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완 충북보건과학대 평생교육원장
지난 27일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면서 시설 중심이던 돌봄 체계가 지역사회 기반으로 전환되는 첫걸음을 시작했다.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ㆍ요양 등 돌봄 지원을 통합ㆍ연계하여 제공하는 이 법은 고령자와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 맞춰 국민이 건강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돌봄통합’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제가 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과 관련해 중앙집권적 권한 구조, 예산지원 부족, 의료·요양·돌봄 연계, 돌봄통합지원 운영 체계 편차 등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돌봄통합지원법은 지역 중심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 정책은 지역 간 복지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 각 지역의 인구 구조, 의료 인프라, 공동체 자원이 달라서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권한과 재정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중앙정부는 표준 모델을 제시하되, 지역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지원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둘째, 서비스 간 연계와 통합의 실질화가 필요하다. 현재 복지, 보건, 의료 서비스는 여전히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용자는 복잡한 절차 속에서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례 관리 중심의 통합 플랫폼 구축 및 사회복지사, 간호사, 요양 인력 간의 협업 체계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셋째, 인력 양성과 처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돌봄 서비스의 질은 결국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현재 돌봄 노동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으로 인해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돌봄통합지원법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돌봄 인력을 전문직으로 인정하고, 교육·훈련 체계와 함께 합당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이용자 중심의 선택권 보장이 중요하다. 통합돌봄의 궁극적 목표는 ‘서비스 제공의 효율성’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이다. 따라서 이용자가 자신의 생활 방식과 선호에 따라 서비스를 선택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 제공과 상담 체계가 구축돼야 하며, 이용자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는 참여 구조도 필요하다.
다섯째, ‘예방적 돌봄통합체계’의 구축이다. 현재의 돌봄은 이미 위기가 닥친 뒤에 개입하는 ‘사후 대응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진정한 복지 국가는 위험 요소를 미리 발견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 영양 관리, 운동 프로그램, 정서적 유대감 형성 등 보건과 복지가 결합한 예방적 서비스가 촘촘히 설계될 때, 장기적인 의료비 절감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
여섯째, AI·복지 기술 혁신을 통한 대응력 강화와 ‘스마트 돌봄’의 실현이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인해 돌봄 수요는 폭발하는 반면, 이를 감당할 인력은 갈수록 부족해지는 ‘돌봄 절벽’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AI(인공지능)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혁신적인 돌봄 모델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재정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돌봄통합지원법은 장기적 관점에서 의료비 절감과 사회적 비용 감소에 기여할 수 있지만, 초기에는 상당한 재정 투입이 요구된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중장기적 전략을 수립하고,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지방재정 간의 연계를 통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돌봄통합지원법은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돌봄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이다.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의 변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사람의 존엄을 지키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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