보다 낮은 9% 수준으로 둔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과 메모리 공급 악화를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으며, AI 무기와 드론에 사용되는 반도체 수요 증가가 메모리 시장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한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인프라가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실제로 전쟁 과정에서 아마존 웹서비스의 중동 지역 데이터센터가 드론 공격으로 일부 피해를 입은 사례가 보고됐으며,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 중인 ‘스타게이트’ AI 데이터센터 역시 이란의 잠재적 공격 목표로 지목되는 등 글로벌 IT 인프라가 군사적 표적으로 노출되는 사례가 반복됐다. 이 같은 사례는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IT 설비를 넘어 군사·정보 인프라와 결합된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특히 클라우드 인프라가 군사 작전이나 정보 처리에 활용될 경우, 해당 시설이 분쟁 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지적된다.

에너지 시장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이번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이 “몇 달이 아닌 몇 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으며, 에너지 인프라 훼손과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동시에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전기차 등 대체 에너지원 확대가 가속화되며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 자체가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원자력 등 안정적인 기저 전원에 대한 수요 역시 함께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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