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사옥 / 사진=현대건설 제공
최근 글로벌 산업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대와 전력 수요 급증, 에너지 안보 강화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단순 발전소 건설이 아니라 ‘전기를 어떻게 생산하고 이동시키며 활용할 것인가’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현대건설이 단순 시공사를 넘어
소형모듈원전, 초고압직류송전, 수소 인프라까지 연결하는 ‘에너지 플랫폼 기업’
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이 기존 건설업의 한계로 지적됐던 ‘수주 의존형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 에너지 밸류체인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현대건설의 사업 구조와 투자 방향을 종합하면,
단순 원전 EPC 기업이 아니라 발전·송전·저장·활용까지 연결하는 통합형 에너지 인프라 사업자로의 전환
흐름
이 감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300MW급 SMR 2기”…현대건설이 바꾸는 원전 사업의 성격
현대건설 에너지 전략의 핵심 축은 SMR이다. 현대건설은 미국 원전 기업 Holtec International과 협력해 미국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부지에 300MW급 SMR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해당 사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빠른 상업용 SMR 프로젝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실질 착공 시점을 글로벌 SMR 산업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기존 대형 원전은 일반적으로 1000MW 이상 규모로 건설 기간이 길고 초기 투자비가 막대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SMR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제작돼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이 가능하며, 데이터센터·산업단지·지역 전력망 등 특정 수요처에 맞춤형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실제로 AI 데이터센터 1곳이 소비하는 전력은 중소 도시 전체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 수준으로 분석되며,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원전과 송전망 확보 경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현대건설은 단순 시공사가 아니라, 장기 에너지 공급 체계를 설계하는 기업으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전만 짓지 않는다”…HVDC까지 연결되는 전략
현대건설 전략의 핵심은 SMR 단독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회사가 강조하는 또 다른 축은 HVDC다.
HVDC는 장거리 대용량 송전에 사용되는 초고압직류송전 기술로, 재생에너지와 원전 확대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일반 교류 송전 대비 송전 손실을 줄일 수 있고, 대규모 전력을 장거리로 이동시키는 데 유리하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확대될수록 HVDC 수요 역시 함께 증가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발전소를 짓더라도 송전망이 확보되지 않으면 실제 전력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SMR과 HVDC를 동시에 강화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 발전소 시공이 아니라 생산된 전력을 실제 산업 현장과 데이터센터로 연결하는 구조까지 확보해야 장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최근 HVDC를 미래 핵심 사업군으로 제시하며 에너지 가치사슬 전반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기존 건설사가 발전소 건설에 집중했던 것과는 결이 다른 움직임이다.
“7조1006억원 플랜트·에너지”…공식 실적으로 확인되는 변화
현대건설의 변화는 실적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약 31조629억원이며, 이 가운데 플랜트·에너지 부문 매출은 약 7조100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22.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건설의 사업 구조에서 에너지와 플랜트 부문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과거 현대건설 실적 구조가 주택과 토목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플랜트와 에너지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주택 사업은 금리와 부동산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에너지 인프라는 일반적으로 수십 년 단위 운영 계약과 유지보수 시장이 연결된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의 에너지 사업 확대가 단순 신사업 진출이 아니라 기업 체질 자체를 바꾸는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원전·송전·수소”…왜 수직 계열화가 중요한가
현대건설 전략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개별 사업이 아니라 연결 구조다.
SMR은 안정적인 전력을 생산하고, HVDC는 이를 장거리로 이동시키며, 수소 사업은 잉여 전력을 저장·활용하는 방식으로 연결된다. 즉 발전·송전·저장·활용을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묶는 구조다.
이는 단순 건설사와 근본적으로 다른 사업 모델이다. 기존 건설업은 프로젝트 수주 후 공사가 끝나면 매출도 종료되는 구조였지만, 에너지 플랫폼 사업은 운영과 유지보수 시장까지 이어지는 장기 사업이라는 특징이 있다.
특히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탄소중립’과 ‘전력 안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발전소 하나를 짓는 기업보다 에너지 생태계를 통합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건설이 원전과 HVDC, 수소까지 동시에 확대하는 이유 역시 단순 사업 다각화가 아니라 장기적인 에너지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AI 시대 최대 수혜 산업”…에너지 인프라 가치 재평가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가치가 재평가되는 영역 중 하나는 전력 인프라다.
AI 산업이 확대될수록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업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원전 전력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는 노후 원전 재가동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현대건설에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건설은 SMR과 HVDC, 플랜트 역량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단순 시공이 아니라 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전력 생태계 구축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재평가 가능성이 제기된다.
“건설사가 아니라 플랫폼 기업”…멀티플 변화 가능성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의 가장 큰 변화로 ‘기업 정체성 전환’을 꼽는다.
과거 건설업은 경기 민감도가 높은 산업으로 분류되며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장기 에너지 인프라 사업 비중이 확대될 경우, 단순 건설사가 아니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인프라 플랫폼 기업으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SMR과 HVDC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수십 년간 지속적인 투자가 예상되는 분야라는 점에서, 현대건설의 장기 성장 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건설의 다음 경쟁자는 건설사가 아니다”
현대건설의 최근 전략 변화는 단순한 신사업 확대와는 결이 다르다. 원전, 송전, 수소,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까지 연결되는 구조는 기존 건설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시도로 읽힌다.
결국 현대건설이 그리고 있는 미래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기업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과 이동, 저장, 활용 구조를 설계하는 플랫폼 사업자에 가깝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현대건설은 ‘주택 중심 건설사’에서 ‘장기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며 새로운 기업 가치 평가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본지는 SMR·HVDC 및 에너지 플랫폼 전략과 관련해 현대건설 측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고 있으며, 회사 측 입장이 확인되는 대로 추가 반영할 계획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