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그섬 점령·지상군 투입 시사에 위험회피 확산
중동 긴장·유가 급등 겹치며 외국인 2조원대 팔자
코스피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석유 장악’ 발언과 중동 전쟁 격화 우려에 장중 5% 넘게 급락했다가 개인과 기관의 저가 매수에 낙폭을 다소 줄이며 5270선에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원유 수출 요충지인 하르그섬 장악과 미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하며 아시아 증시 전반으로 충격파가 번졌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보다 161.57포인트(2.97%) 내린 5277.30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5151.22까지 밀리며 낙폭이 5.29%까지 확대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1335억원을 순매도하며 8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8988억원, 8813억원 순매수에 나서며 하락 폭을 일부 줄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8원 오른 1515.7원에 마감해 중동발 불확실성을 반영했다.
증시 급락의 방아쇠는 장 시작 직전 전해진 트럼프 대통령의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내 원유 장악을 “솔직히 가장 마음에 드는 일”이라고 표현하며, 이란 원유 수출의 90%가 지나가는 페르시아만 하르그섬 점령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하르그섬 방어력을 깎아내리며 “매우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말해 미 지상군 투입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같은 인터뷰와 이후 약식회견에서 “이란과 협상을 극도로 잘하고 있다”, “꽤 조기에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예멘 후티 반군의 참전 등 중동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국제 유가까지 급등한 점도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이날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물 선물가격은 장중 배럴당 115달러를 넘어서며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를 키웠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는 뉴욕 증시보다 유가 급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을 보였고, 원·달러 환율 급등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매도가 가속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장중 한때 5% 넘게 밀렸다가 2.79% 내린 5만1855.85에 마감했고, 대만 가권 지수도 1%대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소폭 상승했지만 선전성분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약세를 보이며 중동발 긴장에 흔들리는 모습을 나타냈다. 국내에서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1.37% 오른 61.43에 마감해 높은 변동성 국면이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대, 5%대 하락하며 반도체주의 약세를 이끌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두산에너빌리티 등 시가총액 상위주 전반이 내렸다. 증권, 금융, 의료정밀 업종도 4~6%대 약세를 보였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LG화학 등 2차전지주는 유가 급등에 따른 전기차 수요 기대감에 상승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3% 안팎 떨어진 1107.05에 마감했지만, 삼천당제약, 펄어비스 등 일부 종목은 개별 호재로 강세를 이어갔다. 장 마감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의 거래대금은 각각 20조7730억원, 9조846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민병권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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