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특강] 윤지나 CBS 디지털뉴스제작센터장
“계엄과 대선 정국이 벌어지니 정치를 다루긴 해야겠는데, (후보의) 일대기를 해야 하나, 대립하는 인물들이 왜 싸우는지 설명을 해줘야 하나,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다 ‘우리는 맥락을 보여주고 흐름을 짚어주면서 통찰을 제시하자’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윤지나(44) <CBS> 디지털뉴스제작센터장의 말이다. 지난해 11월 27일 충북 제천시 세명대 학술관에서 ‘뉴스 지나갑니다는 어떻게 2030을 잡았나’를 주제로 강연한 그는 CBS 유튜브 채널 ‘씨리얼’의 정치·시사 코너 기획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의 2025년 저널리즘특강 마지막 순서인 이날 수업에서 그는 ‘뉴스 지나갑니다’가 ‘저관여층’인 2030세대는 정치에 관심 갖게 하고, 40~60대 ‘고관여층’은 새로운 시점을 얻는 콘텐츠를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2006년 CBS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등을 거쳤으며 한국여기자협회 올해의 여기자상, 홍성현 언론상 등을 수상했다.
감정적 충돌 대신 설명과 해석에 집중
윤지나 CBS 디지털뉴스제작센터장이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특강에서 ‘뉴스 지나갑니다는 어떻게 2030을 잡았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정세빈 기자
씨리얼은 ‘현실을 직시한다’(See Real)는 구호로 2015년 출발해 현재 약 4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다. 그동안 노동, 여성, 기후, 소수자 문제 등을 참신한 방식으로 다뤄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가운데 윤 센터장이 진행하는 ‘뉴스 지나갑니다’는 정치를 주제로 한 여타 유튜브 프로그램이 강한 정파성과 노골적인 공격, 감정적 비판으로 흐르는 것과 달리 차분하고 발랄한 설명과 해석에 집중해 호평받았다.
2025년 대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 후보를 다룬 ‘이재명은 합니다, 어디까지요?’ ‘ 탄핵 2회차 한국 보수의 미래, 예언 또는 유언’ ‘이준석이 제3지대라는 착각’ ‘권영국? 처음 듣는 당신을 위한 10분 요약’ 등이 대표적인 예다. 후보의 발언이나 공약을 단순 나열하는 대신, 과거 정치적 선택과 당내 위치, 행동의 배경을 함께 설명하며 현재 행보를 해석했다. 시청자가 개별 사건이 아닌 ‘맥락 속 흐름’으로 정치 인물을 이해하도록 도왔다.
‘뉴스 지나갑니다’는 또 거창한 설명보다 현장 기자의 경험이나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끌어와 시청자가 상황을 가깝게 느끼도록 했다. 대선 후보를 다루는 과정에서도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기자들이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나 인물에 대한 인상을 그대로 풀어내며 시청자들과 거리감을 좁혔다. 2030 시청자들은 또 상황 이해를 돕는 ‘개념 설명’에도 높은 반응을 보여, 지적 욕구가 크다는 것을 보였다.
‘사고를 위임하는’ 시청자 위해 올바른 자세 유지하려 노력
윤 센터장은 “지금처럼 미디어가 많은 세상에서 사람들은 사고를 위임하는 경향도 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탈진할 정도로 노동에 시달리고 공부에 시달리고 집에 돌아와 뉴스를 볼 때, 흐름과 맥락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주는, 믿고 볼 어떤 대상이 필요하다는 욕구가 있더라는 것이다. 그는 “편향적인 정치 유튜브도 많은데, 사고를 위임하는 시청자를 생각해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나 CBS 디지털뉴스 제작센터장의 강의를 경청하는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생들. 이날 특강에는 줌 화상회의 연결한 외부 청중을 포함해 30여 명이 참여했다. 정세빈 기자
윤 센터장은 향후 씨리얼의 방향과 관련해 “다행히 회사에서 수익성 압박을 받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에 관한 관심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와 같은 주제를 최근에도 다룬 것처럼, 앞으로도 꿋꿋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씨리얼이 놓치고 있는 것’으로 현장성을 꼽았다. 제작진이 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편집 영상을 많이 쓰는 것이 단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또 젊은 시청자들이 경제나 생활 정보에 관한 수요가 많은데도,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 그는 “씨리얼의 정체성에 경제랑 생활 정보를 어떻게 넣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사실 있다”며 “기본적으로 씨리얼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메인 정서가 공동체라, ‘각자도생의 개인’이라는 니즈에 부응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털어 놓았다.
취재원의 진솔한 고백 끌어내는 노하우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생 최서정(30) 씨는 “씨리얼 영상을 보면 가면을 쓰고 나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왕따나 자살의 시도 경험이 있던 분이 얼굴을 공개하고 발언하기도 한다”며 “어떻게 설득한 것인지” 물었다. 윤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설득하지 않는다”며 “원하시는지 묻는다”고 답했다. 그는 “일종의 라포(신뢰관계) 형성 시간이 쌓이면 취재원의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익명이나 얼굴 가림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던 취재원도 신뢰가 형성된 후에는 스스로 얼굴 공개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강연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생 최서정 씨가 취재원 설득의 과정에 관해 질문하고 있다. 정세빈 기자
같은 대학원생 장태린(28) 씨는 “어떤 이슈에 관심을 갖는 것이 나의 경험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며 “독자를 울리려면 기사가 울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는데 ‘거리 두기’의 노하우가 있는지” 질문했다. 윤 센터장은 “굳이 거리 두기를 해야겠다는 인식까지 가질 필요는 없다”며 “취재하고 기사를 쓸 때는 굉장히 논리적이고 차가워야 되겠지만, 거기에 접근하는 원동력은 감정적인 것일 수 있다”고 답했다.
단비뉴스 청년부, 소셜전략팀장 정세빈입니다.
보이지 않는 삶을 마주하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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