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퀴어문화축제 행진 참가자가 13일 동성애에 반대한다며 항의하는 시민에게 손 하트를 보내고 있다. 김은송 기자
“혼인 평등 지금 당장 실현하라! 우리 사랑 법적으로 인정하라!”
13일 오후 4시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의 ‘모두의 결혼’ 행진 차량에서 사회를 맡은 최진아씨·임아현씨 부부를 따라 수백명이 이같이 외쳤다. 서로 손을 잡고 구호를 따라 한 이한샘씨(24)와 홍서현씨(22) 커플은 “우리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온 이씨는 “3~4년 뒤 결혼하자는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동성혼이 가능해지는 우리 사회를 바라며 이 행렬에 서게 됐다”며 “최근 법원이 동성혼 관계를 ‘사실혼과 유사한 생활 공동체’로 판단하는 등 한 단계씩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홍씨도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동성혼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적어도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돼 어떤 보호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행렬에서 손을 잡고 걷던 레즈비언 커플 최모씨(29)와 김모씨(28)도 연인이 된 지 5년이 지나며 결혼을 하고 싶다고 생각 중이다. 김씨는 “결혼은 하나의 권리이고 (동성 커플에게도) 동등하게 보장되는 것이 결국 시민으로 대우받는 것과 맞닿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진하는 퀴어 축제 참가자들 옆에서 ‘동성애는 죄’라는 피켓을 들거나 “예수의 이름으로 동성애 마귀는 떠나가라” “할렐루야”라고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행진 사회자가 “동성애 하면 지옥 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와이프랑 지옥 가겠다”며 “우린 행복한 지옥을 만들겠다”고 말하자 참가자들은 “지옥에서 만나자”라고 함성을 질렀다.
참가자들은 항의하는 이들에게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손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 NO! 국민은 반대한다’는 피켓을 버스 창문 밖으로 보여주는 시민에게는 손을 흔들어줬다. 게이 커플 장모씨(31)와 김모씨(39)는 “동성혼이 법제화돼 결혼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퀴어 축제는 명절 같다”며 “명절엔 좋은 사람도 싫은 사람도 보는 것 아니냐”고 했다.
13일 서울퀴어문화축제 행진에 참여한 이한샘, 홍서현 커플이 하트를 만들고 있다. 박채연 기자
행진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와 세종호텔 인근에 이르자 연대의 외침이 나왔다. 사회자는 인권위를 지나며 “다들 인권위에 ‘마’ ‘뭐꼬’라고 소리 질러보자”고 했다. 성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퀴어 축제에 인권위 공식 부스를 만들지 않았다. 행진 참가자들은 노동조합이 해고 노동자들 복직 투쟁을 하고 있는 세종호텔을 지날 때 “투쟁”을 외쳤다.
함께 모여 자신을 드러내고 목소리 내는 것이 혐오에 대응하는 강력한 방법이라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양성애자 김모씨(26)는 “10년 전 (퀴어 축제에) 왔을 때는 혐오 세력이 커서 무섭다고 느꼈다”며 “현재는 축제 참여 인원이 (10년 전의) 10배가 된 것 같고 지지하는 이들이 많아서 그들(혐오 세력)이 웃기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있던 그는 “억압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에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보여준다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더 용기를 받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경희대 소수자인권위원회 회원 10여명과 함께 온 대학생 최예원씨(22)도 “혐오 세력과 일대일로 만날 땐 위축될 수 있지만 이렇게 함께 목소리를 내면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느낀다”며 “우리의 목소리를 묻히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퀴어 축제 참가자들의 행진은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시작해 서울 중구 인권위와 지하철 4호선 명동역,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거쳐 을지로입구역으로 이어졌다. ‘모두의 결혼’을 포함해 ‘틴더’ ‘남태령 아스팔트 동지회’ 등 축제 참가 단체 10곳은 트럭을 타고 행진을 이끌었다.
13일 서울퀴어문화축제 행진 참가자들 옆에서 시민들이 ‘여러분 많이 사랑해요’ 등 성소수자 연대 피켓을 들고 있다. 박채연 기자
서울 을지로 가득 채운 무지갯빛…올해 퀴어 축제는 “다름을 연결로”
13일 오전 11시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 도로 곳곳이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투명한 무지개색 비눗방울이 흩날리고 손목과 허리, 얼굴은 물론 온몸을 무지개색으로 뒤덮은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거리를 채웠다. 도로 양옆에서는 “최초의 논바이너리(이분법적 성별 구분에 속하지 않는 성 정체성) 대통령이 되어보세요” “프리허그 합니다” ...
https://www.khan.co.kr/article/20260613190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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