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지드래곤은 바빠서 못 옵니다. 대신 30초짜리 지드래곤은 있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7시(현지시간) 홍콩 애드미럴티센터의 맥도날드 매장.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은 없었지만 매장은 100명이 넘는 팬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사전 추첨에서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행사장을 찾았다. 이날 처음 공개되는 30초짜리 맥도날드 광고를 함께 보기 위해서였다.
홍콩 도심의 핵심 환승역인 애드미럴티역과 바로 연결된 이 매장은 맥도날드가 새로운 매장 디자인과 운영 방식을 시험해온 상징적인 점포다. 유동인구가 많은 입지에 자리 잡아 시간당 1200명 이상이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시아에서 가장 붐비는 레스토랑’으로 불린다.
지난 16일 홍콩 애드미럴티센터 맥도날드 매장에서 공개된 지드래곤 협업 굿즈를 홍콩 맥도날드 관계자가 전시하고 있다. 권용훈 기자
행사가 시작되자 대형 화면에 지드래곤과 맥도날드가 함께한 광고가 흘러나왔다. 팬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어 화면을 촬영했고, 지드래곤이 등장할 때마다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이날 홍콩 맥도날드는 정식 광고뿐 아니라 홍콩 팬들에게 직접 전하는 지드래곤의 메시지도 담겼다. 광고 촬영장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장면이 이어질 때마다 팬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16일 오후 홍콩 애드미럴티센터 맥도날드 매장에서 열린 지드래곤 협업 행사에서 팬들이 신제품 고추장 버거를 맛보고 있다. 권용훈 기자
이날 행사는 광고 시사회와 신메뉴 시식회를 겸해 열렸다. 맥도날드는 지난 17일 한국과 홍콩에서 공식 출시하기에 앞서 참석한 팬들에게 신메뉴를 하루 먼저 선보였다. 고추장 버터를 활용한 치킨버거와 맥너겟 소스, 불고기맛 감자튀김, 제주 감귤 음료와 디저트 등이 테이블에 올라왔다. 팬들은 지드래곤의 광고를 본 뒤 그가 모델로 나선 메뉴를 누구보다 먼저 맛봤다.
고추장 버터 메뉴는 생각보다 매운맛이 분명했다. 고추장의 매콤함을 버터가 누그러뜨렸지만 평소 단맛을 즐기는 홍콩 소비자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예상과 달리 팬들의 반응은 좋았다. 참석자들은 햄버거와 감자튀김 등을 거리낌 없이 먹었고 “맛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국에서 익숙한 고추장 맛이 홍콩의 20대 소비자에게도 더 이상 낯선 맛이 아니었다.
지난 16일 홍콩 애드미럴티센터 맥도날드 매장에서 직원들이 주문한 메뉴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애드미럴티역과 바로 연결된 이 매장은 시간당 1200명 이상이 찾는 홍콩의 대표적인 점포다. 권용훈 기자
‘GD 없는 팬파티’까지 연 맥도날드
맥도날드는 이번 협업을 ‘아이콘×아이콘’ 프로젝트로 이름 붙였다. 한국에서 기획해 아시아 13개 시장으로 확장하는 대형 캠페인이다. 홍콩은 17일 오전 9시30분 한국과 동시에 신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고추장 버터를 활용한 메뉴뿐 아니라 지드래곤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을 상징하는 데이지와 하트 디자인을 포장지에 적용했다.
오는 21일부터는 GD 한정판 포토카드를, 23일부터는 피스마이너스원과 협업한 복고풍 모자와 금속 배지, 캔버스 가방 등 굿즈를 순차적으로 내놓는다. 햄버거를 파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음식과 음악, 패션, 굿즈를 하나의 소비 경험으로 묶은 것이다.
지난 16일 오후 홍콩 애드미럴티센터 맥도날드 매장에서 열린 지드래곤 협업 행사에서 팬들이 응원 도구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용훈 기자
지드래곤은 이런 전략에 가장 잘 맞는 인물로 꼽힌다. 음악뿐 아니라 패션과 예술 분야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공연 활동을 이어가며 두꺼운 팬덤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맥도날드 역시 이번 협업에서 지드래곤을 단순 광고모델이 아니라 캠페인의 디자인과 분위기를 만드는 ‘핵심 아이콘’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 광고도 전형적인 햄버거 광고와 거리가 있다. 지드래곤이 맥도날드의 상징인 로널드 맥도날드에 기대 휴대전화를 바라보다 마지막에 ‘You lovin’ it’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제품을 길게 설명하기보다 지드래곤과 맥도날드라는 두 브랜드를 결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개 직후 온라인에서도 협업 자체가 화제가 됐다.
지드래곤이 맥도날드의 상징인 로날드 맥도날드 조형물과 함께 등장한 광고 장면. 광고 속 공간은 지드래곤의 실제 자택 인테리어를 모티브로 꾸며졌다. 한국맥도날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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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와 ‘팬심’까지 판다
글로벌 외식업체들이 유명인을 활용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스타 마케팅이 유명 모델을 광고에 등장시켜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스타가 가진 팬덤을 실제 매장 방문과 한정판 소비로 연결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홍콩 맥도날드 신제품 행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광고 채널이 됐다. 팬들은 광고와 한정 메뉴, 협업 굿즈를 휴대전화로 찍고, 먹고, 곧바로 SNS에 올렸다. 브랜드가 별도의 광고비를 들여 노출을 늘리지 않아도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재생산하는 구조다.
특히 팬덤이 강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면 행사장 안에서 끝날 경험이 사진과 영상, 후기 형태로 온라인에 퍼지면서 ‘자동 바이럴’ 효과가 커진다. 과거 스타 마케팅이 광고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팬들이 직접 체험하고 공유하도록 만들어 광고의 유통 과정까지 소비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16일 홍콩 애드미럴티센터 맥도날드 매장에서 지드래곤과의 협업을 기념해 선보인 한정 메뉴가 전시돼 있다. 고추장 소스를 활용한 버거, 감귤 음료, 불고기 감자튀김 등으로 구성됐으며 동원홈푸드·CJ제일제당·오뚜기 등 국내 주요 식품기업과 함께 만들었다. 권용훈 기자
팬들이 소비하는 것도 햄버거에 그치지 않는다. 맥도날드는 카드와 모자, 배지, 가방 등 지드래곤과 협업한 한정 상품을 잇달아 선보인다. 햄버거를 사는 행위가 굿즈를 모으고 인증하는 팬덤 활동으로 확장되는 셈이다. 지드래곤과 맥도날드의 접점도 적지 않다. 그는 평소 방송과 콘텐츠 등에서 맥도날드를 즐기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왔다.
지드래곤은 최근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공연을 이어가며 국가를 넘나드는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 역시 한국과 홍콩을 시작으로 아시아 13개 시장으로 순차적으로 확대된다. 국가마다 별도의 스타를 기용하는 대신 아시아 전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K팝 스타 한 명을 앞세워 신메뉴와 굿즈를 동시에 확산시키는 전략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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