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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자로 맞고도 못 뺐다…‘이긴자로’들의 뱃살 비밀 [Health&]
중앙일보
02면
김가영 기자의
오늘의 알약
살 안 빠지면 최대 허용 용량으로
효과 없거나 부작용 땐 약제 변경
비만치료제 효과가 더디다고 느껴질 땐 주치의와의 상담이 우선이다.
최근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수용체 작용제로 체중 감량에 성공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한편에서는 약을 맞아도 살이 빠지지 않거나 식욕이 억제되지 않는다는 경험담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 이러한 경험담이 공유되며 약효를 보지 못하는 이들을 뜻하는 ‘이긴자로’(마운자로를 이긴 사람)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똑같은 약을 써도 왜 결과가 다를까.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궁금증을 비만대사연구학회 오범조(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홍보이사와 함께 풀어봤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뇌의 포만감 중추에 작용해 식욕을 줄이는 식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원리는 변하지 않지만, 사람마다 반응은 다를 수 있다.
그 원인으로는 크게 네 가지가 거론된다. 먼저 유전적 요인이다. GLP-1 수용체 유전자의 다형성에 따라 약물 반응성이 달라지는데, 수용체 민감도 자체가 낮은 이들은 효과가 작을 수 있다. 다음은 식이 요인이다. 초가공식품과 액상과당은 약의 식욕 억제 효과를 상쇄할 만큼 강한 도파민 자극을 줘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
유전·식습관 등에 따라 약물 반응 달라
심리·행동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로 감정적 식이를 하는 경우 약리적 식욕 억제보다 심리적 섭식 욕구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마지막은 처방·용량 요인이다. 약물의 효과는 용량 의존적이기 때문에 저용량만 투여하면 충분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처음부터 효과가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잘 빠지다가 갑자기 체중 감소가 멈추거나 둔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많은 환자가 내성을 의심하지만 오 이사는 “엄밀히 말하면 약리적 내성은 아니며, 몸의 생존 기제와 항상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체중이 줄면 몸은 기초대사율을 낮추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도록 적응해 같은 양을 먹어도 소모되는 칼로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어 “체중 설정점(Set Point) 이론에 따르면 몸은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상성이 있어 설정점에 도달하면 더 강하게 저항한다”며 “이것이 정체기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효과가 없거나 정체기가 찾아왔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생활습관 점검이다. 특히 식단을 살펴봐야 한다. 식욕이 줄어 섭취량이 감소했더라도 칼로리가 높거나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음식 위주로 먹는 경우가 많다. 식단 일기를 작성하면 이러한 문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력 운동도 챙겨야 한다. 근육량을 지켜야 기초대사율 감소를 막고 정체기를 극복할 수 있다.
치료제는 도구, 습관 개선 기회로 삼아야
주치의와는 약의 용량을 점검해야 한다. 비용 부담이나 부작용 우려 때문에 저용량을 계속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충분한 효과를 보려면 최대 허용 용량까지 도달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위고비는 5단계, 마운자로는 6단계까지 증량할 수 있다.
치료 기간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GLP-1 계열 약물은 최적 용량까지 증량하는 데 4~16주가 걸린다. 따라서 효과를 평가하려면 최소 8~12주는 지켜봐야 한다. 성급한 중단은 요요현상을 부를 뿐이다.
적정 기간 최대 용량을 써도 반응이 없다면 약제 변경을 고려할 수 있다.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는 GLP-1 수용체에만 작용하는 반면,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는 GLP-1과 GIP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로 기전이 다르다. 환자의 상태와 약물 반응, 부작용 여부에 따라 약을 바꿔볼 수 있으며, 이 결정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인식 개선이다. GLP-1 계열 약물은 효과적인 치료제지만, 맹신하면 체중 감량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 오 이사는 “GLP-1 계열 약물은 생활 습관을 바꿀 기회를 열어주는 치료제로, 식욕이 줄었을 때 식습관·운동·스트레스 관리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마다 맞는 용량, 치료 전략, 감량 속도가 다르므로 효과가 더디다고 느껴질 땐 주치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가영 기자 kim.gayeo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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