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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명의를 만나다] CDK4/6 이후 공백..."티루캡 필요한 이유"

지난 몇 년 사이 전이성 HR+/HER2- 유방암 치료는 분명히 달라졌다. CDK4/6 억제제와 내분비요법 병용이 1차 표준치료로 자리 잡으면서 생존 기간은 늘었고, 임상 현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질환을 조절하는 경험을 축적해 왔다.

[명의를 만나다] CDK4/6 이후 공백..."티루캡 필요한 이유"

[팜뉴스=김민건 기자] 지난 몇 년 사이 전이성 HR+/HER2- 유방암 치료는 분명히 달라졌다. CDK4/6 억제제와 내분비요법 병용이 1차 표준치료로 자리 잡으면서 생존 기간은 늘었고, 임상 현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질환을 조절하는 경험을 축적해 왔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과거보다 더 오랜 시간 살아가는 것은 분명한 변화이며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하지만 치료 받는 과정이 길어졌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1차 치료가 끝난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1차 치료에서 CDK4/6 억제제 사용 이후 질병이 진행했을 때 실제로 선택 가능한 옵션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이다.

이 문제가 국내에서 심각한 이유는 외국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폐경 전 환자가 많아서다. CDK4/6 억제제 이후 사용 가능한 내분비 치료제 대부분 폐경 후 환자에 사용된다. 그렇다보니 폐경 전 환자는 내분비요법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 채 효과가 떨어지는 항암화학요법을 할 수밖에 없다.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교수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한국 유방암 치료 환경의 중요한 미충족 수요로 일관되게 짚었다. 그는 전이성 유방암 1차 후속 치료 전략에서는 PIK3CA뿐 아니라 AKT, PTEN, ESR1, BRCA 등 다양한 유전자 이상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전이성 유방암 환자 특성을 보면 HR+/HER2- 전이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60~70%를 차지하고, PIK3CA 변이는 이 가운데 약 30~40%에서 나타난다. 박 교수는 "AKT1, PTEN 변이까지 포함하면 PI3K·AKT·mTOR 경로로 타깃 가능한 환자는 더욱 많아진다"며 "희귀한 암이 아닌 비교적 흔하게 발견되는 유전자 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박 교수는 NGS 검사 장벽을 함께 지적했다. 전이성 유방암에서는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해야 1차 치료 이후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 최근 4기 진단 시점부터 NGS 검사를 고려하는 흐름을 감안하면 환자 본인부담이 큰 NGS 검사의 실제 접근성은 떨어진다.

CDK4/6 억제제 이후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환자에게 주어진 새로운 표적치료 옵션이 있다. 1차에 CDK4/6 억제제와 아로마타제억제제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한 환자에서 풀베스트란트와 병용하는 티루캡이다.

박 교수는 "병이 적이라면 치료제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와 같다며 "선택 가능한 치료제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은 전이성 환자에게 절실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티루캡은 비급여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 사용이 쉽지 않다. 비용 부담이 크고, 항암제 병용요법 부분급여 개선 이후에도 여전히 병용 구조에 따라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

현 시점에서 폐경 전, 고혈당증을 비롯해 PIK3CA·AKT1·PTEN 변이가 확인된 환자가 사용 가능한 풀베스트란트 병용 후속 표적치료라는 자체만으로도 티루캡의 의미가 크다.

박 교수와 인터뷰 내내 '치료 타깃이 있고, 임상 데이터가 있으며, 허가까지 받은 약제가 있는데, 왜 환자들은 여전히 그 치료를 받지 못 하나'라는 질문이 통해 머릿 속을 맴돌었다. 인터뷰를 통해 답을 찾아봤다.

다음은 박 교수와 일문일답.

▶현장에서 경험한 티루캡 치료 환자군은 어떠한 특징이 있으며, PIK3CA·AKT1·PTEN 변이를 가진 환자는 어느 정도인가.

"대상이 되는 환자는 전이성 유방암 중 HR+/HER2-이며 해당 환자는 전체 유방암의 60~70%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암종에 비해 질병 진행 속도가 비교적 느린 편이며 이 환자 중 약 30~40%에서 PIK3CA 변이가 확인된다.

