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순천서 동부권 심층토론회 열려
일부 후보 "의대, 분산 운영 현실적"
석유화학·에너지 놓고 후보들 충돌
20조 활용법부터 의료 인프라까지
전날보다 구체적 정책 설명·검증 강화
28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 후보 두 번째 권역별 토론회를 앞두고 김영록 예비후보가 순천대 초석홀 인근에서 지지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찬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들이 순천대 의대 유치와 동부권 산업 해법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석유화학·철강 산업, 동부청사 기능, 균형발전 문제까지 맞물리며 토론장은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졌다.
28일 순천대 초석홀에서 열린 두 번째 권역별 정책배심원 심층 토론회에서 신정훈·민형배·주철현·강기정·김영록(기호순) 후보는 정견 발표부터 동부권 산업 위기 대응을 전면에 내세우며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28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 후보 두 번째 권역별 토론회를 앞두고 민형배 예비후보가 지지자와 명함을 교환하고 있다. 박찬 기자
김영록 후보는 “여수·광양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 대전환에 4조 5천억원을 투입하겠다”며 “말이 아니라 즉각 실행 가능한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신정훈 후보는 “단순한 재정 투입으로는 부족하다”며 “동부권을 100만 규모 신남방 경제 중심 도시로 재편하겠다”고 맞받았다.
주철현 후보는 “SMR(소형모듈원전) 상용화 없이는 산업 전환도 없다”고 직격했고, 민형배 후보는 “고용위기지역 지정과 구조 개편이 먼저”라며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강기정 후보 역시 “정부 차원의 공급 조정이 병행되지 않으면 대책은 공허하다”며 다른 후보들의 구상을 견제했다.
28일 오후 순천대 초석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 후보 권역별 두 번째 토론회에서 민현배 후보가 정책배심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찬 기자
특히 강 후보는 토론 내내 순천 의대 유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동부권을 지역구로 둔 주 후보를 향해 “지역 정치인으로서 의대 문제를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거듭 압박했고, 다른 후보들에게도 “말로만 균형발전이 아니라 구체적 실행 계획이 있느냐”고 따져 물으며 토론 흐름을 주도했다.
이어진 배심원 정책 질문 시간엔 전날 지적된 ‘공방 중심’ 배심원제 운영의 한계가 어느 정도 보완된 것으로 나타났다.
첫 배심원 질문 역시 여수산단 위기를 다루며 동부권 특성이 뚜렷하게 반영됐다. 전날 서부권 토론이 비교적 포괄적 질문 위주였던 것과 달리, 산업 현안을 직접 겨냥한 질문이 나오면서 정책 중심 토론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이날 배심원 질문은 산업 문제뿐 아니라 지역 갈등과 역사 인식 문제까지 확장됐다. 한 배심원이 5·18, 여순사건, 제주4·3 등을 언급하며 지역 차별 경험을 토로하자 후보들은 역사적 진실 규명과 교육, 교류 확대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한 배심원은 “시민 참여 확대 방안이 논의됐으면 한다”고 주장하자 각 후보는 ‘시민주권형 행정’과 공론화 방식, 의회 중심 의사결정 등을 답했다.
이재명 정부의 20조 지원 구상을 둘러싼 활용 방안에서도 후보들 간 답변이 갈렸다.
주 후보는 “전통 산업과 신산업을 함께 키우는 데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강 후보는 “3조는 투자유치 펀드, 4조는 산업 업그레이드에 쓰겠다”며 구체적 수치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신 후보는 “민생·불균형 해소·청년 일자리에 3분할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민 후보는 “16:2:2 구조로 배분하되 16조는 초첨단 기업 유치에 집중하겠다”며 보다 공격적인 산업 전략을 내세웠다.
김 후보는 “석유화학·철강 중심 메가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데 재정을 집중하고, 별도로 지역경제 안정 자금도 확대하겠다”며 ‘투트랙 대응’을 강조했다.
동부청사 역할을 두고도 후보 간 시각차는 뚜렷했다. 산업 중심 기능 강화에는 공감했지만, 권한과 운영 방식에서는 각기 다른 해법이 제시되면서다.
배심원단 즉문즉답에선 ‘순천대 의대 유치’와 ‘동부권 산업·에너지 해법’이 정면충돌했다. 강 후보가 “동부권 소외를 끝낼 카드”로 의대 유치에 사실상 올인하는 전략을 분명히 한 반면, 다른 후보들은 산업·에너지·균형발전 등 보다 분산된 해법을 제시하며 맞서는 구도가 형성됐다.
강 후보는 “의대는 단순히 의사 숫자 문제가 아니라 동부권이 체감하는 소외와 직결된 문제”라며 “도청, KTX, 각종 국가시설이 서부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동부권이 의대마저 놓치면 균형발전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고 직격했다. 이어 “순천대 정원 100명 배정은 충분히 가능한 사안인데 왜 정치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하느냐”며 사실상 다른 후보들의 ‘소극적 태도’를 정면 비판했다.
이에 주 후보는 구조적인 접근을 내세우며 맞섰다. 그는 “의대는 하나의 대학 체계로 운영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현실적으로는 단일 의대를 설치하되 정원 100명을 동·서부권이 나눠 의료 기능을 분산하는 방식이 합리적 대안”이라고 맞받아졌다.
김 후보 역시 의대 논쟁의 초점을 ‘의료 체계 전반’으로 확장했다. 그는 “의대는 의료 인력 공급의 한 축일 뿐”이라며 “응급실 뺑뺑이 문제, 어린이·중증 환자 치료 인프라 확충이 동시에 해결돼야 한다”고 짚었다.
산업·에너지 분야 질문에서도 후보 간 해법은 뚜렷하게 갈렸다. 전기요금 인하와 첨단기업 유치 방안을 묻는 질문에 신 후보는 “전력을 생산지 인근에서 직접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면 송배전 비용 등 약 30%의 부대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에너지 생산-유통-거래를 통합하는 공사 설립 구상’을 제시했다. 단순 요금 인하가 아닌 에너지 시스템 자체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김 후보는 “전남은 재생에너지와 산업용지, 냉각에 필요한 용수까지 모두 갖춘 최적지”라며 “여수 묘도와 순천·광양일대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AI·반도체 산업까지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AI를 활용하는 지역이 아니라 AI 산업을 주도하는 지역이 돼야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주 후보는 여수산단 위기의 근본 원인을 ‘글로벌 공급 과잉과 탄소중립 압박’으로 진단하며 보다 기술 중심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에틸렌 등 범용 제품은 이미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며 “SMR(소형모듈원전) 기반 고온 열원을 활용해 저탄소·저비용 생산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 목포에서 열린 토론 직후 신정훈·강기정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이날 순천 토론회는 사실상 ‘연대 변수’ 속에서 치러졌다. 순천대 초석홀에서 만난 시민들은 단일화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 기대를 보이면서도, 더 현실적인 정책 경쟁을 요구했다.
순천시민 김모(67) 씨는 “누가 되든 중요한 건 20조 재원을 어떻게 우선순위 정해서 쓰느냐”라며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서정희(65) 씨는 “신정훈 후보의 정직성이 인상적이었다”며 “단일화가 되더라도 지지층이 크게 흔들리기보다는 양 후보 간 보완 관계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정책배심원으로 참여한 이모(53) 씨는 “동부권 산업 위기, 지역 갈등, 균형발전 등 지역 밀착형 질문이 늘어나며 전날보다 정책 검증이 강화된 모습”이라며 “다만 답변 시간이 너무 짧아 각 후보의 핵심 공약을 충분히 비교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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