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법’인데 15년째 연장… 로스쿨 결원 80% 보충
“편입학 가능하게 한 명문 규정, 한시법이 무력화”
등록금 손실·결원보충으로 80% 보전… “취지 몰각”
정원보다 많은 인원 선발… ‘변호사 포화’ 비판 쇄도
△ 생성형 AI 이미지
한시법으로 도입된 로스쿨 결원보충제가 15년째 이어지면서 편입학을 허용한 법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원이 발생할 때마다 정원 외 선발로 이를 채우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편입학이 작동할 여지가 사라지고, 한시적 제도로 도입된 결원보충제가 오히려 제도 간 충돌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3일 법조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2009년 개원 이후 연평균 약 7.4%의 결원이 발생했고 이 중 5.9%가 충원돼 약 80%가 결원보충으로 메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 동안에도 결원의 약 70~80%가 결원보충으로 충원되면서 결원보충제가 사실상 상시적인 선발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원보충제는 자퇴·제적 등으로 로스쿨에 결원이 발생한 경우 다음해 입시에서 빠진 인원 수만큼 정원 외 추가 신입생을 모집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로스쿨 도입 초기 학교 측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당시 각 대학은 로스쿨 인가를 받기 위해 법학관을 신축하고 교원을 증원해 막대한 재정을 지출한 상태였다. 따라서 로스쿨 재학생이 중도 이탈하면 학교 측이 만만치 않은 재정 부담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정부는 로스쿨이 안착하는 2013년까지 결원 보충을 임시로 허용하는 시행령을 도입·실시했다.
하지만 로스쿨 측은 그 이후에도 결원보충제도 연장을 요구했다. 결원보충제 내용이 담긴 시행령은 2016년까지 3년, 2020년까지 4년 더 연장됐으며, 2022년부터 2026년까지는 2년씩 연장을 거듭해 현재 5차 연장 중인 상태다. 당초 ‘한시적 보완책’이라는 취지와 달리 제도가 15년 가까이 반복 연장되며 사실상 상시화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15년간 지속되고 있는 한시법이 말이 되냐”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결원보충제 때문에 로스쿨 편입학 제도가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은 ‘법학전문대학원의 학생은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다른 법학전문대학원에 편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로스쿨 총 정원이 고정된 상태에서 결원보충제를 통해 빠진 인원을 충원하고 나면, 로스쿨은 편입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편법적으로 운영되는 결원보충제 때문에 법률로 보장된 편입학 제도가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기형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를 중심으로 변호사업계에서는 제도 도입 취지를 벗어난 만큼 더 이상 존치할 이유가 없다며 결원보충제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김정욱 협회장은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시절부터 결원보충제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한 바 있다.
또 그는 2021년 교육부가 로스쿨 결원보충제를 연장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자 성명을 내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2024년 7월에는 ‘로스쿨 결원보충제 문제점과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고 “결원보충제는 로스쿨과 교수들 외에는 모두가 반대하는 제도고 그 실익이 거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정욱 협회장은 “편입학을 막고 결원보충제를 시행함으로 인해 각 로스쿨은 자정 작용에 특별히 노력하지 않고 학생들의 이탈을 막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결원보충제가 아닌 다른 방안으로 로스쿨의 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이 편입학을 통해 더 나은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원보충제도가 사실상 로스쿨의 재정 보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수한 자료를 추가로 살펴보면 실제 모든 로스쿨에서 결원 발생에 따른 등록금 손실이 결원보충을 통해 일정 부분 보전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3년간 로스쿨 전체 등록금 수입은 약 869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 기간 결원으로 인한 예상 등록금 손실은 약 79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결원보충을 통해 약 62억 원이 추가로 확보되면서 손실액의 약 80% 수준이 보전된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규모로 보면 소규모 로스쿨의 경우 약 25억 원 손실 중 16억 원이 충원으로 보전된 것으로 추산되고, 중간 규모는 약 13억 원 손실 가운데 12억 원 이상이 보전돼 사실상 대부분이 충원으로 메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로스쿨 역시 약 40억 원 손실 중 33억 원이 보전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의 한 변호사는 “대학 재정을 이유로 입학생을 추가로 뽑고 있는데,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자립이 힘들다며 재정을 이유로 내세우는 것이 말이 되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법조인 수급 정책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결원보충을 통해 실제 입학 인원이 늘어나면서, 매년 배출되는 법조인 수를 제한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맞추겠다는 정책 취지가 무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정원 확대’가 이뤄지면서, 결원보충제도는 변호사 시장 포화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김정욱 협회장은 지난해 6월 논평을 통해 “결원보충제를 통한 편법적 운영으로 인해 법조인 양성 목표와 로스쿨 운영 간 심각한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원보충제를 폐지하고 법정 입학정원을 엄격히 준수해 교육의 질을 정상화하는 등 로스쿨 운영에 대한 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 현장의 변호사들과 로스쿨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제도 존치 필요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 1월 11일부터 27일까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졸업생회(회장 신경철)가 실시한 ‘2026 법학협 로스쿨 제도 개선 재학생 설문조사’ 결과, 재학생의 54.9%가 결원보충제 운영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졸업생회는 “결원보충제는 합격 기준선을 매년 불안정하게 만들어 교육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훼손한다”고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회적 충격과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한시적 제도인 만큼, 현재로서는 그 존속 근거가 상당 부분 약화됐다”며 “한시적 규정에 의존하기보다 대학들이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인 양성제도 기획취재팀
법조인 양성제도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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