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5월 22일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금융당국, 삼전·하닉만 지목···“풍부한 유동성 고려”
취급종목 적으면 경쟁 격화, 결국 대형사가 유리
금감원 “상품 안착에 우선 집중, 확대는 추후 고려”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극소수 종목을 기초로 투자 수익률을 배가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의 도입을 추진한다.
정부는 풍부한 유동성을 갖춘 종목을 기반으로 ETF의 운용 안정성을 확보한단 방침이지만, 업계 일각에선 ETF 상품의 차별화가 어려워 결국 대형 자산운용사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단일 종목을 기초로 하는 레버리지 ETF의 도입을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비중.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산운용사는 오는 28일 해당 개정안이 시행되면 증권신고서 심사(금융감독원)와 상장 심사(한국거래소) 등 절차를 거쳐, 빠르면 내달 22일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상장할 수 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으로 둔 주식이나 주가지수의 상승률에 배수를 곱한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 지수의 상승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는 코스피 지수가 1% 올랐을 때 2%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자산운용사는 레버리지 ETF의 기초자산에 관련된 선물 같은 파생상품을 기초자산에 담은 후 운용 수익을 창출해 곱절의 수익률을 노린다.
금융 당국은 전날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초자산 종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개를 지목했다. 두 종목은 지난 1분기를 기준으로 코스피에서 시가총액 10% 이상, 거래량 5% 이상, 파생거래량 1% 이상 등 조건을 충족했다.
해당 조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달 말 금융 당국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과 함께 고시할 금융투자업규정 시행세칙에 명시될 예정이다.
지난 2월 9일 오후 2시경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의 전광판에 삼성전자(16만6500원), SK하이닉스(88만원)의 사명과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 레버리지 ETF는 유동성 확보가 필수···“삼전·하닉이 안정적”
다만 시장에선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대형사 중심으로 상품이 운용될 우려가 제기된다. 레버리지 ETF의 기초자산으로 둘 수 있는 단일 종목이 현 기준상 2개에 불과해 상품 차별화가 어려울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규정 시행세칙상 레버리지 ETF의 기초자산이 될 수 있는 종목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밖에 없다.
시가총액이 전날 장마감 기준 삼성전자(1280조3350억원), SK하이닉스(872조3477억원) 다음으로 높은 종목은 현대자동차(111조8520억원)와 LG에너지솔루션(111조7977억원)이 있다. 하지만 이들 종목의 코스피 내 시총 비중은 2%대로 금융투자업규정 시행세칙 상 레버리지 ETF의 기초자산이 되기 위한 기준에 못 미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엔 레버리지 ETF를 운용하는데 필요한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규모의 거래량이나 기업가치를 지닌 종목이 없는 셈이다.
레버리지 ETF의 기초자산 종목이 극소수면 자산운용사들이 ETF 상품을 차별화하기 어렵다. 자산운용사들이 대동소이한 운용 구조를 갖춘 레버리지 ETF로 투자 유치 경쟁을 치르기 위해 보수율 인하를 고려할 수 있지만, 이는 마찬가지로 자금력을 보유한 대형사에 유리한 수단이다.
대형사들은 이뿐 아니라 중소형사에 비해 레버리지 ETF를 운용하는데 필요한 유동성 공급자(LP) 확보, 투자 수요 창출 등 측면에서 중소형사보다 유리하다. 레버리지 ETF는 등락을 반복하는 시황에서 일반 ETF보다 큰 손실을 낼 수 있어 주로 단기 투자가 이뤄지고, 이에 따라 거래량이 적을수록 수익 창출에 불리하다.
이에 따라 더 많은 ETF 계약(좌)을 설정하고, 유동성을 공급할 증권사를 모집할 수 있는 대형사들이 투자자를 유인하기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당국은 우선 상품 도입 후 시장 추이를 살펴본 후 외연 확대 여부를 검토한단 방침이다. 레버리지 ETF가 일반 상품에 비해 큰 손실 위험성을 지닌 만큼, 도입 초기엔 상품의 시장 안착에 집중할 계획이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에 관한 실무를 맡은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초자산 종목(의 기준)은 레버리지 ETF를 도입 초기부터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유동성 등 측면을 고려해 선정된 것”이라며 “상품 도입을 앞둔 현 시점에서 (기초자산 종목을 추가하는 등) 시장 확대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을 것 같고 (상품 도입 후 시장 추이를) 지켜본 뒤에 고민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 사진=최동훈 기자
◇ 금융 당국 “일부 중소형사들, 상품 상장 준비 중”
업계 일각에선 일부 중소형사들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시장 관심과 사업 수익성 등을 고려해 상장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레버리지 ETF가 전체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시장 입지를 강조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F는 일반 상품에 비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춰 투자 수요가 비교적 적고 순자산 비중도 낮은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데이터 마켓 플레이스(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레버리지’가 명칭에 포함된 ETF 상품 48개의 순자산 규모는 16조1592억원으로 전체 상품(410조8362억원)의 3.9% 수준이다.
다만 운용사는 레버리지 ETF에 대한 시장 관심도에 편승해 상품 경쟁력과 브랜드를 부각시킬 수 있어, 이를 운용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이로울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레버리지 ETF의 운용 수익에서 운용사에 보수로 할당되는 비율(보수율)이 최고 0.69%(TIGER 200에너지화학레버리지)로 일반적인 패시브 ETF보다 높은 점도 운용사에 매력적인 요소다. 실제 금융 당국에 따르면 현재 일부 중소형사들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이번에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처음 도입하는 단계에서 운용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중소형사들이 대형사에 비하면 마케팅 여력이나 판매처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어 (운용 경쟁을 치르기) 쉽지 않겠지만 상품 선점 효과를 고려해 출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