PIK3CA 변이는 PI3K·AKT·mTOR 경로의 상위 단계에 위치한 유전자로 암세포 성장과 증식을 지속시키는 대표적인 신호전달 경로 중 하나다. HR+/HER2- 절반 가까이에서 PIK3CA·AKT1·PTEN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기 때문에 희귀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비교적 흔하게 발견되는 유전자 변이라 할 수 있다.

PI3K·AKT·mTOR 경로는 유방암에서 오랜 기간 연구해 왔고 치료 표적으로서 근거도 충분히 축적돼 있다. 다만, 그동안 삼중음성 유방암 등 다양한 아형에서 연구를 진행했지만 의미 있는 치료 효과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에서 내분비요법(Endocrine therapy)과 PI3K 억제제를 병용했을 때 처음으로 효과를 확인했다."

▶HR+/HER2- 유방암에서

PIK3CA·AKT1·PTEN 변이 환자 비율을 고려하면 내분비요법과 병용하는 새로운 표적치료제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도 많을 것 같다.

"PIK3CA 변이가 있다고 해서 모든 환자에서 예후가 일관되게 나쁜 것은 아니다. 실제로 PIK3CA 변이를 가진 환자도 1차 치료로 사용되는 CDK4/6 억제제에 비교적 잘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CDK4/6 억제제는 전체생존기간(OS)을 과거 2~3년 수준에서 5년까지 연장시킨 중요한 치료제로,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치료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중요한 약제다.

문제는 CDK4/6 억제제 치료 이후다. 결국 재발이나 질병 진행이 나타나는 한계가 있다. 최근 이러한 치료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병용 치료 전략이 활발히 연구 중이다. 대표적으로 티루캡의 CAPItello-291 연구에서는 재발 이후 풀베스트란트와 티루캡 병용요법이 평가됐으며 새로 CDK4/6 억제제와 풀베스트란트·티루캡을 함께 사용하는 3제 병용요법 임상이 진행 중이다.

초기에는 팔보시클립(입랜스) 중심 연구가 많았지만 최근 리보시클립(키스칼리)과 아베마시클립(버제니오) 등 다양한 CDK4/6 억제제를 병용하는 형태로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승인된 티루캡 병용연구인 CAPItello-291에서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 효과를 보였고 해당 임상에 국내 환자도 다수 참여했다. 또 연구 과정에서 FDA 현장 실사가 진행됐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치료한 경험이 있어 티루캡 대상이 되는 환자는 많다고 할 수 있다."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교수

▶CDK4/6 억제제가 1차 표준 치료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문재는 재발 이후라고 했다. 2차 치료 전략은 어떻게 달라지며 어떠한 한계가 있나.

"CDK4/6 억제제 이후 질병이 진행하면 2차 치료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호르몬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며, PIK3CA 변이가 있는 경우 풀베스트란트와 티루캡 병용요법이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치료 옵션이다.

그러나 변이가 없는 경우에는 내분비 치료 선택이 제한된다. 엑스메스탄과 mTOR 억제제 병용요법 또는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이 있으나 해당 적응증은 폐경 후 환자에만 허가돼 있다. 국내 유방암 환자 중 상당수는 폐경 전 환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치료 옵션을 적용하지 못하며 풀베스트란트 역시 폐경 후 환자에만 허가돼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도 CDK4/6 억제제 이후 폐경 전 환자는 현실적으로 항암화학요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국내 치료 환경에서 중요한 미충족 수요로 설령 PIK3CA 변이가 있더라도 티루캡과 같은 변이 표적 치료제는 보험 적용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환자의 약 85%가 폐경 후 환자인 서양에서는 내분비요법 기반 치료 옵션을 보다 폭넓게 활용할 수 있지만, 국내현실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또한 해당 환자군에서 DESTINY-Breast04, DESTINY-Breast06 연구 결과를 토대로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T-DXd, 엔허투)이 허가 받았지만 역시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허가와 급여 사이 간극이 더욱 크고, 늦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CAPItello-291 임상 연구에는 한국인이 얼마나 참여했고, 많은 환자를 참여시킬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총 56명이 참여했으며 전체 환자의 약 7.9% 수준이다. 이 가운데 약 17명은 직접 담당한 환자였다. 아시안 하위 그룹 분석도 별도로 진행해 환자 보고 결과(Patient Reported Outcomes, PRO)와 하위 분석 데이터 등 다양한 추가 데이터도 확보한 상태다.

