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지난 4월30일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 가면을 쓰고 내정간섭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집단 손배 소송 관련 “한국 법 적용받아야” 각하 요청
로비액 2분기에만 224만5000달러 써…원고 측 “모순”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미국에서 제기된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이 사건은 한국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며 미국 법원에 각하해달라고 요청했다. 쿠팡은 그동안 한국 정부의 규제·조사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 정부·의회에 수십억원 규모의 로비 활동을 해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동부연방법원에 따르면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와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측은 지난 6일 담당 판사에게 제출한 서한에서 개인정보 유출 관련 소송을 각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소송은 뉴욕에 거주하는 쿠팡 이용자와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쿠팡을 상대로 500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제기한 것이다.
쿠팡Inc 측 변호인이 지난 6일 미국 뉴욕 동부연방법원에 소비자들이 낸 집단소송을 소송 관할지를 이유로 각하해달라며 제출한 신청서.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쿠팡 측 변호를 맡은 미국 대형 로펌인 커클랜드 앤드 엘리스는 법원에 제출한 각하 요청 서류에서 “정보 유출 사태는 한국법인에서 발생한 것이고 우리는 미국 지주회사”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쿠팡 서비스는 대부분 한국어로 제공되며 배송 서비스도 한국 주소로만 이용 가능하다”면서 “쿠팡 이용약관에는 ‘분쟁은 한국 법에 따라 한국 법원에서 해결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한국 사건이므로 뉴욕에서 다루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원고들이 ‘포럼 쇼핑’(유리한 재판 관할지를 선택하는 행위)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또 쿠팡Inc와 김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직접적 책임이 없다고 강조하며 “원고 측은 이들이 쿠팡 한국법인의 구체적인 보안 의사결정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사실관계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다.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미국 기업’이 한국 정부에 차별받고 있다며 로비를 펴온 쿠팡이 정작 미국 법정에서는 “쿠팡은 한국에 속해 있다”며 재판 관할을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미 상원 로비공개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쿠팡은 올 2분기 224만5000달러(약 33억원)를 로비에 썼다. 1분기보다 25% 증가했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도 “쿠팡Inc가 투자자들에겐 한국 쿠팡을 핵심 자회사로 소개해놓고 법정에선 별개 회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원고 측은 “피고 측은 이 사건이 순전한 한국 내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소송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인 쿠팡Inc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근거로 제기된 것”이며 “원고의 뉴욕 거주지 주소까지 유출됐기 때문에 원고의 법정지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피고 측이 한국법인과 별개 법인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쿠팡 한국법인의 이용약관을 들어 각하를 요청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다. 쿠팡Inc는 한국 쿠팡의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미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서도 주주 집단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쿠팡이 사고 발생 사실을 미 증권당국에 제때 공시하지 않아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주주들이 제기한 소송이다. 한국에서도 여러 로펌이 원고인단을 모집해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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