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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매년 500억 톤 모래 퍼낸다...무너지는 해양재난 방어선

건물·도로 등을 만들 때 쓰이는 모래가 자연에서 생성되는 양보다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는 매년 500억 톤의 모래를 채취하는데 이런 추세라면 생태계가 훼손되고 모래 공급이 부족해질 우려가 있다.

매년 500억 톤 모래 퍼낸다...무너지는 해양재난 방어선

건물·도로 등을 만들 때 쓰이는 모래가 자연에서 생성되는 양보다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는 매년 500억 톤의 모래를 채취하는데 이런 추세라면 생태계가 훼손되고 모래 공급이 부족해질 우려가 있다. 모래는 콘크리트와 반도체의 기초재료지만 자연에서는 수질여과와 해안선 방어, 생물서식지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캄보디아 메콩강의 모래 채취로 인해 무너져내린 강둑 (사진 Mathias Depardon/UNEP)

매년 500억 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채취되는 자원

유엔환경계획(UNEP)이 12일 "전 세계 모래 채취량이 자연적 공급 한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UNEP가 이날 공개한 '모래와 지속가능성: 자연과 개발을 위한 필수자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매년 채취되는 모래는 약 500억 톤 규모다. 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채취되는 고체 자원이다. 석유·석탄은 물론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리튬·코발트 등 이른바 핵심광물의 전체 채취량(약 3000만 톤·2030년 전망치)보다 1600배 많다.

보고서는 모래 수요가 2000년부터 2020년 사이 세 배 늘었으며 건물부문의 수요는 2060년까지 최대 45% 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 27명이 공동작성한 이 보고서는 UNEP의 세 번째 모래 지속가능성 관련 보고서다.

모래가 이렇게 많이 쓰이는 이유는 쓰임새가 그만큼 광범위해서다. 건물과 도로를 만드는 콘크리트의 주재료이고, 유리와 반도체 웨이퍼, 태양광 패널의 원료이기도 하다. 해안침식을 막는 방파제와 해수면 상승에 대응한 간척사업에도 모래가 쓰인다. 현대사회의 기반시설 대부분이 모래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스톡홀름 복원력센터 등 국제연구진이 지난해 학술지 One Earth에 발표한 연구는 “인간이 만든 구조물의 총질량이 현재 지구상 모든 생물량을 초과했다”면서 “현재의 건설 속도는 닷새마다 프랑스 파리 하나를 새로 짓는 것과 맞먹는다”고 분석했다. 그 건설에 필요한 원료 상당부분을 모래가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모래가 한번 쓰이면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모래는 암석이 수십만 년에 걸쳐 풍화·침식되면서 만들어지는 자원이다. 강이 바다로 퇴적물을 운반하고, 파도와 조류가 해저지형을 빚는 과정을 거쳐 축적된다. 그 속도는 채취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느리다. 보고서가 "채취 속도가 보충 속도를 앞질렀다"고 표현하는 이유다.

모래 채취는 수질악화, 농지 및 생물다양성 파괴, 홍수위험 증가, 기반시설 손상, 모래 공급부족 및 가격 변동성 증가 등을 유발한다(Bide and Mitchell 2023) (이미지 Sarah Hannis Illustration/UNEP)

“기후위기로 해양재난 심화…모래가 1차 방어선”

보고서는 채취로 인한 생태계 영향을 우려한다. 모래는 자연 속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 기능이 채취로 인해 사라진다는 것이다.

강바닥의 모래는 물을 여과하고 수생생물의 서식지가 된다. 해안가 모래는 파도 에너지를 흡수해 해안선을 안정시키고, 해수가 지하 담수층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다. 보고서 총괄 저자인 파스칼 페두치 UNEP 제네바 소장은 "모래는 해수면 상승, 폭풍 해일, 해안 대수층 염수화에 맞선 1차 방어선"이라며 "이 위협들은 모두 기후변화(기후위기)로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 상황을 'dead and alive(죽은 모래와 살아있는 모래)'라는 표현으로 설명한다. 채취돼 콘크리트나 유리가 된 '죽은 모래'와 자연 생태계 안에서 기능하는 '살아있는 모래'다. 같은 양의 모래라도 강이나 해안에서는 수백~수천 년에 걸쳐 생태기능을 수행하지만, 건설재료로 쓰이면 건물 수명만큼만 그 가치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보고서가 "모래를 현명하게 사용하라(use it wisely)"고 촉구하는 배경이다.