CAPItello-291 임상에 많은 환자를 참여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유방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단일 질환을 집중적으로 진료하는 의사로서 유방암 환자를 많이 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상 환자도 많다. 임상시험은 담당하는 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힐 수 있는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티루캡 연구는 변이 유무와 관계없이 환자를 등록할 수 있었고, 이후 분석을 통해 변이 유무를 확인하는 구조였다. 반면 최근 대부분의 PIK3CA 관련 연구들은 변이가 확인된 환자만 임상 연구 등록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환자가 연구에 최종 등록되지 않더라도 NGS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향후 치료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재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보는 환자에게 더 의미가 있다. 티루캡 연구에서는 모든 환자에게 NGS 검사가 제공됐기 때문에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이 자신의 유전자 변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고, 환자 입장에서 최종 등록되지 못하더라도 무료로 자신의 NGS 프로파일을 확인해 향후 치료 결정에 참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기도 했다."

▶CAPItello-291 임상 연구를 비롯해 교수님의 실제 티루캡 처방 경험, 그리고 진료 현실은 어떤가.

"앞서 말했듯 주로 CAPItello-291 임상 연구를 통해 티루캡 처방 경험이 있다. 다만 현재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현실적 비용 부담으로 환자들이 사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항암제 병용요법 부분급여 개선안으로 보험 규정이 일부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급여 약제 A와 비급여 약제 B를 병용할 경우 두 약제 모두 급여 적용이 안 됐지만, 부분 급여 개선안 이후 A는 급여로 인정하고 B만 비급여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일부 완화됐다.

다만 풀베스트란트를 이전 치료에서 사용한 환자는 이후 티루캡과 병용 시 해당 병용요법 전체가 임의비급여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치료 접근성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 유방암 환자의 유전자 변이 검사는 언제 시행하며, 치료 전략 수립에는 어떻게 반영하나. 또한 NGS 검사 본인부담금과 최근 정책 변화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대표적인 글로벌 가이드라인인 ESMO(유럽종양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1차 치료로 CDK4/6 억제제를 사용한 뒤 질병이 진행한 경우 NGS 검사를 권고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다만 최근 치료 트렌드는 전이가 되자마자, 즉 4기로 진단된 시점부터 NGS 검사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1차 치료 단계부터 표적 치료로 진행하고 싶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4기로 진단받은 시점에서 NGS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재발이나 전이로 내원한 환자는 PIK3CA 변이 여부뿐 아니라 AKT, PTEN, ESR1, BRCA 돌연변이 여부까지 기본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는 NGS 검사의 환자 본인부담금이 약 80% 수준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검사가 어렵고 실제 치료 옵션을 찾는 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CDK4/6 억제제 치료 이후 일부 환자는 4~7년 정도 장기간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가 이후 치료 전략 수립을 위해 유전자 검사가 필요함에도 현실적으로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BRCA 검사 역시 고위험군으로 간주되는 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자만 시행하도록 돼 있어 대부분 환자가 못하고 있다.

최근 일부 치료제가 1차 치료 단계부터 해당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적응증을 가지고 있는 만큼, PIK3CA 변이가 있는 환자가 다른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 경우 치료 전략이나 예후가 달라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향후에는 4기 전이 시점부터 NGS 검사를 시행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정부가 NGS 검사의 선별급여 적합성 평가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특별한 변화는 없다. 2023년 NGS 검사 환자 본인부담금이 50%에서 80%로 인상된 것은 사실상 환자 접근성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최근 보도된 국가 차원의 NGS 확대 검토와 관련해서는 유방암을 포함한 여러 암종에서 NGS 검사의 임상적 필요성과 급여 확대 적정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CDK4/6 억제제 이후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티루캡이란 신약이 등장했다. 국내 환경에서 가지는 임상적 가치와 향후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티루캡이 국내 환자들에게 주는 가장 큰 임상적 가치는 CDK4/6 억제제 이후 내분비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보험 적용이다. NGS 검사에서 PIK3CA, PTEN, AKT1 변이가 확인된 환자라면 해당 치료를 실제로 쓸 수 있어야 하며, 보험 급여를 조속히 적용해야 한다.

