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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소영의 직격인터뷰] K팝은 방법론, 음악·팬·비즈니스 묶는 K어프로...

넷플릭스 같은 회사와 더 많은 딜을 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아티스트와 교류 경험, AI가 대체 못해 Q : AI 활용을 강화한다고 들었는데, 가상 아이돌을 만들거나 혹은 BTS 같은 실제 아티스트의 AI 버전도 만들...

[문소영의 직격인터뷰] K팝은 방법론, 음악·팬·비즈니스 묶는 K어프로...

이재상 하이브 대표 - BTS 광화문 공연 이후 K팝의 미래

문소영 논설위원

지난달 큰 화제를 모은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광장 공연은 여러 생각거리를 남겼다. 4년 만의 컴백 무대로 한국의 역사적 상징인 광화문을 택한 배경과 새 앨범 타이틀곡의 한국어 가사 부재를 둘러싼 논란은 BTS로 대표되는 K팝이 어디까지를 정체성으로 삼고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를 묻기 위해 BTS의 소속사이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지향하는 하이브의 이재상 대표이사(CEO)를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본사에서 만났다. “K팝은 음악 장르이기보다 산업 생태계와 문화를 아우르는 시스템이자 방법론”이라는 그의 말은 하이브가 추구하는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다음은 일문일답.

K팝이라는 말에 갇히면 성장 한계

BTS 새 앨범, 한국어 담긴 곡 많아

콘텐트 퀄리티·팬 퍼스트 양보 못해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으로 현지화

K팝 팬덤 안정기, 트렌드 타지 않아

글로벌 음악산업 빅3 빠르게 추격 중

하이브 이재상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하이브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이다. 우상조 기자

Q :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공연이 광화문광장을 택한 핵심 의도는 무엇이고, 어느 정도 실현됐다고 자평하나.

A :

“4년 만에 컴백하는 BTS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방탄 멤버들은 세계적 스타가 된 지금도 스스로를 ‘한국에서 온 촌놈들’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가장 방탄다운 그림을 만들 공간으로서, 또 팬들에게 ‘희소한 경험’을 줄 수 있는 곳으로서, 한국의 헤리티지와 현재 도심을 함께 품은 광화문광장만 한 곳이 없었다. 성과로 보자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840만 가정이 시청했고, 관련 소셜미디어 언급량은 26억 2000만 건에 달했다. 안전을 위해 현장 인원을 엄격히 통제하다 보니 일각에서 사람이 적게 왔다는 오해도 있었지만, 많은 인파가 사고 하나 없이 성숙한 팬덤 문화를 보여주며 퇴장하는 모습에 외신 기자들도 감탄했다. 전반적으로는 원하는 성과를 달성한 것 같다.”

한국어 고집보다 중요한 건 메시지

Q : 정체성과 관련해, 신규 앨범의 타이틀곡 ‘스윔’을 두고 팬들 사이에 논란이 있다고 들었다. 오랜 외국인 K팝 팬들 사이엔 한국어 가사가 없고 서구적 음악 문법이 강해져 상실감을 느꼈다는 평도 있던데.

A :

“일단 언어보다 더 중요한 건 메시지다. 영어 가사를 통해 더 많은 팬들과 대중에게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 또한 이번 ‘아리랑’ 앨범 전체의 밸런스를 봐주셨으면 한다. 전체 앨범을 보면 한국어가 담긴 곡들이 많고, 차트에서도 사랑받고 있다. 음악적 색채 역시 BTS 음악은 과거부터 힙합을 기반으로 글로벌 작곡가 네트워크와 협업하며 팝 지향적인 색채를 유지해 왔다. 오히려 오랜 방탄 팬들 중에는 이번 앨범에 대해 ‘진짜 방탄으로 돌아왔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다.”

Q : 하이브의 미국 현지화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의 경우처럼 멤버들이 다국적인 경우도 늘고 있는데, 한국인 멤버나 한국어가 ‘K’를 규정하는 게 아니라면 K팝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몇 년 전 방시혁 의장이 K팝 위기론을 언급하며 ‘K를 떼어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는데.

“하이브는 K팝을 넘어서서 ‘K어프로치(K-approach·K방식)’를 취하는 기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K어프로치는 음악, 팬덤 문화, 비즈니스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에코시스템이자 방법론이다. 이를 한국 아티스트에게 적용하면 K팝이 되고 라틴 아티스트에게 적용하면 라틴 팝이 되는 것이다.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K팝의 점유율은 4.5%가 안 되고, 세계 음악 시장에서 한국 시장 비중은 2.5%가 채 안 된다. ‘K팝’이라는 말의 틀에 갇히면 성장에 한계가 온다.

하이브가 지향하는 것은 ‘K를 지운다’가 아니라, K팝을 하나의 방법론으로 확장해 가는 것이다. 신인 발굴부터 콘텐트 제작, 플랫폼을 통한 팬덤 지원까지 회사 내부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해 수행하는 ‘360도 시스템’ 등의 방법론을 각 지역의 특색과 융합해 재생산하는 것이다. 그 방법론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콘텐트 퀄리티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것, 그리고 팬덤이다. 최고의 콘텐트와 ‘팬 퍼스트’, 이 두 가지가 K어프로치의 핵심이다.”

하이브의 미국 현지화 다국적 아이돌 그룹인 ‘캣츠아이’. [사진 하이브]

Q : 하이브가 말하는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은 미국·일본·라틴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나.