준설 영향 매커니즘, 생물다양성 반응 및 생물다양성 변화 모니터링에 필요한 주요 변수들 (출처 Torres et al., 2025/BioRender/UNEP) (인공지능 활용 번역)/뉴스펭귄

피해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9년 몰디브 정부는 수도 말레 인근 섬 굴히팔후의 라군을 매립하기 위해 2450만㎥의 모래를 파냈다. 6개월 뒤 환경영향평가 결과 피해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공사로 산호초와 석호 서식지 200헥타르가 파괴됐다.

필리핀에서는 1700헥타르 규모 공항 건설을 위해 마닐라만 해저에서 1억5500만㎥의 모래를 파냈는데 이후 어류가 돌아오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에서는 도시개발사업으로 2200만㎥를 준설한 뒤 어업 수입이 80% 감소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피해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UNEP의 해양모래 감시 시스템(Marine Sand Watch)에 따르면 전 세계 준설업체의 약 절반이 해양보호구역(MPA) 안에서 작업하고 있으며, 이들이 채취하는 양은 전체 준설량의 15%를 차지한다.

이 수치는 지난해 미시간주립대·스탠퍼드대 등 국제연구진이 One Earth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연구진은 “준설이 해저에서 일으키는 부유물이 해초와 산호를 뒤덮어 생태계에 연쇄 피해를 준다”고 분석했다. 2016년 몰디브에서 발생한 산호 백화 사태 당시 준설지역의 산호 폐사율은 비준설 지역보다 6배 높았다.

새끼 바다거북들은 해변에서 태어나 바다로 향한 뒤 수십 년이 지나도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와 둥지를 튼다. (사진 Pexels/Lachlan Ross/UNEP)

한국도 강·바다모래 채취로 어업 피해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은 문제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강모래 채취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바다로 옮겨갔다. 4대강 사업 과정에서 강바닥 준설로 강모래가 대량 소진된 데다, 사업 이후 보 설치로 강물 흐름이 바뀌면서 모래가 자연적으로 쌓이는 퇴적과정도 교란됐다. 환경규제 강화로 강모래 신규 채취도 어려워지자 정부는 2008년 서해·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 골재(바다모래)채취단지를 지정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EEZ 채취는 애초 국책사업용 수요에 한정한다는 조건으로 어업인들의 동의를 얻었지만 기간이 거듭 연장되면서 10년 이상 같은 해역에서 채취가 이어졌다. 그 결과 남해 EEZ 채취단지는 채취 전 대비 최대 19.5m, 서해 EEZ는 최대 19m까지 해저가 파였다. 해저지형이 크게 변하면서 조류 흐름이 바뀌고 어류 서식지가 사라졌다.

채취구역 복구의무는 법에 규정돼 있었지만 바다모래 채취구역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실상 면제됐다. 어업인들은 어장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도 이를 막을 제도적 수단이 없었다. 관리권한이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있고 해양수산부는 협의대상에 불과해서다. 어업인 단체의 반발이 이어 남해 EEZ 채취는 2020년 8월 전면 중단됐다.

서해 EEZ에서는 현재도 채취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채취된 모래는 건설현장에 공급되어 아파트, 도로, 항만 등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는 건축·토목용 자재로 활용되고 있다.

UNEP는 각국 정부가 모래를 전략자원으로 공식 인정하고 국가단위의 자원목록 작성과 부처간 정책 조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모래가 어디서 얼마나 채취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글로벌 데이터 자체가 없다”면서 “이 공백이 과잉채취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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