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단국대 김세영 교수, 김상윤 석사, 진신저 석사. 단국대 제공.
물의 표면장력이 수면 위 나노입자를 최대 75%까지 변형시킨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실험을 통해 규명했다. 화장품과 의약품, 친환경 코팅 등에 쓰이는 차세대 계면활성 나노입자를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단국대는 김세영 고분자시스템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물의 표면장력과 나노입자의 강성에 따라 입자 형태가 변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그 원리를 밝혀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실렸다. 논문명은 'Elastocapillary Deformation of "Glassy" Polymer Micelles at an Air–Water Interface'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물과 공기가 맞닿는 경계면의 표면장력이다. 표면장력은 액체 표면이 가능한 한 작은 면적을 유지하려는 힘으로, 물방울이 둥근 모양을 유지하거나 작은 곤충이 물 위에 떠 있는 것도 이 힘 때문이다.
나노 세계에서는 이 힘의 영향이 훨씬 커질 수 있다. 학계는 나노 크기 입자가 물 표면에 놓이면 표면장력이 입자 자체를 변형시킬 것으로 예상해 왔다. 하지만 입자가 워낙 작아 실제 변형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수치로 측정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강성을 조절할 수 있는 구형 고분자 나노입자를 만들어 이 문제를 풀었다. 입자를 물 표면에 띄운 뒤 표면장력을 조절할 수 있는 랭뮤어 수조(Langmuir trough)를 활용하고, 중성자반사율(neutron reflectivity) 실험으로 입자의 구조 변화를 실시간·비파괴 방식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나노입자는 강성과 표면장력에 따라 최대 75%까지 변형됐다. 단단한 입자와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입자가 표면장력에 서로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탄성을 가진 물질이 표면장력으로 형태가 바뀌는 '탄성모세관(elastocapillary) 현상'을 나노 영역에서 실험으로 입증했다.
기존 연구는 나노입자를 단단한 고체나 액체에 가까운 물질로 가정하고 경계면에서의 움직임을 설명해 왔다. 이번 연구는 나노입자의 탄성과 표면장력 사이의 상호작용을 함께 고려해야 실제 변형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계면활성 나노입자의 성능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된 만큼 산업적 활용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계면활성 나노입자는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물질 사이의 경계면을 안정시키는 물질로, 기존 계면활성제를 대체할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화장품과 의약품, 친환경 코팅공정 등에 두루 쓰일 수 있다.
특히 입자가 경계면에서 얼마나 납작하게 변형되는지는 유화 성능과 직결된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활용하면 입자의 강성과 표면장력을 조절해 원하는 형태와 기능을 갖춘 나노입자를 설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탄성모세관 현상이 기존 예상보다 나노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보여준 첫 사례"라며 "고계면적 화공소재와 생체계면 조절 약물 등 차세대 계면활성 나노입자를 설계하는 기반 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단국대 김상윤·진신저 석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미국 퍼듀대와 일본 J-PARC 연구소가 국제공동연구기관으로 함께했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과 해외대형연구시설활용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용인=정진욱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