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끝난 뒤 오래 남는 장면이 명소만은 아니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편히 쉬었던 방, 체크인 때 건네받은 따뜻한 인사가 그 도시의 인상을 좌우하기도 한다. 관광이 한 지역을 경험하는 일이라면 숙박과 환대 서비스는 그 경험을 완성하는 기반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지금, 관광의 성장을 지속적인 경제적 기회로 연결하기 위해 호텔 산업과 투자의 역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894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약 108% 수준이다. 서울은 방한 관광의 중요한 출발점이자 관문이다. 문화와 쇼핑·미식·의료 등 다양한 매력이 외국인 관광객을 서울로 이끈다. 동시에 여행의 목적과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한국의 다른 지역으로 발길을 넓히려는 수요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에서 시작한 여정이 지역의 자연과 음식,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여행으로 이어진다면 관광의 경제적 효과 역시 더 넓게 퍼질 수 있다.
이러한 여정에서 숙박시설의 역할은 단순히 잠자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비즈니스 출장객에게는 업무와 휴식을 병행할 수 있는 공간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는 접근성과 안전성·편의성이 중요하다. 지역의 문화와 개성을 담은 숙소를 찾는 여행객도 있다. 호텔은 고객의 다양한 기대에 부응하며 도시의 첫인상과 체류 경험을 좌우하는 서비스 산업이다.
서울의 호텔 시장은 이러한 관광 수요의 변화를 보여준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올해 7월 발표한 ‘2026 서울 호텔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서울 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약 79%를 기록했고 객실당 매출은 2019년 대비 약 67% 상승했다. 반면 서울의 호텔 객실 수는 2019년 약 5만 2000실에서 2025년 약 5만 4000실로 약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호텔 투자의 파급력은 건물 하나를 세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건설과 인테리어, 식음료, 세탁, 디지털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의 수요를 만들고 운영 과정에서는 인력과 지역의 상품·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호텔이 지역의 음식과 문화 콘텐츠, 관광 명소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방문객의 선택지는 넓어지고 주변 상권으로 소비가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숙박시설의 경쟁력이 관광 경험의 질을 높이고 그 경험이 지역의 다양한 매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서울과 지역의 관광은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다. 서울의 국제적 인지도와 교통·숙박 인프라는 한국을 처음 찾는 관광객에게 중요한 기반이 된다. 여기에 지역별 특색 있는 관광 콘텐츠와 편리한 교통, 다양한 숙박 선택지가 더해진다면 여행객의 체류 범위와 경험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방문객을 더 많이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만족스럽게 머물고 다시 찾도록 만드는 일이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와의 협력은 물론 지역의 매력을 살린 숙박시설, 친환경 운영, 디지털 서비스 등의 선택지가 필요하다. 민간의 창의와 투자가 이 흐름을 이끌되 지역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방향이어야 한다. 숙박시설의 질과 다양성은 체류 기간과 소비 경험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관광 정책과 민간 투자가 서울과 지역을 잇는 관점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설계돼야 한다.
여행객이 한국을 다시 찾는 이유는 하룻밤의 편안함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서울이 방문객을 맞이하는 관문을 넘어 오래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되고 그 여정이 전국 곳곳으로 이어진다면 관광의 성장을 더 큰 경제적 기회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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