CAPItello-291 연구에서 티루캡 병용요법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7.3개월로, 대조군의 3.1개월 대비 약 4.2개월 연장됐고 질병 진행 위험을 50% 낮췄다. CDK4/6 억제제 이후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 효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다.

티루캡은 내분비요법과 병용하는 표적치료제로 완전히 부담이 없는 약제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치료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CDK4/6 억제제 이후 선택지는 항암화학요법이나 다른 표적치료가 되지만 이들 역시 보험 적용에 제한이 있다.

치료제를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에 비유한다면,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하나라도 더 늘어나는 것은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전이성 환자에게는 매우 (급여 여부가) 절실하다."

▶티루캡 급여가 될 경우 향후 국내 HR+/HER2- 전이성 유방암 치료 전략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나. 또 티루캡 임상 결과가 실제 치료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나.

"티루캡 급여가 된다면 PIK3CA·AKT1·PTEN 변이를 동반한 HR+/HER2-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에서 선택 가능한 옵션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PIK3CA 변이를 표적하는 기존 다른 치료제도 존재하지만 독성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물론 티루캡 역시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PIK3CA·AKT1·PTEN 신호 경로는 종양 세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 세포에도 존재하며, 인슐린 신호 경로와 연관돼 있어 고혈당이나 당뇨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은 적절한 모니터링과 관리를 통해 치료제를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 티루캡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환자 가운데 일부도 설사나 발진과 같은 이상반응이 발생했지만 적절히 관리하면서 치료를 유지한 결과 장기간 생존이 확인된 사례도 있다."

▶국내 환자 데이터를 포함한 임상 근거가 충분히 확보됐음에도  급여 적용이 지연되는 현실적인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불치 질환 영역에서 새로운 치료제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 자체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약가 문제를 의료진이 직접 판단하거나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관련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다 보니 일부에서 약가가 과도하게 책정됐거나 불필요한 치료가 이뤄지는 것처럼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비급여 약제를 적용하는데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블록버스터급 고가 항암 신약이 급여로 적용되면 건강보험에서 치료 비용의 약 95%를 부담한다. 국내 항암제 약가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과거 한국인 환자 데이터 제출 여부도 급여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였다.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또 환자 수가 많은 질환에서 특정 약제를 급여로 인정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판단도 작용할 수 있다.

허가를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임상 데이터를 통해 치료 효과가 인정됐다는 의미이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 입장에선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비용과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국내에서는 병원 의료비 지출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 치료와 관련된 설명과 소통 창구가 대부분 의료진으로 한정돼 있다 보니 보험 적용 같은 부분까지 의료진에게 묻는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비급여 항암제라도 치료 옵션으로 고려하고 싶어도 환자가 겪는 불편함이 크다 보니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교수

▶비용과 제도적 제약이라는 현실의 벽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HR+/HER2- 유방암 치료 환경과 국내 환자 특성을 고려할 때 신속한 급여 적용이 왜 중요하며, 특히 폐경 전 환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해달라.

"보통 HR+/HER2- 유방암 1차 치료에 CDK4/6 억제제를 사용한 상당수 환자가 앞 단계에서 치료를 종료하거나 더 이상 선택지가 없다는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바로 다음 단계에서 고려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티루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티루캡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기대 여명이 1~2년에 불과한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표적치료제라는 새로운 옵션이 등장했다면, 환자의 생명을 위해 보험 적용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급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허가 이후 급여까지 걸리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허가가 됐다는 것은 해당 치료제가 임상적 요구 조건을 충족했고, 긍정적인 데이터와 안전성이 확인됐으며, 추적 관찰을 통해 사용 가능하다고 판단됐다는 의미다.

