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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레벨테스트는 안 봐요"…명칭만 바꾼 유아학원, 편법 평가 여전

유아 대상 레벨테스트를 금지하는 개정 학원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학원이 시험이라는 명칭 대신 관찰·면담 형식을 내세워 유사한 평가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기시험 대신 관찰·면담 형식으로 이뤄지는 유아 학원의 진단 장면을 형상화한 생성형 AI 이미지.

유아 대상 레벨테스트를 금지하는 개정 학원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학원이 시험이라는 명칭 대신 관찰·면담 형식을 내세워 유사한 평가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은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된다. 학원설립·운영자와 교습자, 개인과외교습자 등이 유아를 대상으로 모집이나 수준별 배정을 목적으로 시험 또는 평가를 전면 금지한 것이 골자다.

교육부는 필기·구술·면접·실기시험뿐 아니라 문제 풀이·과제 수행·발표 같은 수행형 평가, 외부 성적표·등급표·이수증을 요구하거나 활용하는 행위까지 금지 대상에 포함했다. 다만, 유아가 등록한 이후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 교육활동 지원 목적으로 이뤄지는 관찰·면담 방식의 진단은 예외로 뒀다. 위반 시 과태료도 부과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조기 학습 수요를 겨냥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4일 발표한 '아이들의 시간을 지켜주세요' 연속보도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한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이번 추석 연휴 나흘간(24~27일) 4~7세를 대상으로 한 영어 특강과 5~6세 대상 한글 속성반을 편성해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당 45분씩 나이와 수준에 맞춰 반을 나눠 운영한다는 내용으로, 연휴 기간을 취학 전 아동의 학습 상태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시기로 활용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법 시행을 불과 일주일 남긴 시점에도 명절을 낀 단기 특강 상품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레벨테스트 등 조기 학습 경쟁이 다른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소재 유아 대상 영어학원 3곳의 신입생 설명회도 참관했다. 참관 결과 해당 학원들은 레벨테스트를 하지 않는다고 안내하면서도, 일부 지원자들에게 최근 SR지수와 담임교사 리포트, 유아가 직접 작성한 글, 말하기 영상 등을 제출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학원 측은 이렇게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수준별 테이블 배치와 차등화된 학습 자료 제공 계획을 안내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의결됐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유아 대상 레벨테스트는 이른바 '4세 고시', '7세 고시'로 불리며 조기 사교육 경쟁의 관문으로 지적돼 왔다. 국회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23년 교육부 특별점검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유아 대상 영어학원 847곳 중 144곳(17%)이 입학 전 레벨테스트로 원아를 선발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전국 728곳을 전수 조사했을 때는 23곳에서 레벨테스트가 확인됐다. 이 중 3곳은 선발, 20곳은 등급 분반 목적이었다. 당시에는 유아 대상 레벨테스트 자체를 금지하는 법적 근거가 없어 교육부는 해당 학원에 상담이나 추첨 방식으로 선발 방식을 바꾸도록 행정 지도하는 데 그쳤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은 "시험 또는 레벨테스트라는 명칭을 쓰지 않더라도 유아의 수행 결과나 외부 자료에 따라 소속 집단과 교육 내용을 달리한다면 그 행위는 수준 판정과 배정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며 "규제는 행위의 명칭보다 목적, 절차, 결과의 활용방식을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말하기 영상, 쓰기 자료, 독서지수, 포트폴리오 등 각종 진단 자료가 모집이나 수준별 반 배정에 활용되지 않도록 상시 점검해야 한다"며 "동의 거부나 철회가 수업 배치나 재등록에서 불이익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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