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급락에 투자자 공포 극대화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고공 행진하던 반도체 시장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대표 반도체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슈퍼사이클 종료 신호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번지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5.16% 하락한 16만7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초반 낙폭을 일부 줄이기도 했지만, 매도세가 재차 강화되며 결국 장 마감 직전까지 밀렸다. 같은 날 SK하이닉스도 7.56% 급락한 80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급락은 단순한 차익 실현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반도체 대표 종목들이 일제히 급락하며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Micron Technology가 9% 넘게 급락했고, Intel, AMD 등 주요 기업들도 동반 하락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까지 AI 서버 수요 증가로 급등했던 D램과 SSD 가격이 조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업황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수요 둔화 신호도 겹쳤다. 시장조사업체 Gartner는 올해 글로벌 PC와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IT 기기 수요 감소는 곧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증권가에서는 ‘수요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자 기업과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것이 다시 수요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급 측면에서도 부담이 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8000억 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하며 시장 하락을 주도했다. 특히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적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반도체주 낙폭을 키웠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지만 하락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 소각이라는 호재를 발표했음에도 주가 방어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통상 주주환원 정책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이날은 시장 전반의 불안 심리를 이기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을 단기 조정으로 볼지, 구조적 하락의 시작으로 볼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분기 말 포트폴리오 재조정 이슈가 겹친 결과”라면서도 “메모리 가격 흐름이 꺾일 경우 하락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는 “AI 관련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장기 성장 스토리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결국 이날 시장은 ‘기대와 현실의 충돌’ 속에 반도체 업종이 크게 흔들린 하루로 기록됐다. 투자자들은 당분간 메모리 가격과 글로벌 IT 수요 지표를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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