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K-컬처·로컬 콘텐츠까지…관광벤처 100곳의 4가지 흐름
랜덤트립부터 사찰런까지…경험 중심 여행이 뜬다
역대 최고 경쟁률을 뚫은 관광 스타트업 100곳이 한국 여행의 판도를 바꾸러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2일 ‘제17회 관광벤처사업 공모’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예비관광벤처 20개사, 초기관광벤처 40개사, 성장관광벤처 40개사 등 총 100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 접수 건수는 1,500여건으로 전년 대비 35% 이상 늘었고 경쟁률은 15대 1을 기록했다. 2011년 첫 공모 이후 17년째 이어온 이 사업은 지금까지 1,800여개 기업을 발굴하고 5,3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온 관광산업 대표 육성 프로그램이다. 선정 기업에는 1년간 최대 1억원의 사업화 지원금과 함께 투자 유치, 국내외 판로 개척 등 맞춤형 성장 지원이 제공된다. 문관부는 고유가로 위축된 민간 투자 환경을 감안해 추경예산 86억원도 별도 편성, 조기 집행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올해 선정 결과를 들여다보면 뚜렷한 흐름 네 가지가 눈에 띈다.
‘랜덤트립’은 출발 당일 아침에야 목적지를 알려주는 초개인화 지역여행 큐레이션 서비스다 / 한국관광공사
① 목적지를 모르는 채 떠나는 여행 ‘랜덤트립’의 역발상
이번 선정작 가운데 독특한 개념으로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디스커버코리아가 운영하는 ‘랜덤트립’은 출발 당일 아침에야 목적지를 알려주는 초개인화 지역여행 큐레이션 서비스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는 것이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설렘 그 자체가 상품이 된다는 역발상이다. ‘어디를 가느냐’보다 ‘떠남’과 ‘경험’ 자체에 의미를 두는 MZ 여행 트렌드를 정확히 겨냥했다. 서비스는 지역별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 기반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단순한 랜덤 추첨을 넘어 개인 취향에 맞는 목적지를 사전에 분석·선별해 준다. 대리 예약 서비스까지 포함돼 있어 짐만 싸면 된다.
카페 유휴 공간을 활용한 짐 보관 서비스 ‘로커피(LOCOFFEE)’도 실용적인 아이디어로 눈에 띈다. 지하철역 물품 보관함 이용이 불편한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도보 3분 거리 안에 있는 카페를 짐 보관 거점으로 활용하는 개념이다. 앱 설치 없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외국인에게 친숙한 결제 방식을 지원한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서울 핵심 관광 상권 기준으로 O2O 짐 보관 수요가 약 5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엔터테크 스타트업 페이브먼트가 운영하는 ‘셀레트립(Celetrip)’은 이미 5만명 이상의 K-팝·한류 팬이 이용 중인 플랫폼이다 / 한국관광공사
② 아이돌 목소리가 내 여행 가이드가 된다, K-컬처 팬덤 투어
엔터테크 스타트업 페이브먼트가 운영하는 ‘셀레트립(Celetrip)’은 이미 5만명 이상의 K-팝·한류 팬이 이용 중인 플랫폼으로, 아티스트의 발자취를 따라 한국을 여행하는 이른바 ‘콘텐츠 투어리즘’을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했다. 아티스트 방문지·촬영지 맵 큐레이션에 더해, 해당 가수의 음성으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AI 도슨트 기능이 핵심이다. 팬들 입장에선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걸었던 골목을 그 목소리를 들으며 걷는 셈이다. 페이브먼트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글로벌 팁스’에도 선정돼 3년간 최대 16억원 규모의 R&D 및 사업화 자금을 별도로 지원받는다. 관광벤처 공모 선정에 더해 다른 정부 지원까지 중복으로 확보한 사례여서 주목된다.
‘팬워크’는 K-컬처 팬의 방한 의향을 실제 체험 상품으로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고, ‘핸디버스’는 K-팝 콘서트 일정에 맞춘 특화 교통 서비스다. 공연 날 교통 대란을 겪어 본 팬이라면 반길 만한 아이디어다. 외국인을 겨냥한 ‘고택 라이브 다이닝’은 한옥에서 국악 공연과 미식을 함께 즐기는 예술관광 상품으로, 외국인 고객 유치에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숙박 운영 자동화 플랫폼 ‘키퍼(KEEPER)’ / 한국관광공사
③ AI가 내 여행을 대신 짜준다
숙박 운영 자동화 플랫폼 ‘키퍼(KEEPER)’는 호텔·펜션 등 숙박업소의 프런트 업무와 백오피스 현장 노동을 실시간 데이터로 연결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통합 플랫폼이다. 사람이 일일이 체크하던 객실 상태 관리, 청소 인력 배치 같은 반복 업무를 데이터 기반으로 자동화한다. ‘하노라 키즈트립’은 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부모를 위해 AI가 실시간으로 동선을 최적화해 준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관광 코스를 자동으로 설계해 준다는 개념이다. ‘제로바타’는 30개 언어를 지원하는 호텔 AI 컨시어지로, 외국인 투숙객의 체크인부터 컴플레인 대응까지 다국어로 처리한다. 이 밖에 관광사업자용 다국어 고객 관리 플랫폼 ‘리플메이트’까지, AI 기반 서비스들이 관광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사찰 이미지 / 여행신문 CB
④ 절에서 뛰고, 보부상처럼 먹고. 로컬 문화 재발견
지역 고유의 문화와 일상을 여행 콘텐츠로 재해석한 서비스들도 이번 선정작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사찰런’은 사찰 문화와 달리기를 접목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새벽 예불 시간대에 절 마당을 달리거나 스님과 함께 산길을 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명상과 러닝이라는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 오히려 ‘디지털 디톡스 여행’을 찾는 수요와 맞물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충청도 새참한상’은 조선시대 보부상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음식 관광 상품이다. 충청도 장터 문화와 그 지역 음식을 연결해 단순한 ‘맛집 투어’가 아닌 역사·문화적 맥락이 있는 미식 경험으로 풀어냈다. 트레일 러닝 기반의 체류형 관광모델 ‘피오씨(POC)’는 국제 트레일 러닝 대회 ‘GTWS(Golden Trail World Series)’ 8개 시리즈 중 결승전을 전북 무주군으로 유치한 이력을 가진 기업으로, 지역 자원과 스포츠를 연계한 장기 체류형 관광 모델을 제시한다. 반려동물 동반 여행 플랫폼 ‘멍콕’은 이용자 생성 데이터(UGC) 기반으로 펫 친화적 여행지와 숙소 정보를 제공하며 1인 가구·펫팸족 여행 수요를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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