즉 식약처 허가 승인은 치료제의 의학적 타당성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승인 이후 급여까지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적용해야 할 약제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한국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폐경 전 환자와 관련해서 중요한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급여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며 가이드라인을 임상적 맥락에서 적용하기보단, 법조문처럼 문구를 해석한다. 기준에 맞지 않으면 급여가 되지 않는 구조의 결과 상대적으로 젊고 공격적인 질환 특성을 가진 폐경 전 환자들이 더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한국 유방암 환자는 젊은 연령층이 많고 폐경 전 환자 비율이 높기 때문에 1차 치료 이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항암화학요법으로 바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국 유방암 환자의 특성을 반영해 폐경 전 환자도 내분비 기반 치료를 확장할 수 있는 길이 필요하다.

새로운 약제가 개발될수록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리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치료 목표도 확장된다. 치료 옵션이 하나라도 더 생긴다는 것은 환자에게 큰 희망이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희망이 제도적 한계로 현실이 되지 못하고, 희망고문처럼 말로만 되는 상황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이 가장 가슴 아프다.

결국 환자 입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있어도 급여가 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이런 이유로 임상시험 참여가 사실상의 치료 기회가 되는 상황이고, 실제 임상시험에서 치료를 받고 장기간 생존한 환자들이 있다. 이럴 때 치료를 받았다면 여전히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이 생각난다."

▶유전자 검사와 표적치료 선택, 급여 제한 등 복잡한 치료 환경을 환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은 없나. 또 환자들은 실제로 무엇을 가장 궁금해하나.

"최근 환자들의 정보 접근성이 매우 높아졌다. PIK3CA와 같은 유전자 변이 개념은 처음에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설명하면 비교적 빠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 정보를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젊은 환자들은 인터넷이나 생성형 AI 등 다양한 정보 채널을 통해 치료 옵션을 적극적으로 찾고, 먼저 특정 치료가 가능한지 질문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환자들은 부분적으로 정보를 알고 오는 경우가 많다. 외과에서 추적 관찰 중 재발해 내원하는 경우나 수술을 계획했다가 4기로 진단돼 오는 사례도 있다. 대부분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 상태는 알지만 이후 어떤 치료를 선택해야 하는지, 또는 PIK3CA와 같은 유전자 변이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관련 내용을 먼저 설명한 뒤 다음 단계에서 고려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참여 가능한 임상 연구가 있다면 그 내용도 함께 설명하며 최종 결정은 환자가 하도록 한다. 실제 CAPItello-291 연구에서 약 70%의 환자가 CDK4/6 억제제 치료 경험이 있었다. 반면 재발이 빠르게 진행돼 CDK4/6 억제제를 사용하지 못하고 세포독성 항암제를 먼저 사용한 환자도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2차 치료 단계에서 고려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을 설명하고, 유전자 변이 동반 표적 치료제의 경우 검사 결과가 필요한 상황도 안내한다.

NGS 검사의 경우 보험 적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검사 시행 여부를 환자와 충분히 상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왜 검사가 필요하며, 결과에 따라 어떤 치료 옵선을 쓸 수 있는지 설명하고 환자가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NGS 검사는 확인까지 약 4주 정도 소요된다.

환자들이 가장 먼저 질문하는 부분은 평균 생존 기간이다. 환자들은 두려움과 불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평균적으로 약 5년 정도 생존한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지만, 개별 환자 경과는 실제 치료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점을 함께 설명한다. 예를 들어 유전자 변이를 설명할 때 안젤리나 졸리의 BRCA 변이 사례처럼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례를 활용하면 이해가 빠른 편이다. 결국 모든 치료는 환자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환자 연령에 따른 반응도 차이가 있다. 고령 환자는 의료진 권고를 따르겠다는 경우가 많지만, 젊은 환자들은 "교수님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 결국 의사는 치료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기 때문에 환자별로 상태를 고려해 판단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아쉬운 점은 진료 시간이 짧다는 점이다. 실제 진료실에 머무는 시간은 3분 남짓에 불과하고, 그 사이 필요한 설명과 지도를 마치고 귀가하게 된다. 환자는 진료 이후 다음 외래까지 3주를 기다려야 하는데 그동안 다양한 외부 정보로부터 영향을 받게 된다.

현재 의료 환경에서 의사가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구조를 현실적으로 바꾸기 쉽지는 않다고 해도 환자가 집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하며, 향후 디지털 헬스와 같은 방식으로 원격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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