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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똑똑한 AI 클로드의 멍청한 고객 응대- AI시대 기본기도 '고객센터'에

씨티은행과 증권사 IT애널리스트를 거쳐 LG디스플레이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랐다. 금융·증권·IT·제조를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 MI·신사업 발굴·IR을 총괄했다. 퇴임 후엔 AI를 이용해 현자·석학들과...

똑똑한 AI 클로드의 멍청한 고객 응대- AI시대 기본기도 '고객센터'에

[김희연의 AI시대 인사이트 69]

기술은 최첨단인데, 고객 응대는 한물 간 자동응답기

AI 기술의 정점에서 발견한 '고객 응대 기본기’의 부재

챗GPT가 글 내용에 맞춰 생성한 실사 이미지. (자료=뉴스버스)

애플이 5년 걸쳐 개발한 보안을 5일 만에 뚫었다는 '괴물 AI 미토스'까지 개발한 클로드 AI가 왜 사용 방법에 대한 고객 문의엔 엉뚱한 답만 하는 것일까?

클로드로 다음 날 기업 강의를 위해 한참 작업 중이었는데, 갑자기 화면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떴다. AI 구독 사용자라면 이런 메시지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번 달 조직의 추가 사용량이 소진되었습니다. 월요일 오전 10시에 재설정됩니다.”

강의는 다음 날 오전 9시였다. 리셋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 화면에 뜬 “더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다. 50달러 추가 결제를 마친 뒤 작업창으로 돌아왔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제가 제대로 안 된 건가?’

급한 마음에 같은 금액을 한 번 더 결제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화면에는 똑 같은 문구가 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낭패가...

혹시 시스템 반영에 시간이 걸리나 싶어 30분을 기다렸다가 다시 접속했다. 그대로였다. 등록 이메일로 결제 영수증이 두 장 와 있길래, 그 메일로 문의를 보냈다.

“나는 두 번이나 추가 결제를 했다. 그런데 왜 계속 한도 초과 메시지가 뜨는가? 급한 용무로 지금 당장 사용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바로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 알려 달라.”

그런데 뜻밖에도 돌아온 답변이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당신은 애플을 통해 구독 중이므로 환불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환불을 요청한 적이 없었다. 다시 메일을 보냈다. “나는 환불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추가 구매를 했으니 지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

그런데, 문의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된 더 허탈한 답이 돌아왔다.

“해당 문의는 해결된 것으로 처리되어 추가 응답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결국 두 번째 추가 구매 영수증 메일에 노트북 화면까지 캡처해 첨부하며 다시 문의했다. “추가 결제를 두 번이나 했는데도 왜 사용이 안 되는지, 지금 바로 쓰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명해 달라”고.

돌아온 답변은 이것이었다.

If you've hit a message limit, you'll need to wait until the reset time, or you can consider purchasing an upgraded plan (if applicable).

“현재 메시지 사용 한도를 모두 사용한 상태이니, 한도가 초기화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가능하다면 더 높은 요금제로 업그레이드해 이용해 보세요.”

기다리거나 플랜을 업그레이드하라는 이야기였다. 이미 추가 결제를 두 번이나 한 사람에게 도돌이표 같은 짓을 또 하라고 하는 것이다.

글 내용에 맞춰 챗GPT가 생성한 삽화. (자료=뉴스버스)

답변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의외로 답이 다시 왔다. 모바일에서 사용하고 있어서 추가 구매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노트북으로 접속해 보라는 답이다. 나는 이미 노트북으로 작업 중이고 모바일 결제가 아니라 웹결제를 했는데 말이다.

수천억 개 데이터를 학습했다는 AI 기업이 정작 고객의 한 줄 질문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봇을 이용해 틀에 박힌 답변만 내놓는 것이었다.

그 순간, 더 문의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업. 수많은 생성형 AI 가운데 가장 애정하며 사용하던 AI의 고객 응대는 마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자동응답기 같았다.

필자가 클로드AI 회사인 앤트로픽 고객센터로 보낸 이메일 내용 일부. (자료 = 김희연)

결국 답은 다른 곳에서 찾았다. 여기저기 설정을 뒤지다 보니 “월간 사용 한도”가 50달러로 제한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얼마 전 $50 추가 구매를 하면서 과도한 사용을 막기 위해 내가 직접 설정해 둔 제한이었다. 아…이런걸 해두었었지? 그제야 기억이 나서 한도를 100달러로 상향하자, 거짓말처럼 즉시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허탈했다.

세 번의 이메일 중 단 한 번만이라도 “설정 메뉴에서 월간 사용 한도를 확인해 보세요” 라는 답이 왔더라면, 나는 몇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몇 년 전 CES에 갔을 때가 떠오른다. 세계 최첨단 기술 전시가 펼쳐지던 행사장에서 갑작스러운 비로 천장에서 물이 새며 전시장이 혼란에 빠진 적이 있었다. 5성급 호텔 바닥에 물동이를 놓고 떨어지는 물을 받아내는 장면은 묘한 인상을 남겼다. 첨단 기술의 한복판에서도 기본이 무너지면 기술은 순식간에 초라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번 경험도 비슷했다.

AI는 인간의 지식을 엄청나게 학습했다. 어떤 질문이나 지시에도 상당 수준으로 답을 준다. 그런데 정작 고객의 “지금 당장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냐”는 페인포인트(고충)의 맥락 조차 전혀 읽지 못하고 답변도 엉뚱한 것만 기계적으로 나열한다면, 그것은 기술의 한계라기보다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고객에 대한 관심의 부재에 가깝다.

고객 문의 안에는 제품이 어디에서 막히는지, 무엇이 불편한지, 어떤 설명이 부족한지가 모두 담겨 있다. 그것을 읽고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은 거대한 AI 모델이 아니다. 고객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 그리고 정확한 답을 주려는 기업의 집중력이다.

내가 사용한 AI는 인간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회사다. 그런데 정작 고객센터에서는 그 기준이 작동하지 않았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 사소한 순간에 드러난다.

이 허탈한 경험의 기록이 부디 기술만 좇느라 인간을 놓치고 있는 기업의 어딘가에 닿아, 의미있는 각성과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AI 시대에도 기술 기업의 마지막 승부는 결국 인간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있고, AI 기업의 기본기도 결국 고객센터에서 드러난다.

김희연

은 기업전략 컨설턴트다. 씨티은행과 증권사 IT애널리스트를 거쳐 LG디스플레이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랐다. 금융·증권·IT·제조를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 MI·신사업 발굴·IR을 총괄했다. 퇴임 후엔 AI를 이용해 현자·석학들과 대화하며 차별화 전략 및 리더십 해법을 탐색하는 <AI스토밍(AI-Storming) 방식> 을 창안했고, 관련 저작권도 갖고 있다. 이 독창적  AI활용 방법론을 기반으로 기업과 기관에 <전략 컨설팅> 및 <AI 강의> 등을 하고,  뉴스버스에도 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감지능시대>와 <리더는 AI에게 질문하지 않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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