“중요한 건 한국인이 멕시코에 가서 아무리 라틴 음악을 만들어도 라틴 음악처럼 들리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가져가는 것은 방법론이고, 실제 시장에서는 현지화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가 K팝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잘 이해하는 인력과 현지의 훌륭한 음악 인력이 팀을 이뤄 ‘멀티 홈’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멀티 장르’도 지향한다. ‘앤팀(&TEAM)’의 경우 멤버들부터 ‘K팝이냐 J팝이냐’ 고민이 있었는데 결국 ‘투 트랙으로 방향성을 잡겠다’고 결정했고 큰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한·일 양국에서 더블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한국식 오디션 시스템으로 탄생시킨 캣츠아이가 데뷔 2년도 안 돼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고, 라틴 아메리카에서 탄생시킨 보이그룹 ‘산토스 브라보스(Santos Bravos)’가 데뷔 공연 1만 석을 매진시켰다. 솔루션 비즈니스에서도 성과가 큰데, 지난해 연말 빌보드가 발표한 전 세계 공연 프로모터 순위에서 하이브가 4위를 차지했다.”

하이브의 일본 현지화 다국적 아이돌 그룹인 ‘앤팀’. [사진 하이브]

하이브의 라틴아메리카 현지화 다국적 아이돌 그룹인 ‘산토스 브라보스’. [사진 하이브]

Q : 하이브 ‘위버스’는 유튜브나 틱톡 같은 플랫폼들에 대해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나?

A :

“위버스는 팬들을 위한 ‘올인원’ 인프라다. 팬들 간의 소통, 쇼핑, 콘텐트 감상 등 모든 팬 활동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게 돕는 것이 목표다. 팬들은 위버스를 팬 활동의 ‘집’처럼 쓰고 다른 플랫폼은 ‘옆집’처럼 쓴다. 아티스트와 팬, 팬과 팬 사이의 정서적 유대라는 K팝 커뮤니티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런 소통 기반 플랫폼은 대체 불가능한 강점이 있다. 현재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1200만 명을 넘어섰다. SM이나 YG 같은 국내 기획사는 물론 일본과 서구권의 팝스타들도 속속 입점하고 있다.”

Q : 넷플릭스와의 협업은 BTS의 광화문 공연 실황 중계와 다큐멘터리에서 특히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앞으로도 공연·다큐를 넘어 오디션이나 드라마형 확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나.

A :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위버스도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니까 어떤 면에서는 넷플릭스가 경쟁자일 수도 있다. 그런데 BTS 공연은 최대한 많은 대중에게 도달하는 게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가장 적합했다. 우리는 각 영역별로 최고의 회사들과 폭넓게 이야기한다. 넷플릭스 같은 회사와 더 많은 딜을 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아티스트와 교류 경험, AI가 대체 못해

Q : AI 활용을 강화한다고 들었는데, 가상 아이돌을 만들거나 혹은 BTS 같은 실제 아티스트의 AI 버전도 만들 생각이 있나?

A :

“우리는 AI를 플랫폼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도구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 아티스트와의 교류에서 오는 실제 경험의 희소성은 결코 기술로 대체할 수 없다고 믿는다. AI를 인간 아티스트의 부재를 메우는 수단으로 쓰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BTS라면, 나중에 20년 차에는 어떤 아티스트가 되어 있을지를 고민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서사를 극대화하는 방향을 고민할 것이다. 한편 버추얼 아티스트 사업은 기존 인간 아티스트 기반의 음악 사업과 겹쳐지지 않는, 매우 다른 독립적인 영역이다. 게임 시장과 음악 시장의 차이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성장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하이브도 게임 부문을 통해 관련 인프라와 기술을 축적하고 있으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Q : 그런데 결국 인간이 중요하다면, 새로운 젊은 인재도 중요할 텐데 요즘은 한국 청소년은 예전만큼 아이돌을 ‘꿈의 직업’으로 선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A :

“기본적으로 한국의 저출산으로 젊은 인구가 적어졌다. 또한 아이돌 말고도 이 연령대 인재들이 택할 수 있는 직업적 옵션이 많아졌다. 이건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변화이고, 우리에게도 그렇다. 오히려 정말 뜻이 있는 친구들이 오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가 오디션을 하면 굉장히 많이 지원한다. 게다가 우리는 K어프로치를 전개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젊은 친구들이 계속 유입된다.”

Q : 일각에는 K팝 위기론, 나아가 ‘K컬처가 정점을 지났다’는 비관적 견해도 나오는데.

A :

“어떤 문화나 장르든 트렌드를 탄다. 그런데 안정적인 장르 팬덤이 형성되면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진 않고, K컬처는 그런 팬덤을 확보한 상태다. 그리고 우리는 K어프로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위기라기보다 더 큰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라고 본다. 글로벌 음악산업은 오랜 기간 유니버설·소니·워너뮤직의 ‘빅3’가 주도해왔는데, 최근 이 시장이 하이브를 포함해 ‘빅4’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해외에서 나온다. 우리는 매우 빠른 속도로 글로벌 빅3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K팝이 하나의 일시적 트렌드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재생산되는 시스템과 문화로 자리 잡느냐이다.”

◆이재상

=하이브 대표이사(CEO). 2018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에 합류해 CSO와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를 지냈다. 하이브의 성장 발판인 레이블·솔루션·플랫폼의 3대 사업 구조 설계를 주도했다. 하이브 이전에는 구글·현대차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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