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형 트렌드의 반복
허니버터칩·포켓몬빵·두쫀쿠…
SNS 타고 삽시간에 큰 유명세
판매매장 급증 탓 희소성 떨어져
언제 그랬냐는 듯 인기도 ‘뚝’
유행도 반감기가 있다
크로플 검색량 반감기 163일
탕후루는 54일·두쫀쿠 17일
소비자 관심 전환 점점 빨라져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소멸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찾아라
유행 좇는 방식, 지속가능성 낮아
시장이 과잉공급 상태 들어가면
재고·폐업 리스크 떠안는 악순환
경쟁력 있는 메뉴·서비스가 관건
12일 오전 대구의 한 제과점 앞에는 오픈 30분 전부터 쿠키를 사려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섰다.
2014년 허니버터칩이 ‘구하기 어려운 과자’라는 입소문을 타며 품귀 현상을 빚었다.
2022년 재출시된 포켓몬빵은 빵보다 ‘띠부씰’ 수집 열풍이 더해져 편의점 오픈런을 불러왔다.
최근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는 유행의 기세가 꺾이며 재고가 남아있다.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가 지면 한물간 ‘탕후루’가 마중 나온다.”
최근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문장은 요즘 먹거리 트렌드의 변화 속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때 SNS, 각지 매장 등 온·오프라인을 장악했던 두바이 쫀득 쿠키의 인기가 빠르게 식자 이미 비슷한 방식으로 기세가 꺾였던 탕후루가 되레 두쫀쿠를 위로한다는 풍자 섞인 농담이다.
디저트를 포함한 외식 메뉴 전반에서 먹거리는 점점 더 화려해지고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화려함과 자극에 대한 호응과 함께 반감도 커져서인지 수많은 ‘반짝 먹거리’들의 유행 주기가 한 세대를 거치면서 과거 ‘몇 년’에서 ‘몇 달’을 넘어 이제는 ‘몇 주’ 단위로 줄어드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반짝 먹거리’의 유행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시민과 자영업자들은 어떠한 인식과 대응 전략을 가져야 할까.
◇치즈 닭갈비부터 두쫀쿠까지…‘반짝 먹거리’의 반복되는 공식
먹거리 유행은 대개 비슷한 과정을 거쳐왔다. SNS에서 강렬한 비주얼이나 독특한 콘셉트가 화제가 되면 짧은 시간 안에 전국적으로 관심이 확산된다. 이후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에서 ‘먹방’이나 인증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이들을 취급하는 매장도 빠르게 늘어난다. 두쫀쿠도 가수 장원영이 개인 SNS에 게시했던 글로 인해 삽시간에 유명세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행을 좇는 매장이 몰리면서 공급이 과잉되고 희소성이 사라지면 수요가 서서히 줄고 관심도 급격히 식게 된다. 짧은 기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가 빠르게 사그라드는 이른바 ‘스파이크형 트렌드’가 반복되는 구조다.
2010년대 시카고피자와 치즈 닭갈비는 치즈를 과하게 얹어 늘어뜨리는 ‘비주얼’로 SNS를 달구며 전국 상권을 휩쓸었다. 이후 벌집 아이스크림, 흑당 버블티, 대왕 카스테라 등 이색 디저트들이 잇따라 등장했지만 대부분 짧은 유행을 끝으로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2014년에는 허니버터칩이 ‘구하기 어려운 과자’라는 입소문을 타며 품귀 현상을 빚었다. 일부 매장에서 제품을 따로 빼돌려 웃돈을 받고 되파는 사례까지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2년여 후에는 대왕 카스테라가 전국 곳곳에 전문점이 생길 정도로 창업 열풍까지 일으켰지만 유행이 식자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과거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가 2022년 재출시된 포켓몬빵은 빵보다 ‘띠부씰’ 수집 열풍이 더해지며 편의점 오픈런을 불러왔다. 2023년 탕후루는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한 상권에 수십개 매장이 들어서는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두바이 초콜릿과 두쫀쿠 역시 짧은 기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요며칠 사이 기세가 확 꺾이면서 피스타치오, 카다이프 등 고가 수입 재료를 대량 매입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163일에서 17일로…짧아진 먹거리 ‘유행 반감기’
‘반짝 먹거리’들의 유행 주기가 ‘몇 달’에서 ‘몇 주’로 짧아진 경향은 먹거리는 더 화려해졌지만 시장은 더 냉정해졌음을 방증한다. ‘무엇이 뜨느냐’보다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유행 주기의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를 토대로 주요 먹거리 키워드의 검색량 변화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사이 유행 지속 기간이 급격히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검색량이 정점을 찍은 뒤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데 걸리는 기간, 이른바 ‘유행 반감기’가 해마다 단축되고 있는 것이다.
