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선 손으로 쥐고 노는 '촉감 완구' 열풍이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화면을 통한 시각 경험이 익숙한 세대가 꾸준히 촉각 중심의 경험을 찾는 이유는 뭘까요?
송재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낮의 열기가 절정에 이른 오후, 평일인데도 서울 창신동 완구거리가 인파로 가득합니다.
가게마다 매대를 가득 메운 건 '말랑이'로 대표되는 촉감 완구들, 저마다 손을 뻗어 직접 만져봅니다.
[이주언 / 20대 소비자 : 친구들 거 뺏어 만지다가 좋아서…. 전에는 친구 거 가지고 이 오빠랑 한번 싸웠거든요, 뺏겠다고. 그래서 우리 같이 그냥 사러 오자고 해서 오늘 사러 왔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청소년보다 성인이 더 많다는 겁니다.
시장에선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고 말합니다.
[조치열 / 완구점 사장 : (유행) 초반에는 20대 여성들부터 시작해서 방학하고 오는 학생들까지, 그리고 조금 더 어린 학생들은 엄마 손 잡고 오는 초등학생들까지…. (오히려 어른들이 유행시킨 것에 가깝네요?) 그렇죠.]
SNS부터 연예인들 후기까지, 온라인 공간에서 단골손님이 되며 오프라인 완구시장까지 달군 열풍.
질릴 만하면 새로운 촉감의 상품이 등장하면서, 올해 초 시작된 유행이 어느새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눌러도 형체가 돌아오는 '말랑이', 더 잘 늘어나는 '슬랑이'에 더해, 요즘 대세는 점토 겉을 감싼 딱딱한 왁스를 한 번에 부수는, 이른바 '왁뿌볼'입니다.
이런 유행의 흐름은 수치로도 증명되는데, 어린 시절 젤 형태의 '슬라임'이 유행한 세대가 어른이 돼서도 손으로 느끼는 감각을 추구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화면을 통해 경험하는 게 익숙한 '디지털 세대'란 점에서 의외란 평가도 나옵니다.
촉각 완구 사용자들은 '심리적 효과'를 대표적인 소비 이유로 꼽습니다.
[이충범 / 20대 소비자 : 아무 생각 없이 만지고 있으면 생각보다 기분이 좋고 느낌이 좋아서….]
[강민혜 / 20대 소비자 : 뭔가 만지면서 확실히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실제 지난해 일본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 부드러운 '스트레스 볼'을 쥘 때 뇌의 스트레스 대응 부위 활동이 변하는 게 관찰됐고, 실험 참가자들도 편안히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이번 열풍이 젊은 세대가 놓인 시대적 현실과도 맞닿아있다고 분석합니다.
대학생부터 취준생, 사회 초년생까지 모두가 불확실성을 견뎌야 하는 시대에 내 손으로 직접 쥐고 통제할 수 있는 감각이 위로가 된다는 겁니다.
[이준희/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촉감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현재 감각에 집중이 옮겨지면서 내가 예전에 했던 걱정들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 같은 걸 잠깐 잊을 수 있다….]
다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들에 대해선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YTN 송재인입니다.
영상기자 : 심원보
디자인 : 정민정
화면출처 : 위버스, 에이블리
YTN 송재인 (sunn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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