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버핏' 빌 애크먼은 기존 소비재 중심에서 벗어나 메타를 신규 편입하고 아마존 비중을 대폭 늘리며, AI와 빅테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을 과감히 옮겼다. 브룩필드와 우버를 핵심 자산으로 유지하며 하워드휴즈를 통한 '현대판 버크셔' 구축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지난해 9월 마크 주커버그 메타 CEO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디스플레이가 탑재 된 첫 스마트 안경 출시 계획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AP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4분기 주식 보유 현황 보고서를 통해 메타를 신규 편입하고, 아마존 보유 비중을 대폭 늘렸다. 기존의 소비재 중심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수혜주와 대형 테크주로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을 이동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틀 버핏' 별명으로 불리는 애크먼 CEO는 저평가된 자산을 발굴하고, 기업 변화나 이사회 진출을 통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성격의 행동주의 투자자다.
아마존 담고 메타 사고…
화끈한 테크 변
애크먼이 이끄는 퍼싱스퀘어캐피털은 지난 2월 13F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포트폴리오를 공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된 4분기 말 주식 보유 현황을 보면 메타 주식 약 267만 주를 신규 매수한 게 두드러진다. 단숨에 전체 포트폴리오 내에서 지분 11.4%로 5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퍼싱스퀘어가 밝힌 매수 동기는 AI 분야 성장 '잠재력'과 '저평가된 가격'이다. 연례 투자자 설명회에서 퍼싱스퀘어 측은 "메타의 현재 주가가 AI 분야에서 회사가 가진 장기 성장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저평가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장은 메타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를 부담으로 봤지만, 퍼싱스퀘어는 오히려 AI가 콘텐츠 추천, 광고 타기팅, 광고 효율 개선, 이용자 참여 증가로 이어져 본업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퍼싱스퀘어는 미국 빅테크인 아마존 주식도 378만 주 매수하면서 비중을 전 분기보다 65% 확대했다. 이에 따라 펀드 포트폴리오 내 3위까지 올랐다. 퍼싱스퀘어는 이 기간 중에 아마존을 주당 211~259달러 구간에서 매수했다는 분석이다. 3월 13일 기준 아마존의 주가는 207달러 수준이다.
애크먼 CEO는 이번 투자로 전자상거래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아마존은 물류센터 운영부터 배송에 이르기까지 전자상거래 사업을 개선하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여기에 아마존의 가장 큰 AI 성공 사례인 아마존웹서비스(AWS) 사업부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투자 비중 1위는 금융사 '브룩필드'
비중이 소폭 줄어든 종목은 캐나다 금융 회사인 브룩필드다. 퍼싱스퀘어는 브룩필드 주식 6140만 주를 보유해 전 분기에 비해 12만 주가량 줄였다. 하지만 전 분기 1위였던 우버를 제치고 포트폴리오 비중 정상을 차지했다.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18%에 달한다. 브룩필드는 부동산과 민영화된 사회기반시설(SOC) 등의 투자 비중이 높은 자산운용사다. 퍼싱스퀘어는 2024년 이 캐나다 기업에 처음 지분을 투자했으며, 이후 꾸준히 지분을 추가해 왔다. 퍼싱스퀘어는 연차보고서에서 “브룩필드를 2024년에 상당한 ‘가격 왜곡(dislocation)’ 구간에서 샀고, 당시에는 브룩필드자산운용 지분 가치 등을 제외하면 방대한 투자자산이 거의 0에 가깝게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포트폴리오 1위 자리를 장기간 유지한 우버는 2위로 떨어졌다. 우버 지분도 3만 주가량 줄었지만 투자 신념의 변화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가깝다는 게 월가의 평가다. 애크먼 CEO는 우버를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로 보고 있다. 강력한 잉여현금흐름 증가와 함께 모빌리티, 배달 및 광고 전반에 걸친 상당한 사업 확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부터 퍼싱스퀘어의 효자 종목이었던 멕시코 음식체인 치폴레는 지분을 전량 매도했다. 차익실현 목적 회사 펀더멘털의 둔화에 따른 선택이란 평가다. 알파벳A 역시 의결권 있는 A주 비중을 86%가량 줄이며 알파벳 전체 비중을 조절했다. 다만 알파벳C는 소폭만 줄여 지분을 유지했다. 전체 포트폴리오 내에서 알파벳C의 비중은 12.4%를 유지했다.
눈에 띄는 점은 부동산개발사 하워드휴스의 지분 46%가량을 꾸준히 보유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 지난 5월 퍼싱스퀘어는 하워드휴스의 신주 900만 주를 총 9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거래 이후 지분율이 기존 37.6%에서 46.9%로 상승했다. 하워드휴스는 퍼싱스퀘어 의결권을 40%, 실질적 보유 한도는 47%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나이키 손절…옵션 모두 매각
이를 보면 퍼싱스퀘어는 사실상 지배에 가까운 최대주주다. 특히 빌 애크먼이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했고, 퍼싱스퀘어의 라이언 이스라엘이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게 되면서, 단순 재무투자자라기보다 전략 방향을 주도하는 운영형 최대주주 성격이 강해졌다. 지난해 애크먼은 X(옛 트위터) 글을 통해서 "우리는 다각화된 지주회사, 현대판 '벅셔해서웨이'를 구축하기 위해 퍼싱스퀘어의 모든 자원을 하워드휴스에 제공하겠다"고 적은 바 있다.
보유 지분은 아니지만, 애크먼은 그간 꾸준히 기대를 걸었던 나이키 콜옵션을 모두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퍼싱스퀘어는 나이키 본주를 매각하고 대신 만기 수 년짜리 ‘딥인더머니(ITM) 콜옵션’을 매수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이는 콜옵션을 주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딥인더머니)에 매수하는 전략이다. 주가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옵션 가치가 급등할 수 있다.
하지만 퍼싱스퀘어는 지난해 투자자 콜에서 "11월 나이키의 남아 있던 옵션을 모두 매각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퍼싱스퀘어는 이 투자에서 누적 약 30% 손실, 금액으로는 6억 달러 이상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실적 턴어라운드 속도가 기대보다 느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발 관세 부담, 중국 및 글로벌 경쟁 심화, 장기 마진 압박 우려도 문제 요인으로 작용했다. 로이터통신은 "나이키가 2024년 이후 매출 둔화와 경쟁 심화에 시달렸고, CEO를 엘리엇 힐로 교체하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현 한국경제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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