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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노트] AI도 못 믿는 삼성전자 실적, 만든 건 결국 '사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 숫자는 생각보다 훨씬 가파르게 뛴다. 하지만 몇 분기, 몇 년에 걸쳐 같은 흐름을 이어가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장을 더 짓고 생산설비를 더 돌리는...

[디깅노트] AI도 못 믿는 삼성전자 실적, 만든 건 결국 '사람'

"57조2000억원과 755.01%는 현실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수치라 공시 원문 기준 재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 7일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 직후 챗GPT에 숫자를 입력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전 세계 정보를 학습한 거대언어모델(LLM)조차 선뜻 믿기 어려울 만큼 비현실적인 실적이라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의 잠정실적을 내놨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8.06%, 영업이익은 755.01% 늘었다. 단순 계산으로 하루에 63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 셈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놀랍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국내 기업 역사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렵고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와 비교해도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실적 발표 직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연일 높여 잡았다. 200조원 언저리에서 출발한 전망치는 어느새 290조원을 넘어섰고, 300조원이상을 거론하는 시각까지 나온다. 숫자가 워낙 크다 보니 시장의 시선도 빠르게 이동했다. "올해 얼마나 벌 수 있냐"보다 이런 흐름을 얼마나 오래 이어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됐다.

업황이 받쳐주면 실적은 급등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 숫자는 생각보다 훨씬 가파르게 뛴다. 하지만 몇 분기, 몇 년에 걸쳐 같은 흐름을 이어가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장을 더 짓고 생산설비를 더 돌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때 내놓고, 수율을 끌어올리고, 다음 기술 전환에서 한발 먼저 움직여야 한다. 실적의 높이는 업황이 밀어줄 수 있어도 실적의 지속성은 기업이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더 중요해지는 것이 사람이다. AI 반도체 경쟁은 자본과 설비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재 확보와 유지에서 갈린다. 핵심 연구개발 인력과 엔지니어, 현장 숙련 인력이 얼마나 유지되고 성과를 낸 인력이 다시 다음 성과를 만들도록 끌고 갈 수 있느냐 있느냐가 회사의 경쟁력을 가른다. 장비와 생산설비는 투자로 늘릴 수 있지만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갖춘 사람은 단기간에 확보할 수 없다. 기록적인 실적을 한 번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그런 숫자를 반복해서 만들어낼 조직을 유지하는 일이다.

삼성전자가 성과급 체계를 두고 노조와 충돌하는 장면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겉으로는 보상 문제다. 하지만 본질은 더 깊다. 성과를 만든 구성원들이 회사의 분배 방식을 납득하고 있냐는 게 핵심이다. 기록적인 실적이 나왔는데도 내부 불만이 커진다면 숫자와 조직의 체감 온도 사이에 그만큼 큰 간극이 있다는 뜻이다. 잘 벌었으니 더 달라는 차원의 얘기만은 아니다. 누가 어떻게 성과를 만들었고, 회사가 그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인정하느냐를 둘러싼 신뢰의 문제다.

이런 간극이 길어지면 문제는 단순한 보상 갈등에 머물지 않는다. 성과를 만든 인력이 회사의 평가와 보상 기준을 납득하지 못하면 현장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AI 반도체처럼 기술 전환 속도와 실행력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더 그렇다. 연구개발 인력과 엔지니어, 생산 현장의 숙련 인력의 몰입도가 떨어지면 제품 개발 속도와 수율 안정화, 고객 대응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사람의 문제를 단순한 인사 이슈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숫자는 충분히 놀라웠다. 이제 삼성전자가 답해야 할 것은 이 숫자를 어떻게 이어가느냐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다시 초격차'에서 평가 제도와 관련 "평가와 보상 제도는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고, 믿을 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다시 초격차를 말하려면 바로 이 원칙부터 흔들림 없이 세워야 한다. 사람을 놓치면 초격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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