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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동양칼럼/ 오염되는 5.18과 광주정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게 사람이고 인생이다. 그렇지만 언제부턴가 잘 나가던 정치인들이 뭔가 꼬이는 게 있으면 여, 야를 가릴 것 없이 모두 광주(光州)로 달려간다.

동양칼럼/ 오염되는 5.18과 광주정신

▲ 정명희 화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게 사람이고 인생이다. 그렇지만 언제부턴가 잘 나가던 정치인들이 뭔가 꼬이는 게 있으면 여, 야를 가릴 것 없이 모두 광주(光州)로 달려간다. 누구도 그곳이 성역이란 말에 토 달기를 주저하는 까닭에 그곳에서 성찰하는 모습을 공식화하는, 이를테면 인증샷이 가진 의미 때문일 것이다. 죄와 벌을 인과응보로 여기며 살아온 선하고 자랑스러운 고장인데 어쩌다 면죄부를 주고받는 장소로 전락한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죄와 벌(1866)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장편소설이다. 여기서 소설 얘기를 하잠이 아닐지라도 대한민국의 성역이 된 광주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게, 일제강점기에 과감히 일어나 맞서며 항거한 광주학생의거(1929)다. 어릴 적 기억에도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우며 뜻을 키웠다. 두 번째가 절대권력자의 독재를 비판하고 민주화를 바랐던 잊지 못할 국민적사건이 광주민주화의거(1980)다. 그러나 내가 아는 광주사람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신성불가침의 종교적 성지가 되기를 바란 적이 없었다.

까닭에 성역으로 인해 생겨나는 권력의 제물을 원한 건 더더욱 아닐 것이다. 역사란 절대적 금기와 성역을 합리적인 영역으로 재생 시키며 발전한다. 때문에 광주를 정치적인 입장에서 제도화한 취지가 바로 자유민주주의였다. 그것이 광주시민들이 바라는 ‘광주정신’인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근 광주에 대한 정책적 성적은 솔직히 말해 낙제점수가 분명하다. 나라의 미래가 달린 국가전략산업일수록 기업이 경쟁력을 판단해서 공장 부지를 정하고, 국가가 이를 보호해주는 것이 선진국들의 공통된 법리다. 그런데 정부가 먼저 나서가며 일사천리로 몰아갔기에 반도체산업 등의 정책은 ‘광주정신’과는 다른 마이너스현상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고교 운동선수들의 작은 일탈을 정치적으로 부추긴 현상은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광주가 먼저 나서며 상대학교 선수들의 징계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고, ‘광주정신’을 지키려는데 반한 정치권의 이슈행동은 반성해야할 것이다. 지역사회의 문제점을 최상급으로 이어지도록 정치적인 배려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정치가 왜곡한 호남을 시민사회가 바로잡아야 한다는 ‘광주정신’이 작용한 때문일 것이다. 정책이 중요하면 할수록 국민의 의견을 물어야한다. 무턱대고 호남을 두둔한 것처럼 보이면 결국 호남과 비호남이라는 지역정서에 악영향으로 비쳐진다. 될 일도 안 되는 그야말로 다된 밥에 재 뿌린 격이다.

정치인들이 저지른 5.18에 대한 왜곡과, 성역화 내지는 사유화되는 현상을 국민들은 눈에 불을 켜고 보고 있다. 이것이 바로 광주정신과 자유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일인 때문이다. 시민들의 저항운동을 ‘반미, 민중민주주의’로 왜곡 시킨 게 정치인들이며, 그릇 된 신념이 비극의 현장에 존재하면서 재해석되고 덧칠한 까닭일 것이다. 지금도 정치권력을 손에 쥔 운동권의 주도세력은 “5.18은 성역이다”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 성역화란 말을 다시 생각하면 호남인들에게 침묵과 복종을 강요하는 구실로 작용될 수밖에 없는 때문이다.

중세의 기독교신성불가침의 성역 안에서 다른 소리를 하면 곧바로 ‘이단’으로 낙인 되는 사건들을 역사를 통해 배웠다. 우리말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챙긴다.’란 얘기가 있다. 앞서 말한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은 단절된 사회 속에서 미해결되는 인간성의 회복을 주장한 내용이다. 정권유지를 핑계 삼는 건 아니겠지만 광주군공한까지 내놓으며 호남을 위한다는데 나라가 없으면 광주도 호남도 없다. 문제는 광주성역에 있는 게 아니라 성역을 팔아 법을 무시하고도 사는 후안무치한 정치인들에 있고 그걸 방치한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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