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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디지털에 지배당하는 현대사회의 문제 드러내

미로에 갇힌 듯 동일한 동선을 수차례 오가는 배달 라이더가 '고스트 댄서'에 비유되고, 실물 도로를 달리면서도 가상세계 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 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구'.

디지털에 지배당하는 현대사회의 문제 드러내

김아영 현대 미술가.  김미영기자 lalala4090@

미로에 갇힌 듯 동일한 동선을 수차례 오가는 배달 라이더가 '고스트 댄서'에 비유되고, 실물 도로를 달리면서도 가상세계 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 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구'.

도시에서 끊임없이 갱신되는 배달 앱의 네비게이션에 갇힌 채 질주하는 여성 배달 라이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배달 플랫폼의 댄스 마스터는 앱을 통해 소속 댄서(배달 라이더)들을 철저히 관리하며 무한한 배달을 부추킨다.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로 이름난 김아영 작가의 작품이다.

그는 현실의 사건을 소재로 삼아 가상의 시공간을 만들어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동시대적 이슈를 다층적인 내러티브로 재구성한 작업들을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의 형태로 선보여왔다.

그의 대표작이자 미술계 이목을 끈 '딜리버리 댄서의 구'(2022) 프로젝트는 팬데믹 시기, 실제 배달 라이더들을 따라 달리며 맹목적인 움직임 속에 숨은 인간의 존엄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신체와 시간에 대한 끊임없는 최적화를 요구하는 현대기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디지털에 의해 지배당하는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드러낸다.

즉,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해졌는지를 묻고 그 속에서 작가는 질문한다. “우리는 어디로 배달되고 있는가"

“세상이 규정한 규율을 벗어나고 빗나가는 존재에 대한 관심이 많다. 과학과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현 시대에 이질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논리와 비논리가 충돌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작가로서 아직 세상에 던져지지 않은 질문을 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김 작가는 자신을 '미디어 아티스트'로 한정짓는 것을 거부한다. '현대 미술가'라는 큰 틀로 봐 주길 바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원소스 멀티유스'가 아니라 '트랜스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세계관 구축을 지향하며 동시대적 이슈를 다층적인 내러티브로 재구성한 작업들을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의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

울산과 2022년 울산시립미술관 개관전으로 첫 인연을 맺었다. 한국에 온 예맨 난민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다공성 계곡2:트릭스터 플롯'으로 울산관객에게 시각적 충격을 준 것. 이어 지난해 12월부터는 UNIST(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로 임용되면서, 울산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UNIST가 지난 28일 개최한 '오픈스테이지'에서도 강연을 통해 작품 세계와 작업 방식에 대해 설명하며 학생과 시민과 소통했다.

김 작가는 울산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산업도시 울산의 미래상을 작품으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바람을 전했다. 기암괴석의 집합체인 대왕암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반구대 암각화 같은 '돌'를 모티브로 한 작품도 구상할 계획이다.

김 작가가 조만간 선보일 작품은 1980년대 중동 건설 붐으로 아버지 따라 건너간 중동 관련 서사다. 아버지 구술로 되살린 사우디에서의 어릴적 기억과 현재의 중동 전쟁을 하나의 이야기로 꿰는 작업이다. 작품에 기생충도 출연하는데 1984년 홍해의 기생충에 감영된 실화가 반영되면서 '바이오 펑크' '사이버 펑크' 류로 분류될 것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김아영 작가는 최근 몇 년간 베네치아, 아시안아트, 광주 등 주요 비엔날레를 통해 가장 주목받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 뉴욕현대미술관, 테이트 미술관, 베니스 비엔날레, 베를린 국제영화제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2023년 한국인 최초로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골든 니카상을, 2025년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수상했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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