2020∼2021년 인기를 끌었던 크로플은 최고점 이후 검색량이 절반으로 떨어지기까지 163일이 걸렸다. 2023년 유행한 탕후루는 54일로 줄었고 2024년 화제를 모은 두바이 초콜릿은 13일, 지난해 말 급부상한 두쫀쿠는 17일에 그쳤다. 불과 몇 년 사이 먹거리 유행의 지속 기간이 10분의 1 수준으로 단축된 셈이다.
이 같은 유행 주기 단축 등 변화의 배경으로는 SNS 알고리즘과 소비 문화 변화가 꼽힌다. 릴스·틱톡 등 숏폼을 통해 자극적인 비주얼의 메뉴가 순식간에 전국적 유행으로 확산되지만 콘텐츠 소비 속도가 빨라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특히 최근 먹거리 트렌드는 한번 경험하고 사진이나 영상을 남기면 소비 목적이 달성되는 이른바 ‘인증 소비’ 구조로 ‘맛’보다 ‘볼거리’ 중심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재구매로 이어지지 못하고 유행이 빠르게 소멸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간단한 레시피(조리법)로 진입 장벽이 낮아진 점도 유행 단축을 부추긴다. 레시피와 인테리어 콘셉트가 SNS와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면서 단기간 판매 매장이 급증하고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상권 분석 없이 유행에 편승한 창업도 늘어나면서 출혈 경쟁과 폐업이 반복되는 구조로 이어진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허니버터칩과 포켓몬빵은 웃돈 거래 등 논란을 낳았고 대왕 카스테라, 탕후루 등은 과잉 창업 이후 상당수가 줄폐업하는 현상을 낳았다. 두쫀쿠 역시 고가 원재료 매입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사례로 남고 있다.
◇마라탕은 왜 살아남았나…유행과 ‘생활 메뉴’의 차이
다만 모든 먹거리 유행이 같은 속도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메뉴는 SNS를 계기로 확산됐지만 이후 외식 메뉴로 자리 잡으며 비교적 긴 생명력을 유지하기도 한다. 2018년 가수 화사의 ‘소곱창 먹방’이 방송을 통해 화제를 모으면서 전국 곱창집이 북적이고 소 내장이 일시적으로 품귀를 빚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단순한 유행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곱창은 이후에도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며 외식 메뉴로 자리 잡았다.
2019년부터 국내에서 붐을 일으킨 마라탕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학생층을 중심으로 시작된 인기는 빠르게 확산되며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폭넓은 소비층을 형성했고 현재까지도 프랜차이즈 매장과 전문점이 꾸준히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일부 메뉴는 초기 SNS 유행을 계기로 대중에게 알려진 뒤 일시적 관심을 넘어 생활 속 외식 메뉴로 정착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이들 메뉴가 비교적 반복 소비가 가능한 구조와 안정적인 가격대를 갖췄다는 점을 공통 요인으로 꼽는다. 탕후루나 두쫀쿠처럼 ‘한 번 경험해보는 디저트’가 아니라 식사 메뉴로 소비되면서 재방문 수요가 유지됐다는 것이다. 또한 재료 선택 방식으로 개인 취향에 맞게 메뉴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도 지속성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먹거리 유행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재구매 가능성, 가격 접근성, 메뉴 확장성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행은 단발성 소비”…먹거리 트렌드의 구조적 한계
전문가들은 최근 먹거리 유행이 짧아지는 현상이 소비문화 변화와 SNS 환경에 따른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민병운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음식의 맛과 분위기를 온전히 즐기는 ‘완독형 소비’였다면 지금은 SNS 인증이나 숏폼 콘텐츠에 적합한 결정적인 장면만 빠르게 취하는 ‘발췌형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하나의 경험을 확보하는 순간 곧바로 다음 유행으로 이동하면서 먹거리 유행 주기가 빠르게 파편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수많은 마이크를 가진 인플루언서들이 동시에 유행을 확산시키면서 특정 메뉴가 짧은 시간 안에 전국적으로 퍼지는 초단기 트렌드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숏폼 플랫폼 알고리즘은 특정 음식을 반복적으로 노출해 단기간 집단적 열광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며 “유행이 공중파나 대형 미디어로 확산되는 순간 오히려 관심이 식는 신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트렌드의 발원지가 완전히 SNS로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행 메뉴 중심 창업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일 메뉴에 소비가 집중되면 시장은 빠르게 과잉 공급 상태로 들어가고 이 시점이 대중의 관심이 식는 시기와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폭발적 수요에 맞춰 설비를 늘리거나 원재료를 대량 확보한 자영업자들이 재고 부담과 폐업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행을 좇아 단기 수익을 노리는 방식은 지속 가능성이 낮다”며 “장기적으로는 자신만의 경쟁력 있는 메뉴와 서비스 등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김유빈기자
도움말=민병운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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